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식 경성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전 SBS 논설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공청회에는 명지대 바둑학과 정수현 교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용섭 교수(변호사), 대한체육회 최용준 전국체전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 등이 주제발표자로, ‘사이버오로’의 정용진 상무, ‘법무법인 하나’의 최종우 변호사, 경향신문 엄민용 기자(바둑기자단 간사) 등이 종합토론자로 나섰고, 국회 내 애기가 그룹인, 국회 기우회장이며 한국기원 이사인 원유철 의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겸 국회기우회 수석부회장인 최규성 의원, 노영민 김기선 의원 등과 이원복 대한바둑협회이사(전 국회의원),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과 프로기사 등 100여 명이 참석, 주제발표와 토론을 지켜보았다.
바둑진흥법 공청회가 9월 25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렸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국가 및 공공기관의 행상정적·재정적 지원 △바둑지도자 양상 △바둑 연구, 전문 인력 양성에 관한 자금 지원 △국제교류 등 바둑의 세계화 △기보 등 지적재산권 처리 △바둑의 날 제정 △한국기원의 법정법인화 등이다. 요컨대 현재 국가의 공식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종목으로는 태권도, 전통무예, 씨름 등이 있는데, 국내외적 위상으로 보나 국민 정서에 대한 기여도로 보나 바둑도 당연히 거기에 포함되어야 한다, 사실은 만시지탄이 있다는 것.
대표 발의자 이인제 의원은 개회사에서 “바둑은 거대한 철학이자 문화산업이다. 바둑진흥법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잘 알려진 대로 이 의원은 아마5단 실력의 애기가. 국회 기우회 멤버 중에서는 예전에는 장재식 이양희 유인태 의원 등이 고수로 꼽혔지만, 지금은 19대 때 원주에서 당선된 김기선 의원이 단연 1등이다.
김 의원은 경희대 재학시절 이미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졌던 강자. 프로기사를 꿈꾸며 입단대회에도 두어 번 출전한 관록(?)이 있다. 국회에 들어오기 전에는 강원도 정무부지사를 역임하는 등 공무수행으로 늘 바빴지만, 그런 중에도 실력이 전혀 녹슬지 않아 지금도 프로에게 2점 이하로 버틴다.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프로에게 2점이요?”라면서 놀라지만, 김 의원을 아는 사람들은 “2점이라면 김 의원이 싫어할 것. 선에 덤을 받는 정도일 것”이라면서 웃는다.
주제발표시간에 ‘바둑계의 상황과 진흥법 제정의 필요성’이라는 제목을 갖고 첫 번째로 등단한 정수현 교수는 “한국인에게 바둑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얘기할 만큼 바둑이 일상생활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20세기 말에 한국은 바둑에서 세계 최강국이 되며 국가적 이미지를 제고했으며, 국민들은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두뇌스포츠에서 우리가 최고라는 사실에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 오늘날 바둑은 세계 70여 나라에 전파되어 있으며 특히 중국에서는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최근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고 국내외 상황을 정리하고, “우리 국민의 80%가 바둑이 자녀 교육에 유익하다고 본다는 갤럽의 조사결과가 있고, 바둑은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지적·인성 교육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연구 보고도 나온 바 있다. 바둑진흥법은 바둑의 문화 발달과 국민생활에 공헌할 것”이라고 바둑진흥법 제정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역설했다.
왼쪽부터 이인제 의원, 김기선 의원.
마지막 발표자 최종준 부위원장은 “스포츠는 학교체육, 생활체육, 엘리트체육, 프로스포츠의 네 바퀴가 연동해 움직여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바둑은 네 분야가 자연스럽고 긴밀하게 연결되는 모범적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따라서 바둑은 스스로 정체성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국가로부터 체계적인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주제발표에 이어진 종합토론에서 정용진 상무는 “한국바둑이 ‘90년 이후 출생 세대’에 대한 교육이 미흡했고 요즘 한국 바둑이 중국에게 밀리기 시작한 것은 그 후유증”이라는 되었다는 배태일 박사의 주장을 소개하며 “바둑을 배우는 어린이가 급격히 줄어 전국적으로 바둑교실 숫자가 한창 때에 비해 절반 혹은 그 이하가 되었고, 바둑을 배우는 학생이 적으니 그만큼 인재 발굴도 힘들어졌다. 기재가 있어도 프로기사를 선뜻 권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말로 우리 바둑계의 위기상황을 전했다. “그런 상황이니만큼 진흥법 제정이야말로 시급한 과제이며 위기 탈출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최종우 변호사는 “바둑진흥법은 바둑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춘 한국기원이 세부 틀을 짜는 편이 좋을 것이며 재정지원에 있어서는 문체부가 기업들로 하여금 바둑계에 지원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한 가지 방책”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기보저작권(지적재산권)에 대해서는 “연구를 더 해 보고 관계법령 개선을 모색하자. 너무 보호만 하면 보급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
엄민용 기자는 “체육화를 외치면서도 이와는 다른 움직임이 바둑계 내부에서 벌어지는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문제를 목도하게 된다. 바둑계가 사회 여론에도 좀 둔감한 것으로 보인다. 바둑진흥법 같은 것이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이런 점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사회자 신병식 교수가 정리한 것처럼 “바둑진흥법은 충분조건이 아닌 필요조건”이라는 것. 바둑진흥법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것은 바둑계의 자세라는 얘기다.
이광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