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는 공간 감각, 창의력, 수학적 능력이 오른손잡이보다 더 뛰어나다는 설이 있지만 이에 대해 반박하는 과학자들도 많다. 사진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왼손으로 서명을 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구점에 가서 가위를 살 때면 아무런 생각 혹은 어려움 없이 원하는 가위를 골라 들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왼손잡이라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웬만해선 왼손잡이용 가위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두 가지 경우를 선택할 수 있다. 왼손잡이 전문 용품점을 통해 가위를 구입하거나, 아니면 억지로 오른손으로 가위질을 하도록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이렇게 수적으로 열세인 왼손잡이들이 겪는 불편함과 차별을 겪지 않도록 많은 부모들과 교사들은 왼손잡이 아이들에게 오른손잡이로 바꿀 것을 강요하곤 한다. 그렇다면 선천적인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로 바꾸는 게 쉬운 일일까. 함부르크대학의 정신과 교수인 힌네르크 베커의 경우를 보자. 왼손잡이인 그는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도록 강요당했다. 교사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 오른손잡이로 바꾸긴 했지만 아직도 그는 한 손으로 하는 일들, 가령 다트를 던지거나 칠판에 글씨를 쓸 때면 늘 왼손을 사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완벽한 오른손잡이가 아닌 양손잡이가 된 것이다.
노력한다고 해서 오른손잡이가 되는 것도 아니다. 독일의 미리암 프라이라는 여성 역시 초등학교 때 오른손으로 바꿀 것을 강요당했지만 이런 노력은 4~5개월 후에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독일 시사주간 <포쿠스>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이렇게 전향을 강요하는 경우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학교 측 역시 교사들에게 이런 압박을 금지하고 있다. 이유는 이런 강제 전향이 뇌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뮌헨의 ‘왼손잡이를 위한 정보 및 상담소’의 요한나 바바라 자틀러는 “피만 흘리지 않았지 뇌에 중대한 손상을 입히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때때로 오른손잡이에서 왼손잡이로 뒤늦게 바꾸는 경우도 있다. 어릴 적 무심코 오른손을 사용하도록 배웠지만 훗날 자신이 왼손잡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색소폰 연주가인 리사 마이케 뤼펠은 어릴 적부터 오른손잡이로 자랐다. 장난감을 갖고 놀 때나 그림을 그릴 때면 자동적으로 오른손을 사용했으며, 학교에서도 늘 오른손으로 글씨를 썼다. 뤼펠은 항상 어색하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다.
의문이 풀린 것은 대학에 입학한 후였다. 우연히 알게 된 후천적 왼손잡이를 통해 나도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왼손잡이로 바꿔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왼손을 사용하는 것이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놀라운 해방감이었다. 이제는 손으로 하는 모든 일들이 훨씬 쉬워졌다”고 말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왼손을 사용하기 시작한 후부터 수학에 대한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아예 전공을 바꿔서 전산학을 공부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의 차이는 무엇이며, 어떤 특징들이 있을까. 과학자들은 인류의 90%를 차지하는 오른손잡이와 10%에 불과한 왼손잡이 두 집단의 차이를 끊임없이 연구해왔다. 맥매너스 교수는 <오른손, 왼손>에서 왼손잡이들의 뇌는 오른손잡이의 뇌와 다른 구조를 갖고 있으며, 왼손잡이를 결정하는 유전자는 뇌의 언어 영역을 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왼손잡이들은 공간 감각, 감정 표현, 창의력 등이 더 뛰어나고 특히 음악과 수학에 재능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실제 전문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들을 조사한 결과, 재능 있는 연주가들 가운데 왼손잡이 비율이 많았으며, 청소년 대상 수학 평가에서도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반박하는 과학자들도 많다. 왼손잡이에 대한 가장 흔한 속설 가운데 하나도 바로 ‘왼손잡이가 더 똑똑하다’는 것인 만큼 이와 관련해서는 갑론을박이 여전히 한창이다. 맥매너스 교수 역시 “예술가들, 특히 음악가들 가운데 왼손잡이가 많다”면서도 “과학적으로는 입증된 바가 적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렇다면 아이큐는 어떨까. 멘사 협회에 따르면 회원들 가운데 왼손잡이 비율이 눈에 띄게 더 높은 것은 아니며, 아이큐 역시 잘 쓰는 손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맥매너스 교수는 <과학적 미국인>에서 호주, 미국, 영국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 왼손잡이들과 오른손잡이들의 아이큐 차이는 1에 불과하다고도 말했다.
