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이 “연봉 1원만 받겠다”며 금호산업 등기·대표이사에 재선임됐다. 사진공동취재단
만일 박 회장이 금호산업 정상화에 실패할 경우 박 회장은 보유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그룹 경영에서 손을 뗄 것을 채권단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경영 정상화에 성공하면 채권단으로부터 주식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받아 금호산업 경영권을 완전히 되찾아올 수 있는 ‘혜택’을 받는다. 채권단과 박삼구 회장은 이 같은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 7.23%를 보유해 개인으로는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재계에서는 박 회장이 금호그룹 경영권을 찾을 수 있는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고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도 채권단 묵인하에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해오지 않았느냐”며 “박 회장의 정식 경영 복귀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이미 예정됐던 일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박 회장의 정식 복귀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처음부터 박삼구 회장에게 우호적이었던 채권단이 책임경영이라는 이유로 경영 복귀에 무임승차시켜준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며 “금호산업 정상화를 미션으로 주었다지만 이미 채권단이 어느 정도 정상화 길을 터놓은 것으로 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올 들어서 금호산업에는 긍정적인 신호가 거듭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금호산업은 1647억 원의 영업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무려 7791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 들어 지난 1분기 흑자 전환하더니 지난 3분기까지 3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분기까지만 보면 금호산업의 올해 누적 영업이익은 468억 원, 당기순이익은 541억 원을 기록하며 빠른 속도로 경영 정상화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 상장폐지 사유 중 하나인 자본잠식 위기를 맞았던 자본잠식률 역시 지난 2분기 88.6%에서 3분기 62.7%로 25.9%포인트가 눈에 띄게 나아졌다. 이대로라면 올 연말 자본잠식에 빠질 것이라던 우려는 사그라질 전망이다.
금호산업을 짓누르던 악재도 서서히 걷혀가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가 됐던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이 차츰 정리돼가고 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안산 복합발전소, 베트남 하이퐁하수처리장 등 관급공사 수주가 이어지고 있으며 관계회사인 아시아나항공, 금호아시아나플라자사이공 등의 이익이 증가한 것도 금호산업 실적이 개선되는 데 한몫했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10월 4대강 담합 비리 의혹으로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부정당업체로 지정받아 입찰이 제한됐다. 금호산업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관급공사에서 입찰이 제한된다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관계회사의 이익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어 금호산업의 실적 변동성도 클 수밖에 없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부정당업체 지정 문제는 다른 대형 건설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두운 면이 존재하면서도 금호산업이 정상화하는 데 무게를 두는 사람이 적지 않은 까닭은 ‘최악’은 벗어났다는 판단 때문이다. 자본잠식에서 벗어나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게 된 것과 실적 개선 추세가 이어진다는 것이 정상화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책임경영이라는 명목으로 박삼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이 지경에 빠지게 한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박 회장의 복귀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전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웅진그룹과 동양그룹 사태에서 볼 수 있듯 법정관리 신청 후 기존 경영진이 계속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비난과 반대 여론이 가뜩이나 거센 시점이다.
금호산업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 격이다. 만일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 정상화에 성공해 금호산업 경영권을 완전히 손에 넣는다면 그룹 전체 지배력도 되찾을 수 있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그동안에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게 아니라 사재출연과 유상증자 참여 등 할 수 있는 한 책임질 일을 다했다”고 반박했다.
금호산업은 현재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 대표로서 구체적으로 할 일은 사업계획서가 나온 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비록 실적이 좋아지고 있지만 재무적 안정성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많이 취약하다”며 “자본잠식 고민을 완전히 털어내고 차입금을 줄여 부채비율을 줄이는 등 재무구조개선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