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철 법무부 대변인이 9월 27일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과 관련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세례를 받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법무부가 며칠 동안의 감찰을 토대로 서둘러 그 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 ‘채 전 총장을 도덕적으로 매장시키기 위한 수순’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특히 법무부가 내놓은 결과는 정황증거일 뿐 채 전 총장의 아들이라는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국정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가 사정기관의 총수인 전 검찰총장의 민감한 사생활에 대한 감찰 결과를 내용도 없이 ‘도덕성 훼손용’으로 서둘러 발표한 것이 과연 적절했는지에 대해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가 결과를 발표한 시점도 묘하다. 금요일 저녁은 언론사의 마감시한을 목전에 둔 시점이어서 보충 취재를 할 시간이 부족하다. 주말을 앞둔 시점이라 국민들의 뉴스 주목도도 떨어진다. 법무부가 하필 이때에 결과를 보충설명도 하지 않고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슬쩍 발표한 것은 구체적으로 확보한 증거가 없는 데서 나온 고충의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정치평론가 다수는 이에 대해 “국민의 정서가 그게 아니다. 유전자 감식 결과 등 확실한 과학적 증거를 토대로 ‘시원한’ 종지부를 찍길 원하지. 법무부가 제시한 정황 증거의 카드로는 무리일 것”이라고 평한다. 채 전 총장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채 전 총장은 혼외아들 의혹이 제기된 직후부터 줄곧 주변 최측근들에게 “내가 혹여 혼외정사를 벌였다 해도 임 씨는 아니다”라며 상당히 황당해 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검찰의 한 관계자는 27일 “채 전 총장이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내연녀로 지목된 임 씨에 대해서는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오죽하면 ‘내가 남자이다 보니, 혼외정사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을 수는 있다’는 우스갯소리를 하면서도 ‘아무리 그래도 임 씨는 아니다’라며 강하게 부인함은 물론 불쾌감마저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유전자 감식 없이 정황만으로 채 전 총장의 사표를 수리한 청와대 입장에선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미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논란을 두고 ‘청와대의 검찰 흔들기’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에서 28일 청와대가 법무부의 건의를 받아들여 채 전 총장의 사표를 급히 수리한 바 있다. 때문에 야권으로부터 ‘황교안 장관이 자신 없으니까 정황만으로 채 전 총장을 내모는 것이 아니냐’는 또 다른 음모론을 제기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채 전 총장의 다음 반격 한 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