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제가요?”
상금 3000만 원이 걸린 제2회 ‘창간 20주년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수화기 너머 김영오 작가(36)의 목소리는 떨렸다. 자다 깨서 통화한다는 그는 진짜 꿈인 듯싶었단다. 김 작가는 지난 1996년 만화 출판사 신인 만화공모전에서 수상, 데뷔했다. 군복무 후 1999년 학원물 <발작> 연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만화가의 삶을 살아온 그는 지난해엔 <주홍나비>라는 단행본을 출간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좀비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를 소재로 자극적이고 유쾌한 만화를 그려보고 싶은 마음에 <DEAD BLOOD-731>을 구상해 4개월간 홀로 작업했다”며 “앞으로 <일요신문> 연재를 통해 정말 재미있는 만화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영오 작가의 대상 수상 소감.
“예전에 한국의 만화시장이 어렵다는 뉴스가 나올 때 시골(전북 고창)에서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네 만화책은 잘 팔리냐’며 ‘힘들면 내가 네 만화책 열 권 사줄까?!’라고 하셨지요. 5남 1녀의 막내로, 다른 친구들의 어머니보다 더 연로하신 할머니 같고, 소녀 같은 어머니의 마음에 웃음과 서글픔이 남았습니다. 그 연세에 지금도 소소한 농사일을 하시며 서른이 훌쩍 넘은 막내아들에게 항상 밥걱정을 하시는 어머니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거액의 상금이 걸린 만화공모전. 이건 단순한 눈요기 거리가 아닌 만화의 값어치를 높여준 희생이라 보입니다. 공모전을 주최해주신 일요신문사 관계자분들에게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응모작을 봤을 때 저보다 더 잘 그리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제가 과분하게도 대상을 수상하게 되어 기쁘기도 하지만 죄송하기도 합니다.
막상 대상 수상이라는 연락을 받고 지금까지도 기뻐해야 하는데 너무 믿기지 않는 일이라서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대한민국 만화계에 이런 대형 공모전이라는 무대가 만화를 꿈꾸는 분들과 침체된 출판만화시장에 활력소가 되리라 믿습니다.”
<붉은 알약> 김경민
“접었던 꿈 펼치자 이런 행운이…”
1978년생으로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2002년 순천대학교 만화예술학과를 졸업한 김경민 작가는 수상자 중 가장 신예다. 경력은 대학을 졸업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허영만 화실 문하생이 전부. 그런 그를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이 다시 만화계로 돌아오게 했다. 다음은 수상 소감.
“그동안 만화가 아닌 다른 일들을 하면서 만화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꿈을 포기하지 말자며 정말 오랜만에 다시 펜을 잡고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촉박한 마감시간과 의도대도 진행되지 않는 작업에 힘들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태어나 처음으로 5편까지 그리게 되었네요. 참가에만 의미를 두고 나름 만화의 끈을 놓지 말고 계속하자는 의지의 작업이었는데, 이렇게 우수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고리> 허재호
“공모전 통해 내 스타일 찾아”
<고리>의 허재호 작가(43)는 1996년 서울문화사 <영점프>에 <도망자>로 데뷔했다. 이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알랑방구> 등을 연재했으며 2007년과 2009년 <파이팅>, <페이스오프>가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원작에 당선됐다. 최근엔 만화 사이트와 학습지 등에 연재 중이라고 한다. 다음은 수상 소감.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을 잊고 있다가 뒤늦게 기억나 매달려 작업했던 탓에 큰 기대는 안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껏 아이들 관련 만화만 그리다 오랜만에 하고 싶은 스타일로 그림을 그리니 정말 재미도 있었고 더구나 이 같은 좋은 결과를 얻고 보니 너무 기쁠 따름이네요. 좋은 기회를 얻은 만큼 더 열심히 하고 좋은 만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환향> 송동근
“작품 완성시킬 동력 얻었어요”
1997년 SICAF(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애니메이션 공모전 부문상을 수상한 송동근 작가(42)는 각종 매체 연재와 <지문사냥꾼>, <어린이를 위한 경제의 역사> 등 단행본 출간을 이어가고 있는 중견 작가다. 올해는 상복이 터졌는지 지난 8월엔 <피터 히스토리아>로 ‘부천만화대상’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다음은 수상 소감.
“스스로 작품에 대한 확신보다는 미련이 많아서인지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수상을 하게 됐다니 큰 힘이 됩니다. 앞으로 <환향>을 꼭 완성시키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이 대한민국 대표 만화공모전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