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왼쪽)이 삼성화재배 준결승전에서 우광야 6단을 맞아 2 대 1로 역전승 했다.
11월 4, 6, 7일 대전 삼성화재 연수원에서 한국의 이세돌 9단, 중국 스웨 9단(22), 우광야 6단(23), 탕웨이싱 3단(20) 등 4명이 준결승을 벌였다. 이세돌-우광야, 스웨-탕웨이싱의 대결에서 이세돌과 탕웨이싱이 똑같이 1국을 지고 2, 3국을 이겨 결승에 올라갔다.
이세돌 9단은 전문가들의 예상에서 7 대 3의 우세였다. 그러나 본인의 고백처럼 1국을 착각으로 놓쳐 바둑팬들을 마음 졸이게 했는데, 곧바로 심기일전(1국을 진 날, 밤에 혼자 술을 한잔 하면서 훌훌 털어버렸다고 했다)해 2, 3국을 완승하는 저력을 보여 주었다. 특히 3국에서는 이세돌이 백을 들고 우광야의 22알짜리 흑 대마를 포획, 평소의 완력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팬들에게는 통쾌한 선물이었다. 스웨-탕웨이싱의 3국이 장장 368수까지 가서 흑을 든 탕웨이싱이 2집반을 이긴 혈전이었던 것에 비해 이세돌의 3국은 152수의 초단명국이었다. 1국은 우광야가 백을 들고 210수 만에 불계승, 2국은 이세돌이 백을 들고 266수 만에 불계승, 세 판이 전부 백 불계승이었다.
스웨-탕웨이싱의 대결은, 1국은 흑을 든 스웨가 이때도 303수에 이르는 접전 끝에 불계승, 2국은 탕웨이싱이 흑을 들고 211수 만에 불계승, 이쪽은 반대로 이른바 흑번필승이었다.
소개하는 바둑은 이세돌-우광야의 3번기 제3국. <1도> 흑1의 밭전자 육박, 노타임으로 떨어진 백2의 반격, 이게 파란의 서곡이었다.
<2도> 흑1부터 백4까지는 내친걸음. 다음이 어렵다. 흑5, 검토실에서도 당장 선악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 “백6이 타이밍. 다음 백은 A와 B의 활용을 선택할 수 있다. 이런 게 남아 좀 찜찜하긴 하다. 그렇다고 흑6으로 늘거나 A로 서는 것은 너무 느려 그렇게 두기는 좀 그렇다”는 것. 흑5가 애매했던 것에 비해 백6에서 8, 백8로 흑9와 문답하고 10으로 뛰어나간 것은 명쾌해 검토실은 “백이 일단 성공한 모습”이라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 “백은 C가 선수. 그를 발판으로 백D를 노린다”는 것. 백D를 노린다는 것은 곧 중앙 흑 전체를 겨냥한다는 뜻이었다. 그랬다. 이세돌은 중앙 흑을 세력이 아니라 곤마라 여기고 있었다.
<3도> 흑1은 공수겸용. <2도>의 백D를 견제하면서 방금 중앙으로 뛰어나간 백에 대한 추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 백2, 검토실이 “<4도> 백1, 3, 이 정도로도 백이 만족일 텐데, <3도> 백2와 <4도>는 우열을 잘라 말하기 어려우나, 아무튼 역시 이세돌 9단은 좀 다르다. 분명한 것은 자신의 안정보다 상대에 대한 노림을 우선하는 이 9단의 기질”이라고 논평한 점이다. 과연 <3도> 백2로 흑3을 유도한 후 백4, 창끝을 내비친다. 검토실이 궁금해 한다. “흑5로 끼우면?” 이세돌은 멀리 보고 있었다. 백6, 8로 여기를 선수로 끊어 놓은 후….
<5도> 백1, 여기를 끊고 3, 5로 치고 올라가는 수읽기를 하고 있었다. 이건 보통 때라면 ‘상대의 뒤를 밀며 따라가는’ 속수다. 그러나 지금은 중앙 흑 대마를 잡으러 가는, 이른바 필살기였다. 흑6에서 젖혀 막자 백7, 검토실이 침을 삼킨 순간이다. 흑8은 어쩔 수 없는데, 여기서 이세돌 9단은 피니시 블로가 작렬한다.
흑6으로는 한 발 앞서 <6도>처럼 흑1로 두점머리를 두들기며 막으면? 백2쪽을 끊고 4로 뻗는 수가 준비되어 있단다. 5, 6이 맞보기인 것. 흑5로 흑1을 살리면 백6로 잇는다. 이걸로 이쪽 흑 석 점은 몇 발짝 가지 못하는 것. 흑은, 대마는 살겠지만, 대신 집부족으로 진다. <7도> 백1, 3이 결정타. 흑4에는 백9로 잇기 전에 백5로 끊어 몰고 7을 선수한다. 흑10으로 잇자 백11로 이어 흑12를 강요하고, 하변으로 돌아갔다. 백13, 한 집을 만드는 장면. 흑백의 대마가 서로 가두고 갇혔지만, 그래서 수상전의 양상이 되었지만 백13으로 이 수상전은 유가무가. 흑 대마의 함몰이다. 흑12를 생략하면 물론 장문이다.
이 9단도 이제, 예전의 조훈현 9단, 예전의 이창호 9단처럼 단기필마로 무림고수들을 상대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이 9단의 인터뷰를 보면서 누군가 말했다.
“중국에 밀리지 않으려면 중국처럼 입단 문호를 대폭 넓혀야 한다고? 글쎄, 일장일단이 있겠지. 판단이 쉽지 않아. 그런데 인구 대비로 보면 우리 입단자 숫자가 중국에 비해 적은 게 아니에요. 15억하고 5000만이면 30배인데, 중국 프로기사가 우리보다 30배 많은 게 아니잖아. 30배는커녕 2~3배나 되나? 그리고 우리가 언제 머릿수로 이겼나. 조치훈 조훈현 이창호, 천재 한두 사람으로 일본을 정복하고, 세계 1등이 되고 그랬잖아? 어차피 우리는 소수정예야. 이세돌 9단의 팔자도 조치훈 조훈현 이창호 9단 팔자와 크게 다르지 않을걸.”
이광구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