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문 전 부사장
조세범칙조사란 일반 세무조사와는 달리 피조사기관의 명백한 세금탈루 혐의가 드러났을 경우 실시하는 세무조사다. 세금 추징이라는 행정적 목적의 일반 세무조사와는 달리, 조세범칙조사는 이중장부, 서류의 위·변조, 허위계약 등 기타 부정한 방법에 의해 조세를 포탈한 자에게 조세범처벌법을 적용할 목적으로 실시하는 사법적 성격의 조사다. 조사 결과에 따라 검찰 고발까지 이뤄지게 된다.
이보다 앞서 독립 언론 <뉴스타파>는 지난 5월 22일 245명의 한국인이 해외의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설립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명단에는 조석래 회장의 막내 동생인 조욱래 DSDL(옛 동성개발) 회장과 그의 장남 조현강 씨도 포함됐다.
이로부터 정확히 1주일 후인 5월 29일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과 중부지방국세청 조사국 직원들이 서울 공덕동 효성 본사를 방문해 회계거래 장부 등을 확보하면서 본격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효성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홍콩과 싱가포르 등 해외법인을 이용해 누락하는 방식으로 거액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효성 이외에도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운용한 것으로 알려진 OCI를 비롯해 역외탈세 혐의자들에 대해 일제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효성의 세무조사가 조욱래 회장의 탈세 여부를 가려내기 위한 특별 세무조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조세범칙조사로 바뀐 것을 미뤄볼 때 3개월여의 세무조사 과정에서 구체적인 세금탈루 혐의가 포착된 것으로 보인다.
효성에게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바로 조현문 전 부사장이다. 조 전 부사장이 최근 아버지인 조 회장을 비롯한 효성가의 비리 파일을 확보하고 이에 대한 검찰 제보를 검토하고 있다는 루머가 확산된 때문이다. 효성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리는 경영현안을 떳떳하고 적법하게 처리해 왔다. 그런 파일은 있을 수 없다”며 “근거 없는 루머를 함부로 퍼뜨리는 사람에 대해서는 수사 의뢰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매끄럽지 않은 방식으로 효성과의 관계를 정리했음에도 효성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조 전 부사장이 입을 열 경우 회사뿐 아니라 오너 일가가 위험에 처하는 것은 시간 문제이기 때문에 현재의 효성으로선 가장 경계해야 할 상대인 셈이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이 국세청의 조사 결과 발표와 때를 맞춰서 비리 파일을 폭로할 경우 효성은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에 시달리게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효성가는 이와 관련해 다각도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실제 조 전 부사장은 효성가로부터 가출(?)을 감행한 이후에도 효성을 상대로 확실한 대립구도를 보여주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6월 25일 효성그룹의 계열사인 트리니트에셋매니지먼트 등 두 곳을 상대로 ‘이사변경 등기절차 이행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고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는 진정서까지 제출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당시 “지난해 3월과 6월 효성 계열사인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및 (주)신동진의 이사직을 사임했지만 1년이 넘게 이사 변경등기를 하지 않고 있는데,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일반 대중은 내가 사임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두 회사는 여전히 내가 이사인 것처럼 허위 공시까지 하고 있다”며 “이사변경등기 절차를 조속히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효성측은 “현재 이사변경등기는 완료된 상태다. 사임계를 제출하면 법적 효력이 바로 발생하는데 굳이 소송을 통해 해결하려는 의도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은 이로부터 한 달 뒤인 지난 7월에는 자신이 주주로 있는 더클래스효성, 효성토요타,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주)신동진 4개 회사에 대한 회계장부 열람 등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수입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계열사들은 방만 경영으로 오히려 적자폭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그는 이 같은 조치를 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 관계자는 “모든 경영사항은 투명하고 적법하게 처리했다. 조 전 부사장이 회사 경영자였으니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 동안 회사 경영자로서 얼마든지 경영 현황을 알 수 있었건만 갑자기 회계장부 등을 보겠다고 소송을 제기하니 그 의도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비리 제보설 등에 대해 조 전 부사장이 고문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법무법인 현’의 공승배 대표변호사는 “(조 전 부사장이) 고문 변호사이긴 하지만 고객 유치를 위해 해외에 장기간 계속 머무르며 한 번도 사무실에 출근을 한 적은 없다”며 “가끔 통화는 하지만 해외에 있다는 사실뿐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조 전 부사장은 효성에서 나온 지난 2월 28일 아내인 이여진 변호사와 함께 현의 고문변호사로 영입됐으나 공 대표의 권유로 영입 다음날인 3월 1일 해외 동반 출장길에 오른 바 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