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문항. “1228명 중에 바둑 둘 줄 안다고 대답한 사람은 310명, 25.2%였다”고 한다. 갤럽은 지난 자료를 곁들여 소개하면서 “1992년에 36%였던 것이 2004년에는 20%까지 내려갔지만, 2010년대 들어 소폭 증가해 25%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바둑을 둘 줄 아는 사람은, 남자는 43%, 여자는 7%였으며 특히 남자는 나이가 많을수록 바둑 둘 줄 아는 사람도 많아 40대는 절반가량, 50대 이상에서는 60% 이상이 바둑을 둘 줄 안다고 응답했고, 여자는 연령대 별로 큰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2번 문항. “바둑을 둘 줄 아는 사람들 중에서는 57%가 지난 1년 사이에 오프라인 또는 온라인으로 바둑을 둔 적이 있다고 대답했는데, 오프라인 대국은 고연령일수록 많았고, 온라인 대국은 40대에서 가장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2004년의 70%에 비교하면, 바둑 인구는 늘어났지만, 대국 경험자는 10% 포인트 이상 감소했다”는 것.
3번 문항. “고급(5급 이상)이 27%, 중급(6~10)급이 18%, 저급(11급 이하, 모름) 54%인데, 남자는 나이가 많을수록 고급자도 많아 50대 이상에서는 고급 쪽이 40%에 육박했고, 여자는 실력별 분포가11%. 0%, 89%였다”고 한다.
4번 문항. “2004년 조사 때는 ‘좋아하는 바둑기사’ 4위였던 이세돌 9단이 이번에는 15%로 1위를 차지했고, 이창호 9단이 13%, 간발의 차이로 2위. 다음은 조훈현 6%, 조치훈 3%, 최철한 1%, 박정환 1%”의 순이었으며 “우리 국민 10명 중 7명(70%)은 ‘좋아하는 바둑기사가 없다(모르겠다/생각나지 않는다)’고 답해 바둑 강국 명성에 비해 바둑기사에 대한 인지도와 관심 수준은 낮은 편이었다”고 설명했다.
5번 문항. “20%가 ‘관심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바둑 프로그램 - 기사에 대한 관심은 남자가 30%인데 비해 여자는 9%는 불과했고, 고연령일수록 증가해 20대는 6%에 그쳤으나 50대는 30%에 달했으며, 바둑 둘 줄 아는 사람 중에서는 절반 정도가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는 것.
대충 이런 정도가 갤럽이 발표한 내용인데, 다음과 같은 것들이 궁금하다. ‘바둑을 둘 줄 아느냐’는 질문이 무슨 의미인지. ‘바둑 둘 줄 아는 사람’이 곧 ‘바둑 인구, 바둑 동호인, 바둑 팬’을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바둑을 둘 줄은 알지만, 바둑을 좋아하지는 않는’ 사람들도 있다고 보는 것인지. 만일 ‘둘 줄 알지만 좋아하지는 않는 사람들 숫자를 파악하는 것’이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따라서 설문의 내용이 ‘평소 바둑을 즐기는지, 즐기는 데 드는 비용은?’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국민 중 25%가 바둑을 둔다는 것, 네 사람 중 하나는 바둑을 둔다는 것, 이것도 과연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인지. 바둑 인구는 아직 거의 남자이니, 이건 갓난아이든 노인이든 남자 두 사람이 있으면 한 사람은 바둑을 둔다는 얘기다. 그럴까. 1980년대에 이미 우리 바둑계에는 “여론조사기관에서 발표한 것”이라면서 “한국 바둑 인구 1000만”이라고 자랑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좋은 뜻으로 그렇게 말한 것인데, 난센스였다. 지금도 그렇다. 우리가 5000만인데, 25%면 1000만이 넘는다. 역시 난센스다. 우리 바둑 인구? 전문가들은 200만~300만으로 추정한다. 그게 근사치다.
“2004년에 20%까지 떨어졌다가 2010년대 들어 소폭 증가해 25% 이른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느낌이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5년 무렵까지는 우리 바둑의 전성기로 세계 최강을 구가하던 시기였다. 중국이 쫓아오기 시작한 것은 2005년이 지나서였다. 그런데 1990년대부터 2004년까지 인구가 계속 줄다가, 2010년대 들어 다시 늘어나는 것 같다는 얘기는, 개념 없는 설명이라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바둑 실력을 ‘5급 이상의 고급’, ‘6~10급의 중급’, ‘11급 이하와 모름’으로 구분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여자 중급 0%’라는 것은 심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통계에서 0%라는 게 도대체 뭔가. 실제로도 여자 바둑의 최소한 절반 이상이 중급인데 말이다.
좋아하는 바둑기사. ‘바둑기사’는 ‘프로기사’ 또는 ‘전문기사’라고 해야 한다. 요즘은 대부분 프로기사라고 한다. 서 9단은 젊은이들에게 밀려난 후에도 팬들의 뇌리에는 변함없이 ‘명인전의 사나이’ ‘순국산 된장(고추장)바둑’ ‘야성의 표범’ ‘야전군 사령관’ ‘진로배 9연승 신화의 주인공’ 등의 별명과 이미지로 남아 있었다. 더구나 최근에는 삼성화재배, 지지옥션배 등에서 연전연승, 합하면 10연승으로 한 달 가까이 화제를 뿌렸으니까 말이다.
외람된 얘기이겠으나, 여론조사를 위한 사전 연구나 자료 준비가 미흡했다는 생각이 든다. 바둑의 사회적 비중이 이 정도여서 그런 것인지. 그러나 기왕 조사하는 것이라면 좀 더 현실성 있는 수치, 실감이 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이광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