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옥션배에서 조혜연 9단(왼쪽)이 중견의 강완 정대상 9단을 이겼다.
“미8군 바둑보급은 군부대 보급이면서 해외보급이나 마찬가지이니 한국기원으로서는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겠지요…. 미8군에는 레저 활동을 위한 클래스가 3개 있어요. 탁구, 테니스, 그리고 바둑. 바둑이 대접을 받고 있는 셈이지요…^^ 스포츠는 많이 하고 있으니, 머리를 쓰는 것도 해 보자고 찾다가 바둑과 체스 중에서 택일하게 되었는데, 여기가 한국이고, 한국이 바둑 세계 최강이니까 바둑을 택했다고 하네요.”
수업은 일주일에 화·목 이틀, 한 번에 80분(5시10분·6시30분)이다. 조 9단이 직접 영어로 교재를 만들고, 그걸 누구나 필요한 사람은 보라고 블로그(http://loveku.livejournal.com)에 올려놓고 있다. 현재 제20강까지 올라가 있다. 영어 실력이 바둑 실력처럼 입신의 9단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을지라도 강의와 집필에 불편함이 없으니 대단한 수준이다.
1985년 6월생인데, 97년 5월에 입단했다. 어린 나이에 입단한 기록으로 조훈현 9단의 9세, 이창호 9단의 11세에 이어 3위이고, 프로기사로 활동하면서 학과 공부를 병행해, 특기생이 아니라 정식 시험을 통해 고려대 영문과에 입학-졸업했다. 같은 과 대학원에 다니다가 얼마 전에 건국대 언론홍보학과로 적을 옮겼다.
주한미군 바둑교실의 수강생은 장교 사병 군무원, 그들의 부인과 아이 등 다양하고,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게 아니어서 출결이 자유롭다. 수강생의 숫자와 얼굴이 매번 조금씩 달라서 누구는 이제 축 장문은 아는데, 누구는 아직 옥집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등 수업 진도가 제각각이다. 그래도 재미있게 굴러간다.
“장교들도 있습니다. 50대로 보이는 그린 브라이언(Green Brian) 대령, 30대인 제닌 카터(Jenine Carter) 중령이 바둑을 배우고 있어요. 그런데 브라이언 대령이 나오면 사병들이 잘 안 보여요. 대령하고 같이 배우는 게 불편한 모양이지요…^^ 제닌은 여자예요. 한국에 오기 전에 아프가니스탄에서 근무했다는데, 놀랍게도 바둑을 9급쯤 두는 거예요. 미국에 있을 때 온라인 바둑 사이트를 통해 배웠대요. 수강생 중에서는 제닌이 제일 열심인 것 같고… 출석률이 좋은 건 아이들이고, 열의는 엄마들이 제일 좋아요. 특히 한국인 엄마들은 남편은 미국인이지만, 아이들에 대한 열의는 우리 엄마들하고 똑같아요. 바둑이 어린이 지능 계발이나 정서교육에 유익하다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는 거예요…^^”
수강생들의 호응은 아주 좋은 편이이서 5개월쯤 지나자 AFN(American Forces Network, 미군방송)에서도 인터뷰를 요청하는 등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조만간 바둑이 미군 TV 방송프로로 들어갈 가능성도 보인다.
위쪽은 조혜연 9단의 ‘미8군 바둑교실’에서 김명완 9단이 특별강의 하는 모습. 아래쪽은 조혜연 9단이 강습받는 아이와 함께 한 모습.
김 회장이 조 9단을 춘천시의회 김영일 의장, 김성식 부의장에게 소개했고, 의장단은 다시 조 9단을 이광준 춘천시장에게 소개한 것. 이 시장은 아마4단의 애기가. “국무총리배 개최가 강원도와 춘천의 바둑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면서 환영했고, 결정해 주었다.
“저는 국무총리배를 유치하면 무엇이 좋은지, 지금까지 대회를 유치했던 수원 전주 고양시 등의 예를 들면서 열심히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공감해 주신 시장님, 의장님과 부의장님,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도와 주셨던 김형순 회장님께, 정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셋째, ‘월드바둑(wbaduk.com)과 ‘바둑무비스(badukmovies.com)’, 온라인 바둑 사이트 두 곳에, 아마5단 이상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고급 수준의 강의물을 영어로 연재하고 있다.
넷째, 바둑TV와 제휴해 기경중묘 사활묘기 현현기경 관자보 발양론 현람 등 6대 사활고전을 영역하고 있으며 K-바둑(예전 스카이 바둑)에는 직접 출연해 ‘창작사활’을 강의한다. 이것도 블로그에 올라가 있다.
다섯째, 태국 청년 6명을 가르치고 있다. 모두 아마5단이다. 청년들이 조 9단에게 배우고 싶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서구에서도 동남아에서도 이제는 조혜연을 영어로 소통이 가능한 프로기사로 다들 알고 있는 것이다. 영어, 영어! 하는 사람들을 보면 언짢다. 그러나 조혜연은 영어 잘한다는 걸 내세우지 않아 괜찮고, 그러니까 더 남들이 인정하고, 다른 나라에서도 알아주는 것.
여섯째, 삼성생명 같은 대기업의 세미나에 바둑을 주제로 동참하고 강의도 하고, 국가경영전략연구소 같은 데에서 초청을 받는 일도 적잖아 기업 강의 일정도 만만치 않다.
나열하자면 끝이 없고, 본인도 “가끔은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있다”면서 웃는데, 그런 와중에도 또 요새는 지지옥션배에서 여자 팀 선수로 뽑혀 나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중견의 강완 정대상 9단과 김동엽 9단을 꺾어 2연승 중이며, 틈틈이 입단대회를 앞둔 프로지망생들의 단기 특훈 청탁에도 응하고 있고, 다음 학기부터는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에 공부하러 나간다.
지지옥션배 2연승 얘기를 하면서 “승부 쪽도 포기한 건 아니네요”라고 묻자 “포기한 게 아닌 건 아니고… 아무래도 제 길은 보급 쪽이겠지요. 다만 아직은 좀…^^”이라고 말끝을 흐린다. 흐려지는 말끝에서도 어떤 강한 에너지, 심해 유전의 굴뚝 끝에서 피어나는 불꽃같은 느낌이 전해온다. 그런데 열심히 사는 건 좋지만, 얼마 전에는 한번 쓰러진 적도 있다면서, 좀 지나친 건 아닐까.
“재주가 넘치는데다 호기심이 왕성하니 참을 수가 없는 거다. 옆에서 보면 무슨 일이든 마음에 드는 것이면 금방 몰입을 하고, 빠른 시간 안에 성취를 보이는 스타일이다. 너무들 아무 때나 쓰는 말이어서 좀 그렇긴 하지만, 조혜연을 보면 천재라는 단어 말고 달리 떠오르는 말이 없다. 다만 지금 상태는 너무 잡다하다. 선택과 집중을 권한다. 우리 바둑계에서 바둑 세계화를 선도할 인물로 조 9단만 한 인재가 없다.”
조 9단 주변 사람들이 조 9단에 대해 하는 얘기다.
이광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