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가 밝아온다 최근 한나라당이 고건 총리 지명자에 대해 우호적 제스처를 보임에 따라 총리 인준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진은 지난 1월23일 고건 총리 지명자와 노무현 당선자가 인수위원회 접견실에서 악수하 는 모습에 일출장면을 합성. | ||
저마다 전해들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으면서 나름대로의 정보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서로 네가 옳으니 내가 옳으니 열띤 공방이 벌어지기도 한다. 급기야는 서로 ‘내기’를 걸기도 한다. ‘내기 문화’가 명절의 또다른 한 풍속도로 자리잡아가는 느낌이다.
서울에서 무역업을 하는 김봉주씨(37)는 올해 고향가는 발걸음이 다소 무겁다. 지난해 추석 때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들과 대통령선거를 화제로 얘기를 나누면서 재미삼아 내기를 했으나, 결과적으로 그가 베팅한 후보가 떨어졌기 때문. 김씨는 “작년 설에는 한국 축구가 월드컵 16강에 진출한다는 쪽에 내기를 걸어서 제법 돈을 땄는데, 이번에는 꼼짝없이 돈을 잃게 생겼다”고 푸념이다.
올해 설에도 역시 ‘이야기 거리’는 넘쳐난다. 무엇보다 시사 상식에 강해야 자리를 리드해갈 수 있다. 화제에 부족하면 술자리에 끼지도 못하고 ‘왕따’ 당하기 일쑤. 고향가기 전에 최근의 민감한 화제들을 체크해 보자. 이왕이면 내기를 걸어도 재미있을 듯하다. <일요신문>에서 올해 고향길을 수놓을 ‘화제 7선’을 제시한다.
1. 고건 총리 인준 통과될까
이번 설의 최대 관심은 단연 노무현 새정부 출범 얘기가 될 듯. 그중에서도 고건 총리지명자에 대한 인준 여부가 현안으로 떠오른다. 만약 이 문제에 대해 내기를 건다면 일단은 통과되는 방향으로 베팅을 하는 것이 유리할 듯싶다.
최대 의석을 가진 한나라당의 최근 분위기에서 ‘우호’쪽으로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 지난 97년 김대중 정부 출범 때 김종필 총리지명자 인준을 반대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각 의원들의 개인 판단에 맡기기로 방침을 정한 것도 통과 쪽의 가능성을 높인다.
이규택 한나라당 총무가 “만약 반대를 할 경우 또다시 새 정부의 발목을 잡으려 든다는 여론의 역풍에 직면하게 된다”고 언급한 대목도 이유다.
2. 여야 당권 누구에게 갈까
새 정부 출범과 때를 맞춰 여야 각 당의 당권을 누가 쥐느냐 하는 점도 뜨거운 관심거리. 영남권에서는 ‘포스트 이회창’을 나름대로 예측하는 화제가 만발할 듯하다.
일단 김덕룡 강재섭 박근혜 최병렬 이부영 홍사덕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인사들. 특히 영남 지역에서 인기가 높은 강재섭 최병렬 의원이 집중 조명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개혁성’을 앞세운 김덕룡 이부영 의원의 가능성도 놓쳐선 안될 대목이다.
민주당 당권 향방을 둘러싼 설왕설래도 무성하다. 정대철 김원기 두 의원을 놓고 저울질하는 공방이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일단 한화갑 현 대표는 퇴진이 불가피해 보인다. 만약 두 의원을 놓고 내기를 한다면 정 의원쪽으로 좀더 베팅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의 호남색 탈피 차원에서 서울에 연고를 둔 정 의원이 유리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충청 지역에서는 자민련의 향후 입지에 대한 화제도 대두될 듯. 김종필 총재와 이인제 총재대행을 놓고 ‘충청권 맹주’ 논쟁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선 노련한 김 총재에 밀린 이 대행의 입장이 좀 궁색해 보이는 양상.
