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 대표팀 오승우 총감독이 1일 기자회견에서 훈련일지를 들어보이며 성추행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회견도중 눈물을 떨구기도 했다. 연합뉴스
경위서에 따르면 A가 지난 5월 31일 대표팀 훈련 도중 허리를 다치자 오 감독이 A에게 직접 마사지를 해주겠다며 커튼이 있는 치료실로 데리고 가 마사지를 하는 과정에서 A의 엉덩이와 치골을 만지고, 다리를 벌리게 하는 등 여자로서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동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다음날에도 오 감독은 A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감독님이 해주는 마사지가 좋지 않느냐. 또 해주겠다”고 했고, A가 오 감독을 두려워하며 피하자 “(대표팀) 막내가 감독에게 애교도 안 부리느냐”며 혼을 내기도 했다는 것.
심지어 A는 “대한역도연맹에 경위서를 제출하니 지난 주말 연맹 관계자가 찾아와서 이것저것을 물어봤다. 그런데 오히려 나를 몰아붙였다. 고등학생이 치골을 어떻게 아느냐는 등 마치 내가 잘못한 것처럼, 감독님을 보호하려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언론을 통해 지난 7월 31일 오 감독의 성추행 의혹이 사회적으로 크게 불거지자 대한역도연맹은 기민하게 대응했다. 31일 늦은 오후 김기동 실무 부회장 등 이사진은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 끝에 오 감독을 1개월 동안 보직 해임한다고 결정했다. 이어 오 감독이 보직 해임으로 태릉선수촌에 출입할 수 없는 1개월간 연맹은 자체 조사위원회를 통해 조사를 실시해 징계할 혐의가 있으면 오 감독에게 정식 징계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8월 1일에는 오 감독이 성추행 의혹에 대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오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A 선수가 훈련 중 15㎏ 봉을 들다 허리에 통증을 호소하더라. 그 때는 여자 전담 트레이너가 촌외 훈련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다른 여성 트레이너 2명이 있었지만 남자 선수들 훈련을 준비 중이어서 선수관리 차원에서 내가 직접 마사지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선수 치료를 한 것에 대해서는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다. 다만 선수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잘못된 일임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러나 A는 오 감독의 기자회견 직후 “감독님의 기자회견 내용을 듣고 모두 거짓말이라는 생각을 했다. 언론을 통한 오 감독님의 사과 역시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하며 오 감독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어 그는 “역도연맹에서 철저하게 조사해 진실을 가려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역도 대표팀에서 성추행 논란이 일어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함.
A가 왜 역도연맹에 경위서를 제출하며 성추행 의혹을 제기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오 감독은 “나도 그 사정을 잘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도자는 어떤 경우라도 선수들을 보호해야 한다. 운동 지도에만 집중하며 내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A는 성추행과 관련해 대한역도연맹에만 경위서를 제출하고, 아직까지는 사법기관에 따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A의 어머니는 오 감독의 기자회견 이후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오 감독의 행동에 따라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 감독은 기자에게 “기자회견을 통해 내가 소명해야 할 것은 모두 밝혔다. 이제 진상 조사 결과만 기다리겠다. 연맹 자체 조사위원회 진상 조사를 통해 만에 하나 추후 잘못된 점이 발견된다면 향후 어떠한 처벌에도 따르겠다”고 밝혔다.
역도계에서는 오 감독의 성추행 논란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오 감독이 한국 역도에 끼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역도부 감독을 맡고 있는 B 씨는 “오 감독이 A 선수에게 마사지를 하면서 취한 자세의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기 때문에 오 감독의 행동이 성추행으로 볼 수 있을지 제3자가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오 감독의 주장처럼 성별이 다른 트레이너가 선수에게 마사지를 해주는 경우가 있긴 하다”고 오 감독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면서도 “A 선수가 그동안 운동을 하면서 수도 없이 마사지를 받아왔을 텐데 오 감독에게 마사지를 받으면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거기엔 둘만의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감독과 A 선수는 성추행 논란 속에서 자신의 입장을 모두 밝혔다. 이제 대한역도연맹 자체 조사위원회의 공정한 조사만이 남은 상황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