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단장의 성공신화를 다룬 영화 <머니볼>의 주인공 빌리 빈과 야구장 합성.
김 전 단장의 후임으로 KIA 프런트의 수장을 맡게 된 이는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 관리팀장인 허영택 상무. 허 상무는 지난 1985년 기아차에 입사해 기획마케팅, 총무, 인사 관리 분야를 거쳤다. 2005년 10월부터 2007년 1월까지는 KIA 부단장을 역임하기도 해 프런트 운영의 경험도 있다.
전임과 신임 두 단장의 공통점은 KIA 야구단이 아닌 기아차로 입사했다는 점이다. 각각 기아차에서 이사와 상무를 거치며 일반 기업에서 근무하다 프로야구단을 맡게 된 것. KIA의 이삼웅 대표이사 또한 기아차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흔히 스포츠단의 단장이나 대표이사는 선수나 감독, 코치 출신들이 맡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오랫동안 그 분야에 몸담고 있었기 때문에 전문성과 이해도가 높아 운영을 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생팀 KT 위즈를 포함해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대표이사와 단장 20명 중 선수로 활약했던 이는 SK의 민경삼, 두산 김태룡 단장 단 둘뿐이었다.
최하진 롯데 대표(위)와 김태룡 두산 단장.
일각에서는 민·김 두 단장을 선수 출신으로만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한 구단의 관계자는 “두 단장이 선수 출신이긴 하지만, 둘 다 프로선수 경력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오히려 일찍 선수 은퇴를 하고 매니저부터 차근차근 프런트 일을 시작했다. 오랫동안 준비해서 단장 자리에까지 오른 케이스”라면서 “두 단장을 선수 출신이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평했다.
민·김 두 단장을 제외한 다른 구단 프런트 대표이사, 단장들은 야구계가 아닌 기업의 경영자 출신들이 맡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구단을 지원하는 모기업 출신 경영인들의 이름이 많이 눈에 띄었다.
삼성의 김인 대표이사는 이전에 삼성SDS와 삼성네트웍스 등의 대표이사를 지냈다. 송삼봉 단장 역시 처음엔 제일모직으로 입사했지만 삼성의 프런트로 옮겨와 단장의 자리까지 올랐다. 롯데의 최하진 사장은 롯데기공의 대표이사직도 맡고 있고, 배재후 단장은 롯데산업 출신이다. LG 전진우 대표이사(LG상사 부사장)와 백순길 단장(LG전자 CS경영팀 팀장), 한화 정승진 대표이사(대덕테크노밸리 대표이사)와 노재덕 단장(한화도시개발 상무) 역시 모기업에서 근무한 경영인 출신들이다.
모기업이 따로 없는 넥센은 계열사 경영진에서 단장이 임명된 것이 아니라 이장석 대표가 대학 동창생인 조태룡 단장을 선임했다. 조 단장 역시 선수 출신이 아닌 푸르덴셜생명 보험왕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다. NC의 배석현 단장 역시 NC소프트 출신이지만, 이태일 대표이사는 <중앙일보> 체육부 기자 출신이어서 눈길을 끈다.
구단 사장과 단장 직에는 왜 경영자 출신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까. 프런트의 역할은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구성도 있지만, 구단 운영의 전반적인 실무를 책임진다. 선수단 연봉을 비롯해 시즌을 치르고 훈련을 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관리하고, 선수단에 필요한 지원을 담당한다. 또한 홈구장이나 전용훈련장 등 구단에 필요한 시설 확충과 관리도 프런트가 해야 한다. 따라서 경영이나 사업 추진의 측면에서는 회사를 운영해본 기업인들이 더 능력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구단 관계자의 이야기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는 프런트의 실무진에는 야구인들이 활동하고 있어 경영인 출신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그는 “프런트 사무국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보직으로 꼽히는 운영팀, 육성팀, 스카우트팀 등의 팀장들은 대부분 선수와 코치 생활을 오랫동안 한 사람들이 맡고 있다”며 “경영인들과 야구인 출신들이 프런트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야구인들도 구단 프런트 대표이사나 단장에 전문경영인이 오는 것에 크게 반대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다만 ‘스포츠에 전문성이 있는 경영인’이 해당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야구계 인사의 설명이다.
“프런트의 주된 역할이 구단 운영이기 때문에 경영인이 맡는 것을 크게 반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국내 프로야구의 경우는 대부분 대표이사와 단장 자리에 모기업 출신 임원들이 내려온다. 기업 경영과 스포츠 구단 경영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데이터와 숫자만으로는 팀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 이해 없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선수단에 개입하고 감독을 압박하고 교체하는 프런트도 있다. 야구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경영인이 필요하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오랜 기간 야구계에서 활동한 야구인들도 충분히 프런트에서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김응용 한화 감독은 지난 2004년 삼성의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감독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사장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면서 “최근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3연패를 이룬 삼성의 관리 시스템과 운영방침은 김응용 대표이사 시절부터 이미 구축된 것이다. 경험 풍부한 야구인들도 프런트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다는 사례를 남긴 것”이라고 보탰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구단의 수장인 구단주와 대표이사, 단장의 역할은 각각 다음과 같다.
구단주 : 말 그대로 구단에 자금을 투자한 구단의 주인이다. 구단의 1년 예산을 짜고 총괄적인 운영 계획을 수립한다.
대표이사 : 구단주를 대행해서 구단을 이끄는 책임자다. 가장 큰 책무는 선수단을 지원하는 것이다. 구단주가 설정한 예산한도 내에서 선수단 운영 비용(연봉), 1년간 경기 운영 비용(교통비, 숙박비, 식대 등), 오프시즌 동안의 훈련스케줄 관리(전훈지 탐색 및 비용 계산 등), 기타 운영비와 같은 부분을 담당한다.
단장 : 선수단 관리를 비롯해 현장 운영을 책임진다. 주어진 예산을 이용해 팀의 전력에 필요한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를 수급해 선수단을 구성한다. 또한 선수단의 경기 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현장에서 담당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