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들이 트위터와 채팅사이트에 올린 ‘변녀 구함’ ‘조교 구함’ 글.
물론 연락이 닿는다고 해서 무조건 만나는 것은 아니다. 미성년자이다 보니 대체로 온라인이나 휴대전화로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은 것. 두 사람이 은밀하게 섹스팅을 하거나 지속적으로 야한 농담을 주고받는 것은 평범한 축에 속한다. 일부 학생들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적인 사이트를 이용해 변태적인 행위를 한다. 서로 은밀한 부위를 촬영한 사진을 올려 그에 대한 평가를 하거나 음담패설을 나누며 서로 흥분시키는 것이다. 만약 복종관계를 맺었을 경우에는 인신공격 수준을 넘어서는 온갖 욕설이 난무하는 대화도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흥분을 하기도 한단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김 아무개 군(17)도 ‘구함’ 마니아다. ‘17살, 친하게 지낼 변녀 구함’을 SNS 아이디로 사용할 정도다. ‘변녀, 변남’이란 일반적인 이성 친구의 범위를 벗어나 음담패설을 나누거나 오로지 성관계를 목적으로 만나는 상대방을 뜻한다. 김 군은 지난달 이 같은 아이디로 여러 명의 여성들과 음란한 대화를 나눴다. 그러다 흥분하면 영상통화로 자신의 주요 부위를 보여주거나 자위하는 동영상을 전송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김 군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남자성기 사진을 프로필로 내걸었더니 인기가 대단했다. 여자들이 먼저 ‘변녀가 되어주겠다’며 말을 걸어왔다. 17살이라고 밝혔더니 초·중등학생도 많이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김 군은 그들과 음담패설을 나눈 자신의 SNS를 보여줬는데 “내꺼 만질래?” “내가 더럽혀줄게” 등 도저히 미성년자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대화들만 가득했다.
‘구함’을 통해 성적 욕구를 달랬던 김 군은 점점 강한 자극을 원했고 급기야 동성연애까지 관심을 보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김 군은 “남자와 화상 채팅을 해본 적도 있다. 하지만 SNS 관리자에게 음란물 게시 등의 이유로 계정을 삭제당해 한동안 ‘구함’을 하지 못해 호기심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변녀, 변남’에서 한 술 더 떠 조교나 노예를 구하는 글도 유행하고 있다. 조교란 성에 대한 가르침을 준다는 의미에서 사용되며 노예는 주인이 원하는 모든 성적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조교의 경우 자위방법, 성관계 기술, 성감대 찾는 법 등을 가르쳐주며 실습이라는 명목으로 실제 성관계를 맺는 경우도 종종 있다. ‘노예 구함’ 글에 응한 미성년자들은 주인이 시키는 행위는 무엇이든 한다. 주인이 ‘나체로 무릎을 꿇고 하루 종일 있어라’ ‘특정 자세로 자위행위를 하라’ ‘샤워를 하라’ 등의 요구하면 웹캠이나 휴대전화 등으로 증거사진을 보내는 식이다.
기자는 이 같은 ‘구함’ 열풍을 직접 체험해보고자 지난 4일 자정 무렵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카페 채팅에 참여해봤다. 30여 명의 학생들이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절반가량은 파트너를 찾느라 여념이 없었다. ‘변녀, 변남, 노예, 제자’ 등이 금지단어라 직접적인 표현은 사용할 수 없었으나 ‘빨간 사진 교환하실 분’ ‘야톡(야한 카카오톡) 하실 분’ ‘뜨거운 시간 보내실 분’ 등의 표현으로 파트너를 구하고 있었다. 개중에는 용돈을 주겠다며 만남을 제한하는 사람도 있었다.
귀여운 동갑내기 변남을 찾는다는 여고생에게 말을 걸어봤더니 대뜸 학생증 공개를 요구하며 나름의 신분 확인을 시도했다. 어쩔 수 없이 기자임을 밝히자 화를 내던 여고생은 “왜 구함을 하느냐”는 질문에 “성욕 해소를 위해 구함을 하기도 하고 관심을 받고 싶어 글을 올리기도 한다. SNS에 ‘변남 구함’이라는 글을 올리면 순식간에 친구들이 많아진다. 그러면 인기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는 말만 남기고 사라져버렸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전번 도용당하고…돈 뜯기고…
여러 이유로 ‘구함’ 열풍에 뛰어드는 청소년들. 하지만 범죄에 이용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중학생 박 아무개 군(15)도 호기심에 자신의 블로그에 전화번호와 함께 ‘변녀 구함’ 글을 올렸다 혼쭐이 났다.
박 군은 “글을 올리자마자 계속해서 연락이 왔다. 초등·중학생이 많았고 어른들도 있었다. 처음엔 재밌어서 야한 사진도 찍어 보내고 변태적인 대화도 나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전화번호가 음란물 사이트에서 도용당한 것을 알게 됐다”며 “뒤늦게 글을 삭제했으나 이미 퍼진 전화번호는 어쩔 수가 없었다. 결국 경찰서에서 음란물 유포와 관련해 연락이 왔고 부모님까지 알게 돼 크게 혼이 났다”고 말했다.
박 군처럼 무심코 자신의 아이디나 전화번호, 아이피를 공개하며 ‘구함’ 글을 올렸다 도용을 당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간혹 담임교사나 부모님들이 지도차원에서 인터넷에 학생들의 전화번호를 검색하는 일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성범죄에도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40대 아저씨에게 조교 받고 싶은 변녀 구함’ 등의 글처럼 청소년들의 성적 호기심을 악용하는 사례가 있는 것. 실제 청소년 성 상담실에는 유사한 사례로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한다. 또한 ‘구함’ 글을 올린 사람이 먼저 신체사진이나 동영상을 요구한 뒤 ‘음란물 유포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요구해 도움을 청하는 청소년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