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시 킴스클럽 내 아이스크림 매장에서 10만원어치의 복권을 구입해 1등에 당첨된 J씨가 꾼 꿈은 이른바 돼지꿈도, 용꿈도 아닌 ‘웅덩이’ 꿈이었다. 그는 당첨된 뒤 언론에 “폭포에서 웅덩이로 떨어져 고인 물이 구멍으로 새나가는 것을 막으려고 몸부림치는 꿈을 꿨다”고 말했다. “몸부림을 치다가 갑자기 찬물을 맞는 듯 해 새벽 무렵에 잠이 깼다”는 것.
J씨는 전기관련 하도급업체에서 2백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며 아내와 1남1녀의 자녀와 함께 24평형 아파트에 사는 평범한 가장. J씨의 당첨 비결을 굳이 꼽자면 지난 10여 년 동안 주택복권을 꾸준히 사온 복권 마니아라는 점이다.
로또복권의 1등 당첨자는 J씨 이외에 20억원대의 1등 당첨자 2명이 더 있었다. 지난해 12월7일과 14일 실시된 2•3회 추첨에서 각각 인천과 대구에서 당첨된 사람이 그 주인공들. 6회 추첨에서 당첨된 J씨보다 3~4주 먼저 당첨된 이들은 ‘당첨금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로 언론의 주목을 덜 받았다.
국민은행 복권사업팀 남기문 과장은 “복권 당첨자의 신원은 본인이 원하지 않을 경우 철저하게 가려지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 두 사람의 경우 본인의 뜻보다는 ‘역대 최고 액수가 아니다’는 이유로 언론의 관심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경우”라고 말했다.
당시만해도 시들했던 언론의 관심은 J씨의 당첨과 함께 후끈 달아올랐다. J씨와 함께 당첨된 2등 당첨자 2명이 당첨금을 받은 지난 2월3일 오후. 이날 기자들은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1층 로비에서 경비원들에 의해 출입을 저지당해야 했다.
당첨자들이 신원 공개를 꺼렸기 때문. 복권사업팀 이승우 대리는 “‘남양주 J씨’의 경우 신원이 드러나지 않도록 보도하겠다고 언론사가 약속해놓고서 일부 언론사는 얼굴 모자이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 대리는 또 “앞으로 언론에서 당첨자 정보를 원한다면 허위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도 생각중”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측에 따르면 J씨는 언론의 보도 경쟁으로 얼굴이 알려져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국민은행 또다른 관계자는 “언론의 관심도 좋긴 하지만 로또복권 때문에 마치 전쟁을 치르는 것 같다”며 한숨을 짓기도 했다.
복권이라고 하면 ‘준비하시고~ 쏘세요!’라는 구호와 함께 떠오르는 주택복권 밖에 없던 시절이 있었다. 주택복권이 첫선을 보인 1969년만해도 1백원짜리 주택복권에는 3백만원 당첨금이 걸렸었다. 30여 년이 지나는 동안 복권 당첨금이 2만 배가 넘게 뛴 셈이다. 그리고 서민들의 ‘대박의 꿈’도 지금 극심한 ‘인플레’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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