왼손잡이에 대한 속설 가운데에는 ‘왼손잡이는 단명한다’는 것도 있다.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더 일찍 죽거나 혹은 질병에 더 잘 걸린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근거 없는 믿음은 1988년 <네이처>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 기인한 것이다. 다이앤 핼펀과 스탠리 코렌은 <오른손잡이들은 더 오래 살까?>에서 야구선수들의 사망 기록을 분석한 결과, 왼손잡이 선수들이 더 어린 나이에 사망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통계에서 비롯된 오해였다. 맥매너스 교수는 “왼손잡이 선수들은 20세기 들어 증가했다. 다시 말해 왼손잡이 선수들은 20세기 이후에 출생한 경우가 많아 사망할 경우 오른손잡이 선수들에 비해 훨씬 어린 나이일 수밖에 없었다”라고 반박했다. 이를 해리 포터 팬들에 비유한 맥매너스 교수는 보통 해리 포터 팬들이 해리 포터 팬이 아닌 사람들에 비해 나이가 어리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근래 사망한 사람들의 친척들에게 물어봐라. 고인이 해리 포터를 읽은 적이 있었느냐고. 그럼 필연적으로 그 가운데 어떤 사람은 해리 포터 광팬들 가운데 어린 나이에 사망한 사람을 찾아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는 해리 포터 독자들이 전체적으로 나이가 어리기 때문이지, 이것이 해리 포터 독자들이 일찍 죽는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왼손잡이들이 질병에 더 잘 걸린다’는 속설 역시 잘못된 것이다. 2만 1000명이 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89개의 연구 결과 자료를 검토한 결과, 맥매너스 교수는 “왼손잡이들이 질병에 더 잘 걸린다는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럼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돈을 더 잘 번다’는 속설은 어떨까. 2006년 라파예트 칼리지와 존스 홉킨스 대학의 공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어느 쪽 손을 사용하느냐와 벌이의 관계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가 없었다. 하지만 대학 졸업자들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왼손잡이들이 오른손잡이보다 10~15% 더 많이 버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영국 좌측통행은 나폴레옹 영향
▲ 버락 오바마
왼쪽부터 빌 게이츠, 오프라 윈프리, 베이브 루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그럼 이유가 뭘까. 몇몇 전문가들은 왼손잡이들이 언어적 능력에 소질이 있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수사적 능력이 특히 필요한 정치인들에게 이는 중요할 소질이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교사들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더 이상 억지로 오른손잡이가 되도록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 빌 게이츠
빌 게이츠 외에도 헨리 포드, 존 D. 록펠러, 루 거스너(전 IBM 회장) 등 성공한 왼손잡이 사업가는 많다. 전미경제조사국의 연구에 따르면 이는 ‘확산적 사고’를 좋아하는 왼손잡이 특성에서 기인한 것이다. ‘확산적 사고’란 하나의 정확한 답보다는 여러 개의 가능한 답을 산출해내는 것을 말한다. 이는 창의적 사고의 한 형태이기도 하다.
▲ 오프라 윈프리
토크쇼 여왕인 윈프리는 사업 수완도 뛰어나다. 왼손잡이 유명 여성들로는 우피 골드버그, 줄리아 로버츠, 앤절리나 졸리 등이 있다.
▲ 베이브 루스
대부분의 사람들이 루스를 ‘타격의 왕’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루스는 타자이기 이전에 투수였다. 그것도 좌완 투수였다. 1915년부터 1919년까지 투수로 활동했던 그는 통산 85승을 거뒀으며, 방어율은 2.02였다. 유명 좌완 투수로는 샌디 쿠팩스, 워렌 스판, 스티브 칼튼 등이 있다.
▲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왼손잡이였던 나폴레옹은 오른손잡이 위주로 진행되는 전통적인 군사 훈련을 거부했었다. 오른손에 무기를 들고 행진하는 것에 반대했던 그는 권력을 잡자 자신의 군대에게 방향을 바꿔 행진하도록 명령했다.
나폴레옹이 정복한 도시의 시민들 역시 좌측통행을 강요당했으며, 이런 이유에서 오늘날 영국의 차량들이 좌측통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