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노피어서’는 무슨 뜻?
해외 167개국에 수출된 <설국열차>의 영문제목은 <스노피어서(SNOW-PIERCER)>다. ‘눈(스노)을 뚫는 것(피어서)’이라는 의미로 빙하기를 맞은 지구를 덮친 추위를 뚫고 달리는 설국열차의 의미와 맞닿아 있다.
<설국열차>의 원작인 프랑스 만화의 제목은 <르 트랑스페르스네주(Le Transperceneige)>다. 프랑스 사전에도 없는 이 단어는 ‘눈의 꽃을 뚫고서’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연출을 맡은 봉준호 감독은 “시적인 표현이라 한다. 그래서 <설국열차>의 영문 제목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스노피어서>라고 서정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설국열차> 제작 현장과 2011년 봉준호 감독이 직접 그린 열차 최초 도면.
<설국열차>를 본 관객들은 영화평을 올리며 “양갱을 먹으며 관람하라”고 권하고 있다. 영화를 봤다면 누구나 알아들을 이야기다.
극중 반란을 일으키는 꼬리칸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식량은 마치 양갱처럼 생긴 ‘프로틴(단백질) 블록’이다. 영화 중반 이것을 만드는 재료가 바퀴벌레로 알려진다. ‘세상이 멸망해도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생명체가 바퀴벌레’는 말이 있듯이 바퀴벌레는 인류 최후의 식량이 되고 있다.
실제 단백질 블록은 바퀴벌레가 아닌 미역과 설탕을 섞어 만든 젤리다. 달면서도 오묘한 맛이 나는 단백질 블록을 먹는 것은 배우들에게 고역이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배우들이 이 맛에 중독되면서 간식용 단백질 블록을 따로 준비해두었다고 한다.
# 제작 기간 ‘2개월 28일’
<설국열차>의 개봉을 앞둔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은 “2개월 28일 만에 찍었다. 3개월이 못 되는 시간이었다. 좋게 말하면 합리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빠듯한 시간이었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의 전작인 <마더>(90회차)보다 적은 72회차 만에 촬영을 마쳤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한국 영화 최고 제작비가 투입된 <설국열차>의 제작 기간은 10년이었다. 2004년 겨울 홍익대 앞의 한 만화가게에서 원작 만화를 접한 봉 감독은 선 채로 단숨에 책을 읽어내려 갔고 곧바로 영화화를 결심했다. <설국열차> 프로젝트는 봉 감독의 2006년작인 <괴물>보다 먼저 시작된 셈이다.
제작자로 나선 박찬욱 감독은 2006년 말 원작 판권 계약을 맺었고 봉준호 감독은 <마더>가 개봉된 후 1년 뒤인 2010년 9월 초고를 완성했다.
대본 수정을 거친 후 캐스팅을 시작했고 체코 바란도프 스튜디오로 이동해 2012년 4월 16일 첫 촬영을 시작했고 7월 14일 크랭크업됐다. 총 72회차의 촬영은 이렇게 2개월 28일 만에 마무리됐다.
주연배우 크리스 에반스는 자비를 들여 LA까지 날아와 오디션에 참가해 배역을 따냈다.
봉준호판 ‘노아의 방주’인 설국열차에는 다양한 인종이 탑승했다. 당연히 다국적 배우들이 캐스팅됐고 그 속에는 충무로 간판 배우를 비롯해 할리우드 스타, 영국 출신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합류했다.
주인공 커티스를 연기한 배우는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캡틴 아메리카 역을 맡아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크리스 에반스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러브콜을 받기 전 스스로 오디션에 참가해 배역을 따냈다. 미국 보스턴에 머물고 있던 그는 자비를 들여 LA까지 날아와 오디션에 참가했고 순번을 기다려 오디션을 치렀다.
자본주의의 산물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주인공이 저예산(미국 기준으로) 영화인 <설국열차>에 스스로 출연하길 원했다는 것은 놀랍다. 봉준호 감독은 “국내 관객들은 크리스 에반스가 출연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만 기억하지만 그는 틈틈이 진지한 주제를 다룬 영화에 출연해왔다”고 전했다.
영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인 존 허트와 틸다 스윈튼은 가장 먼저 <설국열차>에 탑승했다. 평소 봉준호 감독의 팬이었던 두 배우는 출연 요청을 받고 흔쾌히 수락했다는 후문. 무게감 있는 두 배우가 합류하면서 나머지 캐스팅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물론 <살인의 추억>과 <괴물>의 출연했던 ‘봉준호의 페르소나’ 송강호는 시나리오도 읽기 전 일찌감치 출연을 결정했다.
극중 꼬리칸 사람들의 식량인 단백질 블록은 미역과 설탕을 섞어 만든 젤리다.
<설국열차>는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 박찬욱이 만들고 봉준호가 찍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태생이 감독이라 어떤 방식으로 협업했을지 궁금하다.
박찬욱 감독은 후배 봉준호 감독의 연출 스타일을 존중하며 자신의 역할을 제작자에 국한시켰다. 원작 판권 구입은 박 감독의 몫이었고 시나리오부터 연출은 온전히 봉 감독에게 맡겼다.
<설국열차>의 촬영장에도 박찬욱 감독은 딱 한 번 방문했다. 같은 시기 뉴멕시코에서 영화 <스토커>를 촬영 중이었기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은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 안에서 <스토커>를 연출한 박찬욱 감독은 촬영 중 다른 영화에 관여할 수 없는 계약을 맺었다. 때문에 <스토커>의 촬영을 마친 후 처음 체코로 날아올 때까지는 문자메시지와 전화통화를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박찬욱 감독은 캐스팅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설국열차>의 수장인 윌포드 역을 두고 더스틴 호프먼을 비롯해 여러 배우와 접촉했지만 소득을 얻지 못했다. 이때 박 감독은 미국 배우 에드 해리스를 떠올렸고 봉준호 감독의 러브콜을 받은 에드 해리스는 가장 늦게 <설국열차>에 탑승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