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들이 지난 8월 30일 새벽 이석기 의원 사무실에서 압수물품을 내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010년부터 RO를 내사해온 국정원이 최근 들어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전 통합진보당원 이 아무개 씨의 제보 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의원 체포동의서에 적시된 바에 따르면 이 씨는 국정원에 RO의 강령, 목표, 조직원 의무, 보위수칙, 조직원 가입절차, 주체사상 교육과정, 총화사업, 조직원들의 활동 동향 등에 대해 진술했다. 이 씨가 3년 동안 RO의 각종 회합과 개인적인 대화를 몰래 녹취한 분량은 5000쪽에 이른다. 이에 대해 진보당 측은 “국정원이 이 씨를 거액에 매수했다”고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국정원은 이 씨가 재판에서 적극적으로 진술을 해줄 경우 내란음모 혐의를 입증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진보당 주변에선 이미 신분이 노출된 이 씨가 과연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지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국정원 역시 ‘프락치’로 낙인 찍힌 이 씨가 심리적 부담감을 느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 씨는 국정원이 공개수사에 나서기 직전 가족과 함께 모습을 감췄는데, 해외잠적설, 국정원보호설 등 여러 소문이 나돌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 일각에선 국정원이 이 씨 외에 또 다른 제보자를 확보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어 관심을 끈다. 국회 정보위 소속의 한 의원은 “이 씨 말고도 제보자가 한두 명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여성으로 알려진 제보자는 이 씨보다 ‘거물급’으로 국정원에 결정적인 자료를 제출했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이번 수사가 지지부진하거나 재판에서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국정원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 역시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을 국정원이 수사에 나섰다는 것은 곧 확실한 히든카드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앞서의 정보위 소속 의원은 “국정원이 제보자를 쉽게 공개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재판이 어려워지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진보당으로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