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을 앞둔 ‘국민동행’이 안철수 의원 쪽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출범하는 국민동행은 국민생각과 달리 처음부터 독자적 정당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지는 않다. 모임을 주도하는 김덕룡 전 의원 측은 “아직 그 이름(국민동행)일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은 정당으로 만들 생각은 없고 정치 결사체 수준으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그는 국민동행이 원로들의 모임으로 비쳐질까 우려한 듯 “나름대로 청년들이 주축이 돼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는데 “이들과 함께 사무실처럼 쓰이는 데는 있지만 아직 언론에 오픈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며 조심스러워했다.
국민동행은 상도동계 인사들이 몇몇 동교동계 인사들에게 제의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상도동계는 김덕룡 전 의원과 함께 문정수 전 부산시장, 심완구 전 울산시장이, 동교동계는 권노갑 전 의원과 정대철 민주당 상임고문이 뜻을 보탰다. 이 밖에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 불교방송 이사장을 지낸 영담 스님, 신영무 전 대한변협 회장, 윤장현 전 한국YMCA 이사장, 고 장준하 선생의 장남 장호권 월간 <사상계> 대표 등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다.
정치권 관심은 김덕룡 전 의원에게 쏠려 있다. 이명박 정권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김덕룡 전 의원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만큼 현 정권과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YS 차남 김현철 고려대 연구교수의 경우에도 새누리당 탈당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쓴 소리를 남기면서 아예 ‘야권 인사’로 분류되기도 한다.
한 상도동계 인사는 “상도동계라는 것도 이제는 뿔뿔이 흩어졌다. 여권에서 김무성 의원이 최근까지도 많이 챙겼는데 국회 입성 이후 그마저도 없으니 어르신들이 제 살길 찾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전했다. 그는 최근 국회 입성한 서청원 의원에 관해서는 “서 의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상도동계로 묶을 수 없는 사람이다. 별로 교류도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그렇다고 국민동행을 반박 성향을 가진 야권 단체로 묶을 수는 없을 듯하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국민동행이 원탁회의와 같은 나름의 세력을 가지려면 현 정권의 지역차별에 맞서 동서화합 같은 어젠다를 던져야 한다”고 전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민대통합’에 맞서 달라는 것인데 이미 대선 당시 민주당 캠프에서 논의된 바 있는 이야기다. 대선 막바지 민주당 캠프에서는 ‘상도동계 적자’인 김현철 교수와 ‘동교동계 적자’ 김홍업 전 의원을 함께 유세 현장에 나서는 것을 기획했지만 막판에 좌절됐다.
왼쪽부터 김덕룡 전 의원, 권노갑 전 의원.
결국 남아있는 국민동행의 역할은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을 하나로 묶는 데 일조하는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목소리다. 무게중심은 안철수 신당 쪽으로 쏠린다. 안철수 대선캠프에서 일을 한 적이 있는 한 국립대 교수는 “국민동행은 청년그룹이라는 파트에서 출범식을 비롯해 각종 이벤트와 일정을 짜고 있다고 들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안철수 청춘콘서트 기획에도 참여했던 이들”이라며 “안철수 의원 쪽에서 국민동행 결성에 함께한다기보다 대선이 끝난 이후 특별한 역할이 없는 2030세대가 독자적으로 일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국민동행에 안철수 세력 핵심인 김성식 전 의원이 적극 관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함께하자는 국민동행 측 제의에 “취지는 동의하지만 정치적 성격이 있는 단체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거절 의사를 밝힌 것도 친이명박계 인사들이 적극 관여하고 있는 기류를 감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1월 출범식 때 국민동행은 박근혜 정부를 향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민주당에는 종북세력과 완전히 단절하고 건전한 수권 정당이 될 것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안철수 의원 측의 정치적 스탠스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셈이다.
앞서의 국립대 교수는 “지난해 대선 때 함세웅 신부나 백낙청 교수와 같은 시민사회 원로들이 야권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면서 내심 문재인 의원 쪽으로의 단일화에 쏠려있었다는 것을 다 알지 않은가”라고 반문하며 “이런 상황에서 안 의원 쪽에 힘을 실어줄 원로들이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전했다.
바꿔 말하면 결국 국민동행은 새누리·민주 양당구도부터 소외된 정치권 원로 인사들이 안철수 진영에 손을 내미는 성격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선거를 앞두고 야권연대를 촉구할 가능성이 높아 안철수 진영에서 적극적으로 함께할 지는 불투명하다. 국민동행에 참여하는 한 인사는 “중도적 성향 인사들이 정치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자는 것”이라면서도 “민주당이나 안철수 측과 함께 한다는 것은 당장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결국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