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통해 공개된 녹취록의 당사자인 김근래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오른쪽)과 김홍열 경기도당 위원장이 8월 30일 반박 기자회견을 했다. 아래는 8월 29일 통합진보당 관계자들이 연 ‘박근혜 정권의 내란조작·공안탄압 규탄 기자회견.’ 박은숙 기자
경기동부연합은 지난해 통합진보당 분열 사태 당시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당내 최대 파워·핵심 세력으로 떠오른 바 있다. 물론 조직 내 핵심으로 지목된 당내 인사들 대부분은 ‘실체조차 없는 것으로, 우파세력과 보수언론의 조작’으로 규정지으며 현재까지 조직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보수언론에 의해 조직 내 핵심 위원급으로 지목된 바 있는 한 통합진보당 인사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마디로 모든 실체는 보수진영의 극악무도한 매카시즘으로 인해 날조된 것”이라며 “우리의 본질은 순순히 지역 내 참다운 민주주의를 실현시키는 데 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향 인사들의 증언이나 지금까지 언론에 의해 공개된 리스트 등을 염두에 둘 때, 조직의 존재는 어느 정도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동부연합은 지난 1991년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 전국농민회총연맹, 한총련의 전신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등 14개 운동단체와 13개 지역운동조직이 참여해 결성한 전국연합의 지역조직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전국연합 내 경기도 용인, 성남 등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하부조직인 셈이다. 초창기에는 ‘경기남부연합’으로 불렸다고 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기동부연합 내 핵심 세력의 성격이다. 바로 과거 북한 지하당으로 지목됐던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출신 인사들. 1989년 민혁당의 전신 격인 반제청년동맹이 결성됐다. 주축은 김영환 하영옥 씨, 그리고 이석기 의원이다. 1992년 반제청년동맹은 민혁당으로 개편됐으며 당시 김영환 씨가 중앙위원장을 맡았고 하영옥 씨는 중앙위원으로 위촉됐다. 이석기 의원은 민혁당의 지역도당 성격인 경기남부지역위원장을 맡았다. 이 의원은 당시만 해도 중앙위원이자 선배였던 하영옥 씨의 직접적인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고 한다. 현재도 하영옥 씨가 경기동부연합에 상당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설이 존재하기도 한다.
민혁당은 지난 1997년 북한의 식량난 사태와 주체철학의 창시자로 유명한 황장엽 노동당 비서의 귀순으로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김영환과 하영옥, 이석기의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위기를 맞게 된다. 결국 북한과의 단절과 전향을 꾀한 김영환 씨가 민혁당 해체를 선언하면서 겉으론 역사 속 뒤안길로 사라졌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2003년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이석기 의원은 민혁당 재건파 이외에 성남 재야세력, 한국외국어대학 용인캠퍼스 출신 인사, 한총련, 한대련 등 학생 인사들과 결합하며 현재의 경기동부연합 세력을 이루게 된다. 이러한 경기동부연합은 민주노동당을 통해 현실 정치에 참여해 당을 실질적으로 장악했다는 것. 현재 국정원이 지목하고 있는 RO 조직 역시 이석기 의원이 출소한 2003년부터 ‘산악회’라는 명목으로 조직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동부연합이 지난해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이 조직에 대해선 알려진 것보다 감춰진 것이 더 많다. 무엇보다 이석기 의원이 민혁당 해체 이후 나섰던 재건 작업이 실제 이뤄졌는지, 이뤄졌다면 어떤 인물을 중심으로 어떤 방식에 의해 어느 수준까지 이뤄졌는지가 여전히 미스터리다. 이 과정의 실체가 드러나야만 현재의 경기동부연합의 실질적의 성격과 규모,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점은 이번 국정원 수사로 인해 경기동부연합이 가장 큰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기자와 만난 한 전향 인사는 “이석기 의원을 포함해 이번에 수상대상에 오른 인물들은 하나같이 경기동부연합의 핵심”이라면서 “아마도 국정원의 칼날은 통합진보당을 넘어 경기동부연합의 실질적인 와해에 있는 것 같다. 조직 자체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다시금 재건되려면 꽤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사실상 조직 와해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수사의 핵심은 경기동부연합의 실질적 주축세력이 민혁당 재건파인 만큼 북한과 직접 접선한 증거를 찾을 수 있느냐 여부다. 현재로선 내란혐의에 머물러있지만, 간첩 혐의까지 드러날 경우 경기동부연합의 와해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