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역 아이파크몰에 위치한 프랜차이즈 식당가 전경.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조정원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총 조정 신청은 1353건이었는데 이 중 가맹사업거래 분야가 438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허위 과장정보 제공행위가 112건(26%)으로 가장 많았고, 정보공개서 제공의무 위반행위가 97건(22%), 계약이행의 청구 33건, 영업지역 침해 25건, 부당한 계약해지 20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중 조정이 성립된 사건은 292건, 조정에 실패하거나 기각, 소제기 등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건은 143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적인 창업을 위해 프랜차이즈를 택했지만 안정은커녕 분쟁으로 이어져 안하느니 못한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구체적 피해사례를 살펴보자.
중소 치킨 가맹점을 6년간 운영한 경험이 있는 A 씨. 그는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바꿔야겠다고 결심하고 한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에 상담을 신청했다. 점포 계약 당시 담당자는 하루 매출액이 150만~180만 원은 거뜬히 나올 것이라며 A 씨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매출은 하향곡선을 그렸고 1년이 지나자 일평균 매출은 급기야 77만 원까지 떨어졌다. 답답한 마음에 담당자에게 개선책을 요구했지만 본사에서는 오히려 다른 곳은 월 4000만 원 이상 나오는데 이상하다며 책임을 A 씨에게 떠넘겼다. 본사의 나 몰라라 태도에 화가 난 A 씨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허위과장 정보로 속아서 계약을 했다며 가맹금을 반환해달라는 조정신청을 냈다.
A 씨는 증거자료로 창업 9개월 시점에 녹취한 담당자와 매출 관련 전화통화 내용, 창업 후 6개월 시점에서야 정보공개서를 제공받은 점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에 본사 측에서는 다른 가맹점의 사례를 얘기한 것일 뿐 해당 가맹점의 매출액을 예상해서 제공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에 대해 조정원에서는 “본사의 예상매출액이 다소 과장돼 보이기는 하지만 허위 과장 정보를 제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단, 정보공개서 제공의무 위반 사실은 인정하여 가맹금 중 1000만 원을 반환할 것을 권고”하여 조정이 성립됐다.
다음은 영업지역 침해 관련 분쟁 사례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에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열어 3년간 운영을 잘 해온 B씨. 3년이 지난 시점인 2011년 10월, 본사와 재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재계약을 맺고 보니 1년 전 본사에서 자신의 가맹점과 불과 350m 떨어진 거리에 같은 브랜드 가맹점이 개설된 사실을 알았다. B씨는 120만 원 정도 나오던 매출이 80만 원까지 떨어진 이유가 멀지 않은 거리에 같은 브랜드 가맹점이 생긴 것으로 판단, 역시 분쟁 조정 신청을 냈다.
본사 측에서는 “B 씨의 영업지역 경계선 밖에 개설되었으므로 영업지역을 침해한 것이 아니다. 또 매출이 하락한 것은 관리가 부실하고 영업에 소홀한 것에 문제가 있지 다른 가맹점 때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B 씨의 주장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져 본사에서 B씨에게 손해배상금 750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 조정이 성립됐다.
부당한 계약해지로 분쟁 조정을 신청한 사례도 있다.
2011년 경기도 고양시 백석동에 프랜차이즈 반찬전문점을 연 C 씨. 그런데 영업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국과 찌개에서 조미료 맛이 너무 많이 난다는 손님들의 불평이 이어졌다. 고민 끝에 C 씨는 국과 찌개를 본사에서 공급받지 않고 자신이 직접 만든 것으로 교체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를 본사에서 알면서 다툼이 발생했고 결국 2012년 7월,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이에 C 씨는 본사로부터 정확한 재료 공개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답변이 없는 것은 허위 과장 정보 제공이 아니냐며 분쟁 조정 신청을 냈다. 본사 측에서는 국과 찌개는 맛이 통일돼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은 C 씨의 잘못이 크다고 주장했다.
조정원에서는 계약해지 통보 시점인 2012년 7월부터 현재까지 C 씨가 미지급한 로열티를 면제하고 계약이행보증금 200만 원을 돌려줄 것과 2012년 11월까지 해당 브랜드 가맹점을 인식할 수 있는 간판과 부착물을 제거하고 계약해지를 합의하는 것을 권고, 조정이 성립됐다.
분쟁 조정이 성립할 경우 가맹점주는 피해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본사에서 조정원의 권고를 거부하거나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가맹점주의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 한 관계자는 “양 당사자 간 조정이 이루어진 경우 공정위의 시정명령이나 시정권고가 면제된다. 반면 조정이 성립되지 않을 땐 공정거래위원회에 보고돼 정식 사건처리 절차를 거친다. 이러한 경우 해당 업체의 위반사항에 대해서 과징금이나 과태료만 부과되기 때문에 가맹점주가 피해보상을 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사전에 이런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김상원 가맹거래사는 “창업자들이 프랜차이즈 본사의 말을 맹신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들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열면 절대로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보니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대처할 방법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가맹사업을 계약하기 전에 정보공개서 등 관련 서류를 미리 꼼꼼히 살피고 모든 과정을 녹취해두는 것도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좋은 방법이다. 계약 체결 시 가맹거래사를 참관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