3. 김우중씨 연내 귀국할까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해외도피를 김 대통령이 직접 권유했다는 최근의 인터뷰 내용은 과연 사실일까. 그리고 올해는 과연 김 전 회장이 귀국할 수 있을까. 해를 넘겨서 올해에도 여전히 이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일단 고향 방 아랫목의 최대 쟁점은 김 전 회장의 연내 귀국 여부. 김 대통령의 도피 권유설 등 갖가지 대우 관련 의혹들을 해명할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작년 설에도 “대선 전에 귀국할 것”으로 장담했다가 낭패를 본 사람이 많았다는 후문.
하지만 올 연초 역시 귀국 가능성 쪽으로 점차 기우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었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김 전 회장이 귀국후 명예회복을 강력히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4. 4천억원 의혹 특검 이뤄질까
현대상선 4천억 대북지원설은 이번 설 정국의 최대 의혹 사건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 사안의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과연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돈을 북한에 지원했는지 여부.
현재 검찰에서 수사중인 이 사건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의혹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과거의 옷로비 의혹,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이 특검에 의해서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작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쪽은 과연 노무현 정부가 이 의혹 사건에 대해 특검팀을 구성하는 등의 과감한 척결 의지를 보일 것인가에 대한 점이다. 노 당선자는 최근 “현 정부에서 이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취임이후 투명한 수사가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어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전격적인 특검팀 구성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5. 미국 대 이라크 전쟁 일어날까
북핵 문제는 단연 2003년 신년 정국의 최대 이슈다. 하지만 현상황에서 한반도의 전쟁 발발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 북미간 대화 움직임도 있고, 임동원 특사가 북한을 방문하는 것도 이런 시각에 힘을 실어준다.
오히려 쟁점은 미국과 이라크 전쟁 가능성. 부시 미 대통령이 거의 선전포고를 할 정도로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 러시아뿐만 아니라 최근 동맹국인 프랑스 독일 등도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고 있어 다소 유동적이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가 될지, 이라크가 버틸 수 있을지를 놓고 언쟁과 내기가 많을 듯하다.
▲ 코엘요 감독이 ‘히딩크 신화’를 이어갈지 초미의 관심사다. 사진은 2001년 2월 두바이에서 만난 두 명장. | ||
올 설의 새로운 뉴스메이커는 단연 ‘로또복권’ 열풍이 꼽힌다. 심지어는 대박을 선물한다는 차원에서 로또복권을 새해 선물로 준비하는 귀성객도 꽤 많다고 한다. 친구들끼리 술자리에서 복권을 나눠가지며 미리 대박을 꿈꾸는 풍경도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도 ‘복권’이라면 과거의 주택복권과 같은 추첨식 복권이나, 즉석복권만 생각하면 ‘왕따’당하기 십상. 이제 복권하면 로또복권을 말하는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로또복권에 대한 기본 상식쯤은 필수. 1부터 45까지 숫자 중 본인이 스스로 마음에 드는 숫자 6가지를 선택해서 OMR카드에 표기하는 방식이다. 6개 숫자를 모두 맞히면 1등의 대박이 터진다. 2등은 5개의 숫자에 한 개의 행운숫자를 맞히는 것이고, 최소 3개만 맞히면 5등에 당첨된다.
7. 2006월드컵 코엘요? 히딩크?
지난해 월드컵 신화를 잊지 못하는 귀성객들은 다시 한번 사랑방에서 지난 6월의 감동을 화제로 삼을 듯. 이런 가운데 자연스럽게 한국 축구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취임하는 코엘요 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이 ‘히딩크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화제가 만발할 것으로 보인다.
코엘요의 시험 무대는 일단 내년 8월의 아시안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성적이 신통치 않으면 2006년 월드컵을 대비한 사령탑을 새로 뽑아야 한다. 이때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는 역시 히딩크 감독. 2006년 월드컵 감독으로 결국 히딩크가 다시 복귀할지, 아니면 코엘요가 계속 이어갈지의 여부를 놓고 ‘월드컵 승부 맞히기’ 못지 않은 내기가 또 한판 벌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