이것은 삼바축제가 아닙니다! 대중교통요금 인상 발표로 촉발된 브라질 반정부 대규모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월드컵에 들이는 막대한 예산도 민생고를 겪는 국민들의 분노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처럼 브라질 모든 도시에서는 길거리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공 하나만 있으면 골목이건 흙바닥이건 할 것 없이 누구나 공을 차면서 축구를 즐기며, 부유촌이나 빈민촌 어딘가에서는 365일 24시간 누군가 항상 축구공을 패스하고, 드리블하고, 슛을 쏘고 있다. 이런 브라질을 가리켜 독일 시사주간 <포쿠스>는 ‘브라질은 축구로 숨 쉬는 나라다’고 표현했다. 사정이 이러니 축구를 거의 종교처럼 여기고 있는 브라질 사람들에게 64년 만에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은 남다른 의미가 있을 터. 하지만 어째 브라질 국민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날이 갈수록 치솟는 물가와 불안정한 치안, 그리고 정부 관리들의 부정부패로 인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브라질 국민들이 ‘월드컵 따위는 필요 없다. 민생부터 해결하라’고 외치면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시위의 발단은 지난 6월 7일, 브라질 정부가 버스 요금을 3헤알(약 1510원)에서 3.2헤알(약 1610원)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미 지난 2011년 1월 15.5% 인상된 바 있던 버스 요금이 2년여 만에 다시 인상되자 곧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부 젊은 층의 소규모 시위로 시작됐지만 경찰의 강경 진압에 분노한 시민들이 가세하면서 시위는 한 달 새 브라질 전역으로 확산됐다. 지난달 18일에는 브라질 전역에서 무려 25만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브라질 사람들이 폭발한 것은 비단 버스 요금 때문만은 아니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치안 불안, 복지비용 삭감, 열악한 공공서비스, 부정부패 등 그동안 쌓여온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었다. 사정이 이러니 월드컵 따위가 무슨 소용이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
축구로 숨쉬는 나라 브라질. 그러나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반해 브라질 국민들은 툭하면 끊기는 전기와 하루가 멀다 하고 인상되는 공공요금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 밖에 브라질 사람들이 범죄보다 더 무섭다고 말하는 물가 상승도 문제며, 폭등하는 집세와 부동산 가격도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러시아, 인도, 중국과 함께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지만 부의 편중은 심각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런 반대와 악재 속에 월드컵 준비는 과연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포쿠스>가 최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대로라면 과연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해놓은 기한인 오는 12월까지 경기장, 도로, 숙소 등의 설비가 완공될지도 미지수다. 무엇보다도 12개의 경기장은 현재 절반가량만 완공된 상태로 속도가 더디다.
예를 들어 리우데자네이루에 위치한 브라질 최대 규모이자 ‘브라질 축구의 메카’로 불리는 마라카낭 경기장의 경우, 컨페더레이션스컵 일정에 맞춰 미완공 상태로 서둘러 개관하면서 비난을 받았다. 2010년 보수 공사에 들어갔던 마라카낭 경기장은 지난 6월 2일 재개관을 기념하는 영국과의 친선경기를 열었으며, 전문가들은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위험한 상태에서 경기가 치러졌다”며 비난했다. 하지만 리우 주정부는 이에 대해 “안전상의 모든 조건을 만족시켰다”고 반박한 바 있다.
마라카낭 경기장의 개축 공사에 들어간 돈은 총 4억 2500만 유로(약 6300억 원)였다. 지붕과 의자를 싹 뜯어 고쳤으며, 칸막이가 설치된 VIP석과 최첨단 CCTV를 새로 설치했다. 1950년 브라질 월드컵의 결승전이 열렸던 이 경기장은 비록 우루과이에 패해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당시 약 20만 명의 관중이 운집하면서 기네스북에 등재되는 등 브라질 국민들에게는 역사 깊은 경기장이다.
마라카낭 경기장 개축 공사 비용은 한화로 약 6300억 원에 달한다.
한때 마법이 깃들었던 이곳이 이제 부자들의 쇼핑몰로 타락했다고 비난하는 개프니 교수는 “정부는 브라질 국민들에게 단 한 번도 새로운 경기장을 원하는지를 묻지 않았다”며 일방적인 결정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월드컵 개최의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는 치안 문제다. 이미 브라질의 범죄 발생률은 세계 평균을 웃돌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강도 및 마약 범죄는 일상다반사며, 살인 사건은 매년 4만 건 정도가 발생하고 있다. 오죽하면 제프 블래터 FIFA 회장마저 “과연 브라질이 월드컵을 무사히 치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을까.
하지만 이에 반해 리카르도 트레이드 대회 조직위원회 CEO는 성공을 확신하고 있다. 그는 “브라질은 완벽하게 월드컵 준비를 마칠 것”이라고 자신하면서 “여기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이 몰려오는 리우 카니발이 열린다. 또한 새해 전야에는 200만 명이 해변에서 축제를 벌인다. 우리가 얼마나 대형 축제를 잘 치러낼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정부 역시 치안 문제만큼은 특히 예민하게 여기면서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월드컵 기간 동안 최대 6만 명의 경찰 및 군병력이 편성될 예정이며, 빈민가를 정기 순찰하면서 혹시 발생할지 모를 사건사고에 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도시행정관인 베르나르도 카르발류는 2014년까지 모든 공사가 완료될 수 있겠냐는 질문에 “우리 브라질을 한 번 믿어 주세요”라고 거듭 당부했다. 그의 당부가 과연 현실화될 수 있을까. 이제 브라질에게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