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케이트 미들턴과 윌리엄이 전날 출산한 왕손을 데리고 병원을 떠나고 있다. AP/연합
게다가 항간에서는 케이트 왕세손비와 조지 왕자가 6개월을 넘어 더 오랫동안 친정집에 머물게 될지도 모른다고 점치고 있다. 어쩌면 윌리엄 왕자의 복무 기간이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2년까지 더 길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렇게 될 경우 조지 왕자가 첫 돌을 외갓집에서 보내게 될 가능성도 커진다.
산후조리를 친정집에서 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케이트 왕세손비의 결정이긴 했지만 그보다는 엘리자베스 여왕과 윌리엄 왕자의 동의가 없었다면 사실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점에서 외신들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손자며느리의 바람을 흔쾌히 들어줬다는 데 대해 대단히 의외라는 반응들이다.
또한 윌리엄 왕자의 경우에는 평소 웬만해선 아내의 의견에 100% 동조해온 배려심이 이번에도 고스란히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미국의 <데일리 비스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평소 부부 사이에서 누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느냐가 이번 일로 여실히 드러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시 말해 윌리엄 왕세손보다는 케이트 왕세손비의 입김이 더 세다는 것이다.
케이트 왕세손비의 이런 결정은 여러 면에서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비록 집주변에 경찰이 보초를 서지만 그렇다고 왕실 경호 없이 홀로 왕자를 돌본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모 없이 홀로 육아를 도맡는다는 점은 그녀가 다른 무엇보다도 ‘자유’를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는 점을 짐작케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케이트 왕세손비의 이런 모습과 정반대였던 고 다이애나비의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윌리엄 왕자를 출산할 당시 갓 스무 살이었던 다이애나비는 산후 우울증에 시달린 채 고통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의사를 당당하게 표시할 수 없었던 그녀는 유모와 산후 조리사에게 윌리엄 왕자를 맡긴 채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으며, 하루 종일 컴컴한 침실에 누워 보내는 날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에서 케이트 왕세손비가 당당하게 산후조리를 친정집에서 하겠다고 밝힌 것은 앞으로 그녀가 어떤 엄마, 그리고 어떤 왕세손비가 될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편 <데일리 비스트>는 여기에는 케이트 왕세손비의 몇 가지 의도된 숨은 뜻이 있다고 말했다. 첫째, 왕자가 ‘보통 사람’처럼 자라야 미래에 더욱 훌륭한 왕이 될 수 있다는 자신의 믿음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둘째, 조지 왕자가 영국 왕실도, 그렇다고 국가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의 아들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만천하에 알리고 있다는 것이다.
세월이 변한 만큼 영국 왕실도, 그리고 왕세손비도 변하기 마련. 그리고 그 변화는 아무쪼록 긍정적인 것처럼 보인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