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에 따르면 B 씨의 행동은 이 한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2월과 3월에 걸쳐 총 4차례나 추가적인 성폭행을 행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B 씨는 “A 씨에게 입맞춤을 하고 몸을 만진 것은 맞지만 성관계는 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이 가운데 또 다른 재소자인 C 씨(46)가 “B 씨가 A 씨를 성폭행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경찰서에 추가적으로 고발장을 접수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C 씨는 B 씨가 A 씨를 성폭행 하는 장면을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교도소 내에서 이와 관련한 소문을 지속적으로 들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광주교도소 내부에서 이번 성폭행 사건이 이전부터 암암리에 퍼진 얘기임을 암시하는 셈이다. 광주교도소의 한 관계자는 “경찰 조사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우선 B 씨에 대한 징계는 교도소 차원에서 내려진 상태”라며 “죄수 간 성폭행 사건으로 고소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성폭행 사건도 이전 기록을 뒤져봐야 되겠지만 거의 전무한 일”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아직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이지만 A 씨의 주장이 만약 사실로 밝혀진다면 큰 파장이 일 전망이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았던 교도소 내 재소자 간 성폭행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남성이 남성을 성폭행하는 사례가 군대에서 몇몇 발생한 것을 감안해보면 교도소 내에서도 충분히 비일비재할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폐쇄적인 교도소의 특성상 이번 사안이 이렇게 드러난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교도소 내부에서는 암암리에 성추행과 성폭행이 벌어지지만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만약 성폭행 사실이 발각되더라도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나 수치심 때문에 피해 사실이 은폐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지방의 한 교도소에서 근무했다는 익명의 관계자는 “예전 교도소에서 근무할 무렵 추행으로 징벌 받는 경우가 꽤 있었다”며 “만약에 드러나지 않았더라도 증거가 없어서 그렇지 심증이 가는 재소자들은 많았다”라고 전했다.
교도소 출신 관련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대부분 ‘신참’이거나 나이가 어린 경우, 그리고 호리호리한 체형의 재소자가 표적이 되기가 쉽다고 한다. 흔히 교도소를 처음 들어온 후 신참이 인사를 하는 ‘입방식’을 치른 후 ‘만만한 상대’다 싶으면 지속적으로 눈여겨보거나 곁에 두었다가 기회를 노린다는 것이다.
신참은 방에서 최고참인 ‘앞창’ 즉 방장의 개인 시중을 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통상 방에서 ‘쪼다’라 불리는 이들 재소자는 방장의 보호 아래 특별대우를 받게 되는데 방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수발하며 일부는 ‘잠자리 서비스’도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한때 주먹세계를 평정하던 거물급 D 씨의 얘기다. D 씨가 수감될 당시 교도소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당시 D 씨에게 어리고 가장 예쁘장한 재소자가 개인 수발을 들었는데 D 씨가 약 1년 동안 ‘심하게’ 데리고 놀았다고 한다. 어느 날 이 재소자가 ‘이대로는 못 살겠다’며 너무 괴로워 한 나머지 물이 펄펄 끓는 큰 솥에 뛰어들어 화상으로 생명이 위독할 뻔한 일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후 이 재소자는 D 씨로부터 해방됐지만 D 씨는 ‘새로운 희생양’을 찾았다는 후문이다.
한편 D 씨와 같은 거물급과 달리 일반 재소자의 경우 성폭행은 쉽게 행하기가 어렵기에 보통 성추행을 하는 경우가 일부 있다고 한다. ‘신체 애무’나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흉내 내기’가 대표적인 경우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제주교도소에서는 재소자인 김 아무개 씨(45)가 같은 방 재소자를 성추행한 사건이 일어나 수감 기간이 6개월 연장된 바 있다. 김 씨는 새벽 12시 30분쯤 다른 재소자가 자고 있는 사이 자위행위를 시작했는데 흥분을 참지 못해 그만 옆에서 잠들어 있던 재소자 E 씨의 바지 속에 손을 집어 놓고 성기를 만지는 추행을 저지른 것이다. 27세의 젊은 재소자였던 E 씨는 깊이 잠든 상황에서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또 지난 2009년 지방의 한 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했던 출소자는 “같은 방에서 잠을 자는 동료 재소자로부터 바지가 벗겨진 채 추행을 당했다”며 “담당 간수에게 이를 신고했지만 오히려 나는 독방에 갇혀야 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법무부는 지난 2003년 교도소 내 성폭력 발생 건이 한 해 평균 100여 건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현재는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법무부 관계자는 “수용자 간 성폭행 관련 징벌현황 및 대표적 사례는 별도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며 “(예방을 위해) 다른 수용자들로부터 피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수용자가 수용되어 있는 곳에 대하여 연 2회 이상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교도소 내 재소자 인권과 관련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온 천주교인권위원회 관계자는 “재소자 간 성폭행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아예 없다고 단정 짓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확한 실태조사와 확실한 예방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성희롱 절반 “여교도관한테…”
지난 2006년 서울구치소의 한 교도관이 12명의 여성 재소자를 성추행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교도관 이 아무개 씨는 가석방 분류 심사 과정에서 “좋은 심사 급수를 받도록 해주겠다”며 재소자 김 아무개 씨를 벽 쪽으로 밀며 끌어안고 옷 안으로 손을 넣는 등 성추행해 검찰에 구속됐다. 이 씨의 성추행으로 김 씨는 자살을 기도해 결국 숨지는 등 비극을 낳기도 했다.
동성 간 성추행도 암암리에 일어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06년 전국 여성 재소자 73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성희롱을 당했다”고 응답한 143명 중 절반이 ‘여성교도관’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답한 바 있다. ‘알몸 신체검사’나 일부 신체 부위를 강제로 만지는 등의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당시 설문 조사를 진행한 여성민우회 관계자는 “여성 재소자와 관련한 실태조사를 진행하면서 성추행 가해자와 관련한 교육도 함께 진행한 바 있다”며 “교도소 내부가 워낙 폐쇄적인 집단이기에 내부 성추행 사실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