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차남 전재용 씨.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현재 검찰이 전두환 일가로부터 압류한 재산은 시가로 따질 때 최대 1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49만 5000㎡(약 15만 평) 달하는 경기도 오산 땅만 해도 500억 원에 매매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며 장남 재국 씨 일가 소유의 경기도 연천 허브빌리지 부지 역시 13만 200㎡(약 4만 평)에 이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울 이태원 빌라, 현금자산, 미술품 등도 압류 목록에 포함된 만큼 수백억 원은 쉽게 거둬들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검찰이 압류된 재산을 지나치게 부풀려 평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자진납부 결정에는 차남 재용 씨가 주도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전해지는데 직접 검찰에 납부계획서까지 전달했다고 한다. 이에 검찰은 재용 씨에게 압류된 재산을 포기하며 발생하는 예상 금액 800억 원을 제하고 추가로 200억 원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나머지 600억 원가량은 이행각서를 작성해 순차적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다.
경기도 오산 땅 15만 평은 재산적 가치가 500억 원에 달하지만 덩어리가 워낙 커 현금화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일단 검찰이 압류한 전 씨 일가의 부동산은 ‘덩어리’가 크다. 재산적 가치가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오산 땅은 무려 15만 평에 달하는데 경매 전문가들은 “이를 한 번에 낙찰받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 미지수”라고 평했다. 만약 낙찰자가 계속 나타나지 않을 경우 현금화까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예상할 수 없으며, 땅을 분할할 경우 가치가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법무법인 열린의 경매전문 정충진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경매 수요층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시가보다는 5~10% 저렴한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다. 물론 경매에 나온 부동산들이 향후 개발 가치가 있다고 예상되면 프리미엄이 붙어 감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경매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전 씨 일가의 부동산은 규모가 너무 크다보니 어떤 예측도 하기 어렵다. 지금껏 추징금 환수를 위해 대대적으로 부동산 경매를 진행한 적이 없어 세금문제도 그렇고 누구도 그 결과를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추징금 환수의 핵심은 검찰과 재용 씨가 ‘합의’한 것으로 보이는 800억 원이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의 여부다. 검찰은 압류된 재산을 처분해 800억 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인데 부동산 전문가들은 과연 목표한 금액을 환수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가 소유한 경기도 연천 허브빌리지 전경.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경기도 오산 땅 인근의 부동산중개업 관계자 역시 “개발예정지로 소문이 나면서 이미 땅값이 많이 오르기도 했고 워낙 땅이 넓어서 시세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거래가 안 되는데 시세가 무슨 소용이 있나. 어떤 사람들은 500억 원에도 팔린다고 하는데 이쪽 사람들은 잘 풀려도 300억 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우려 때문에 법조계 주변에서는 검찰의 추징금 환수는 부동산 경매에 주안점을 두지 말고 전 씨 일가의 금융자산 환수에 ‘올인’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전 씨 일가의 추징금 완납 시나리오에서는 이순자 여사의 개인연금보험 30억 원을 제외하고는 금융자산을 찾기가 어렵다.
전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자택.
하지만 무기명 채권을 추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사금융권 인사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전 씨 측이 그런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부동산 경매를 주 내용으로 하는 자진납부를 결정했을 뿐 금융자산 환수에 대해서는 어물쩍 넘어가려는 꼼수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부동산 처분을 통한 자진납부는 시간벌기일 뿐 진정한 추징금 완납 대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만약 검찰이나 국세청과 전 씨 일가가 사전에 협의를 하고 세금문제 등을 조율했다면 액면가 그대로 현금을 내는 것보다 부동산을 내놓는 게 훨씬 이득일 것”이란 말을 남기기도 했다.
전두환 일가의 추징금 완납이 형제 간 돈 배분으로 이미 끝난 것 같은 분위기가 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압류된 재산을 제대로 현금화하지 못해 최악의 경우 전 씨 일가에게 면죄부만 쥐어주는 꼴이 될 수도 있기에 여전히 완납과 그에 따른 책임공방은 이어질 전망이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