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한국 유흥가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에 초대형 ‘룸살롱 타워’가 등장할 것으로 알려져 미묘한 관심을 끌고 있다.
오는 3월 강남에 들어설 예정인 ‘룸살롱 타워’는 10층 건물 전체를 룸살롱으로 사용하는 이른바 ‘토털 시스템’ 업소. 이미 내부 공사가 진행중인 이 ‘룸살롱 타워’의 출현은 유흥업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년 전부터 강남 유흥가를 중심으로 초대형 룸살롱들이 하나둘씩 들어섰지만 10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기는 전무한 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룸살롱 타워’는 강남 선릉역 K병원 부근에 들어설 예정이며 현재 내부시설 공사가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1~2층은 손님 대기실 및 휴게실로 쓰이며 3~10층에는 룸이 배치될 계획. 이 업소가 문을 열게 되면 국내 최대의 룸살롱 빌딩으로 화제를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초대형 룸살롱은 북창동의 업주들이 자본을 모아 강남 진출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 설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이미 북창동 룸살롱 업계에는 초대형 룸살롱에 대한 얘기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해 있다.
북창동의 한 대형업소에서 근무하는 영업부장 이아무개씨(38)는 “우리 ‘팀’에 소속된 ‘도우미’ 20명을 룸살롱 타워 쪽으로 합류시키기로 했다”며 “현재 북창동 영업진 중에 그곳으로 옮기기로 계약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한 업계 관계자는 “룸살롱 타워의 룸은 최소 수백 개에 이를 것이고, 도우미는 북창동 쪽에서 스카우트할 예정이며 이미 팀 단위로 ‘선수’ 확보 작업이 진행중”이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또 “양주가격을 10만원 이하, 안주 3만∼4만원선으로 정해 저렴한 가격과 북창동식 화끈한 서비스 시스템으로 승부를 할 것”이라며 “이른바 ‘야간체조비용’(2차비)도 기존 강남 기준가격의 절반정도에 맞출 것”이라고 구체적인 계획을 내비쳤다. 즉 북창동의 룸살롱처럼 강남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인 ‘쇼’와 ‘가격’으로 손님을 끌어들이고, ‘회전율’을 높여 이익을 창출하겠다는 것. 하지만 ‘룸살롱 타워’의 사업주는 “아직은 언론에 밝히기 어렵다”며 직접적인 만남을 거부했다. 아직까지 영업허가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언론의 보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
‘쇼’는 룸안의 테이블 위에서 아가씨들이 옷을 한 꺼풀씩 벗어 전라의 상태가 된 뒤 춤을 추며 ‘계곡주’를 만드는 등 술자리 분위기를 띄우는 대표적인 퇴폐행위. 이른바 ‘전투’는 술자리가 무르익었을 때 아가씨들이 남성 고객들의 중요부위를 애무해주는 것으로 북창동만의 독특한 코스(?)로 알려져 왔다.
이런 북창동식 서비스에 ‘2차’도 덧붙여질 예정. 북창동 룸살롱에서는 술자리가 끝난 뒤 아가씨와 손님이 장소를 옮겨 직접 성관계를 갖는 ‘2차’가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강남 룸살롱에서는 ‘2차’가 관례화되어 있기 때문에 ‘룸살롱 타워’도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2차’를 도입한다는 것.
이 초대형 룸살롱이 문을 열면 규모 면에서 단연 선두자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초대형 룸살롱으로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곳은 서울 서초동 B룸살롱. B룸살롱은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룸이 1백여 개에 달하고 도우미들도 3백여 명에 이르는 ‘골리앗’으로 명성을 얻어 왔다. 하지만 10층 건물 전체를 사용하는 ‘룸살롱 타워’가 등장하면 2인자 자리로 물러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 초대형 룸살롱의 등장은 밤 유흥문화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룸살롱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음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 ‘수질’을 앞세워 고급화를 지향하던 강남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화끈한 서비스로 승부하던 강북으로 양분되었던 것이 지금까지의 유흥가 구도. 하지만 강북 유흥가의 대표주자격인 북창동 일대 룸살롱들이 최근 당국의 집중단속 등으로 한파에 시달리게 되자 본격적으로 강남 진출을 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재 70여 개 정도로 파악되고 있는 북창동 룸살롱들의 경우 ‘회전율’이 예전만 못한 상태. 최소 한 아가씨가 하루 3~4회 정도 룸에 들어가야 하지만 최근 들어서 회전율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강남 지역 룸살롱 업계도 하향곡선을 긋기는 마찬가지다. 1년여 전인 2001년 연말만 해도 강남의 룸살롱들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술을 마실 수 없을 정도였지만 지난해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P수입주류회사의 영업담당 이아무개 차장(37)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가 나빠지면서 강남 지역 룸살롱 들의 매상도 예년의 절반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물론 최상류층을 상대하는 멤버십 업소는 여전히 호황이지만 대부분의 룸살롱, 단란주점은 연말특수와는 거리가 먼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창동식’을 표방하는 초대형 룸살롱의 강남 상륙은 업계에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유흥가에서 ‘남북(강북 VS 강남)’ 전쟁이 촉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룸살롱 타워’의 등장으로 이래저래 유흥가에 큰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안순모 프리랜서 eros@newsbank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