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안젤로 해밀턴. 사진제공=서울 삼성
KT는 올 시즌에도 외국인선수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1라운드에서 지명한 앤서니 리처드슨은 뛰어난 득점력을 갖춘 선수로 제 몫을 하고 있다. 문제는 2라운드에서 선발한 센터 트레본 브라이언트다. 명성은 대단하다. 전미 고교 최고의 선수들만이 초청받아 이벤트 경기를 하는 맥도날드 올-아메리칸(McDonald All-American) 출신이다. 마이클 조던, 매직 존슨, 르브론 제임스 등 슈퍼스타 배출의 등용문으로 브라이언트는 2000년에 이 무대를 밟았다. 낮은 순위로 괜찮은 선수를 지명했다며 기대가 컸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감이 더 크다. 전창진 감독은 “생각보다 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고 있어 당혹스럽다. 현재 브라이언트가 뛰는 시간에는 이도 저도 안 된다. 리처드슨의 체력 부담을 덜어줘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KT는 개막 첫 주 만에 외국인선수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다.
안양 KGC인삼공사가 영입한 매튜 브라이언 어매닝은 1경기도 뛰지 못한 채 짐을 쌌다. 합류시켜보니 무릎이 말썽이었다. 개막을 보름 남겨두고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KGC인삼공사는 지난 시즌에 뛰었던 ‘덩크왕’ 후안 파틸로를 다시 영입하려고 했지만 구단의 절실함을 악용한 파틸로의 자세가 문제였다. 속된 말로 뒷돈을 요구한 것이다. 그래서 KBL 경력이 많은 마퀸 챈들러를 영입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안양 KGC 에반스가 부산 KT 브라이언트를 앞에 두고 드리블 돌파를 하는 모습. 양팀 모두 두 선수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다. 연합뉴스
그래서 KGC인삼공사는 차선책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 시즌 인천 전자랜드에서 뛰었던 디안젤로 해밀턴의 영입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런데 타이밍이 늦었다. 삼성이 엄지 발가락을 다친 마이클 더니건의 임시 대체 선수로 해밀턴을 한발 앞서 영입한 것.
시즌 초반에는 대체 자원이 많지 않다. 겨울 시즌을 맞아 외국인선수 대부분이 취업을 마쳤기 때문이다. 드래프트 신청서를 냈지만 선발되지 않은 선수에 한해 교체가 가능한데 KBL 진출이 좌절된 선수들은 곧바로 미국이나 유럽 등의 리그 진출을 알아본다. 이미 타 구단과 계약을 마친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서는 수천만 원 혹은 그 이상의 바이아웃(이적료 개념)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부담이 적잖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부족해 괜찮다 싶은 선수가 보이면 빨리 결정을 해야 한다. 각 팀들 사이에 눈치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삼성의 더니건이 복귀하면 해밀턴은 다시 FA가 된다. 해밀턴이 평균 수준의 활약만 보여줘도 위에서 언급한 KT나 KGC인삼공사 등 관심을 기울일 구단이 꽤 많다. 중요한 것은 빠른 결단력, 스피드다.
박세운 CBS 체육부 기자
단테·헤인즈… ‘대박’도 있다
단테
선수층이 제한된 드래프트 제도 하에서 대체 선수의 성공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아주 가끔씩 대박이 터지기도 한다. 현재 SK 유니폼을 입고 있는 애런 헤인즈가 그렇다. 헤인즈는 2008-2009시즌 삼성의 대체 외국인선수로 KBL에 데뷔했다. 정통 센터는 아니지만 폭발적인 득점력과 해결사 능력이 장점이다. 그러나 높이 보강을 원하는 팀에게는 늘 2% 부족한 선수였다. 그러다 보니 드래프트에서는 외면 받을 때가 많았지만 급하게 한 자리를 메워야 할 때 늘 영입 후보 1순위로 거론됐다. 그 때마다 성과가 좋았다.
2009-2010시즌과 2011-2012시즌에도 대체 선수 자격으로 각각 모비스와 창원 LG 유니폼을 입고 맹활약을 펼쳤다. 지금은 입지가 달라졌다. 2시즌째 SK와 풀타임 계약을 맺었다. 어느덧 KBL 6년차 베테랑이 됐다.
박세운 CBS 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