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는 서울대, 중앙대, 경희대 등 11개 대학 동아리와 30개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서울 관악구에는 미래의 꿈과 희망을 찾아가는 아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지식복지사업의 일환으로 2012년 전국 최초로 ‘175교육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다양한 문화·예술·체육·진로·학습 프로그램을 마련한 탓이다.
관악구 아이들의 꿈과 희망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돈키호테’ 유종필 구청장이다. 2012년 주5일 수업제 실시로 가정의 사교육과 돌봄에 대한 부담 증가를 우려한 유 구청장은 ‘175교육지원센터’를 기획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관악구에서 청소년 교육사업에 집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주변에선 다들 “말도 안 된다”며 만류했다고 한다. 하지만 유 구청장은 머리를 숙여가며 지역사회의 참여를 설득했다. 관악구에 위치한 서울대, 중앙대, 경희대, 숭실대 등을 돌며 대학생 동아리, 교수진, 연구진 등의 협조를 얻었다. 그 결과 불가능한 꿈을 이뤘다. 관악구는 2012년 11억 4000만 원, 2013년 16억 5000만 원이라는 예산을 들여 175교육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감성 톡톡(talk talk) 멘토링’은 2012년 5개 대학의 동아리와 22개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올해에는 11개 대학 동아리와 30개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200여 명의 멘티가 대학생 언니, 형들과 즐거운 토요일을 보내고 있다. 대학생 형, 누나가 멘티들과 미술, 요리, 체육, 과학, 연극 봉사 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진로와 고민을 상담하는 등 참여 청소년들의 롤 모델 역할을 수행한다.
서울대학교 교수진도 지역사회 교육복지를 위한 재능나눔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세계 최초로 개 복제에 성공한 수의대 이병천 교수는 지난해부터 관악구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생명복제에 대한 쉽고 재미있는 특강과 복제견(犬) 스너피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생명과학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매번 강의가 끝난 후에 학생들의 사진촬영과 사인 공세가 이어져 스타 교수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대학생 멘토들과 체육 활동을 함께하는 청소년 멘티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은 봉사동아리 프로보노와 함께 법 관련 특강과 모의법정 등 ‘법 체험교실’을 운영해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법을 좀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인문대학은 문학, 역사, 철학 등 인문학 분야별로 교수진이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강의를 진행하는 ‘서울대로 떠나는 인문학 산책’을 운영할 계획이다.
지역 내 전문가들도 175교육지원센터 프로그램에 뜻을 같이하며 재능나눔에 동참하고 있다. 올해 4월부터 진행된 ‘청소년 음악 아카데미’는 관악구에 거주하는 성악인의 재능나눔 사업으로 진행됐다. 성악가를 꿈꾸거나 음악에 취미가 있는 46명의 청소년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원예 사업에 30년간 종사한 권 아무개 씨(57)도 175교육지원사업의 뜻에 동참해 재능나눔을 실천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재활용 텃밭 가꾸기’ ‘꽃바구니 만들기’ 등 원예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인헌동에 거주하는 학부모 양 아무개 씨(38)는 “매주 토요일마다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막막했는데 관악구청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 벤치에서 책을 읽으며 배움의 시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길중 기자 ilyo11@ilyo.co.kr
“‘지식복지’ 다함께 누려요”
―지식복지란 무엇인가.
“요즘 가난한 집 아이들도 굶지는 않지만 마음껏 책을 사보기는 어렵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은 본인의 몫이지만 출발선에는 누구나 같이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민의 꿈과 상상력을 북돋기 위해 추진한 것이 지식복지다.”
―175교육지원센터는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나.
“175교육지원프로그램은 문·예·체를 모두 망라하고 있다. 인성교육에 무게를 두면서 단편적인 배움보다 꿈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자기주도 학습’ ‘토요체험교실’ ‘창의인문학’ ‘대학생과 연계한 톡톡 멘토링’ 등 8개 분야 23개 프로그램이다.”
―도서관사업을 하는 자치단체는 많다. 관악구만의 자랑은.
“개인적으로 좋은 도서관의 기준을 ‘접근성’과 ‘편의성’에 두고 있다. 집 가까이 있어 쉽게 이용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책을 빌려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걸어서 10분 거리 도서관’ ‘유비쿼터스 도서관’ ‘책나래 서비스’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자료를 검색하고 빌려볼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취임 초 5개에 불과했던 도서관을 지하철역 무인도서관을 포함해 27개로 늘렸다. 내년까지 40개 이상으로 늘려갈 것이다. 관내 어느 곳에서나 10분만 걸으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지식복지사업을 추진한 성과는.
“지난 1년 6개월간 175교육지원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이 3만 1100명이다. 우리 구 전체 초·중·고생 4만 5000여 명의 69%가 참여했다. ‘대학생 멘토링사업’에는 서울대, 중앙대 등의 대학생 1140명이 멘토가 되었고, 수혜 학생은 4045명에 이른다. 2010년 말 7만 3000명이던 도서관 회원이 현재 11만 5000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전체 구민의 22%가 도서관 회원이다.”
김길중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