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임산부 아내를 살해한 30대에 대해 법원이 또다시 중형을 선고했다.
2일 광주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대웅)는 재혼한 아내 명의로 보험에 가입한 뒤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박 아무개 씨(32)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씨의 범행에 대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라고 판시했다.
박 씨가 범행을 저지른 시점은 지난 2007년이다. 박 씨는 2007년 2월 전처와 이혼한 뒤 생후 15개월 된 딸을 키우고 있었다. 그러다 같은 해 4월 중순 인터넷 미혼모 사이트에 보모를 구한다는 광고를 올렸고 이를 보고 찾아온 김 아무개 씨(26)를 만나게 된다.
김 씨는 당시 임신 5개월째에 접어든 임산부였다. 박 씨는 이런 김 씨에게 “함께 살아주면 생활비와 임신하고 있는 아이까지 보살펴주겠다”고 결혼을 하자고 유도했다. 박 씨는 전처가 자신의 재산에 대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서 압류 등 법적조치를 해올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탁을 하는 것이라고 김 씨를 설득했다. 결국 김 씨는 박 씨의 부탁을 받아들이고 2007년 5월 23일 혼인신고까지 마치게 된다.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박 씨는 혼인신고 후 2주쯤 후인 6월 6일 김 씨에게 “운전연수를 가자”며 전남 나주시에 위치한 드들강 인근으로 차를 태워 데리고 갔다. 조수석에 앉아 운전을 가르쳐 주던 박 씨는 오후 11시쯤 느닷없이 김 씨를 실신시켰다. 이후 기어를 중립에 넣고 차를 강가에 빠트려 김 씨를 살해했다.
차가 강에 빠진 모습을 지켜 본 박 씨는 이후 차량 도난신고와 가출신고를 했다. 박 씨는 살해 전 이미 김 씨의 명의로 총 4억 4000만 원의 차량 종합보험과 운전자보험에 가입한 터라 보험금을 타낼 생각에 부풀었다. 사건 일자를 ‘현충일’인 6월 6일로 맞춘 것도 가입한 보험 중 상품 하나는 ‘휴일’에 사망하면 1억 원의 보험금을 더 타낼 수 있는 조항이 있기에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차량과 시신이 강 수면위로 떠오르질 않아 불안했던 박 씨는 친구 양 아무개 씨에게 800만 원을 쥐어주며 경찰에 사망 장소를 신고하게 했다. 이후 사고가 김 씨의 운전미숙으로 인한 단순 추락사고로 내사종결 처리되자 곧바로 보험금을 청구해 2억여 원을 받아냈다.
하지만 이를 수상히 여긴 다른 보험사가 박 씨의 행각을 경찰에게 신고했고, 경찰 역시 신고자가 남편 박 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수상히 여겨 수사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수사 도중 경찰은 박 씨가 광주 지역 조직폭력배 출신이라는 것을 알아냈고 4년여에 걸친 탐문 수사 끝에 박 씨의 치밀한 범행 행각을 밝혀낼 수 있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한 박 씨는 양 씨에게 “목소리를 변형하라”며 성대 변형수술을 권유하고 시외로 도피하라고 협박하기도 했지만 결국 양 씨 역시 경찰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2012년 2월 열린 1심 재판에서는 박 씨의 살인 및 보험사기를 전부 유죄로 인정해 박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후 벌어진 항소심 재판에서는 “박 씨가 살해 동기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범행을 입증할 구체적 증거는 부족하다”며 박 씨의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사기죄만 인정, 징역 10년으로 감형했다. 결국 대법원까지 간 재판은 대법원이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에 대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파기환송시켰고, 2일 광주고법에 의해 징역 15년의 유죄 판결이 내려지기에 이르렀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망 전 계모와 통화하며 ‘남편이 부른다’고 말했던 점, 박 씨가 친구에게 아내의 사망 지점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경찰과 소방서에 신고하게 한 점, 거짓진술을 한 점, 다수의 보험 상품에 집중적으로 가입한 점 등에서 아내를 살해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박 씨의 범행은 거액의 보험금을 받기 위해 당시 임신한 상태의 아내의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라고 판시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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