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기 원로목사가 거액을 주고 ‘파리 불륜 스캔들’의 진실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조 목사가 10월 21일 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정에 들어가는 모습. 구윤성 인턴기자
2003년 정 아무개 씨가 쓴 <빠리의 나비부인>이 발간되자 교계는 충격과 놀라움에 휩싸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 목사와 유명 오페라 여가수의 불륜 이야기가 너무나 상세하게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책에서 해당 유명 목사는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목사님’ 등으로 표기되어 있었으나 여러 정황상 ‘조용기 목사’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었다.
당시 순복음교회는 책이 발간되자 발칵 뒤집혔다. 일각에서는 책이 나오자마자 순복음교회 측에서 회수를 하는 움직임도 있었다고 한다. 때문에 책이 나오는 족족 절판이 되는 경우가 많아 일반인들이 쉽게 책을 접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순복음교회 한 관계자는 “당시 <국민일보> 윗선에서 책을 거둬들였다는 의혹이 있었다. 책을 수거해간 돈이 신문사에서 나온 것인지 교회에서 나온 것인지 의문점이 일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사안을 덮기 위한 ‘물밑 협상’도 이어졌다. <빠리의 나비부인>과 관련한 진위 여부가 조 목사 최측근의 귀에까지 흘러들어가고 나서다. 책을 쓴 정 씨가 자신이 잘 알고 지내던 A 목사에게 조용기 목사와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모두 다 털어놨고, 이후 A 목사가 조 목사의 최측근 중 한 명에게 이 사실을 전한 것이다. A 목사가 최측근에게 “이것이 그대로 세상에 알려지면 한국 교회가 큰 문제가 되니 대책을 강구하는 게 좋겠다”고 전하자, 최측근은 조용기 목사를 직접 만나 이 사실을 전하며 해결 방법을 조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안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단’이 꾸려진 것은 그때부터다. 조용기 목사의 최측근들로 구성된 협상단은 2004년 무렵 정 씨를 직접 접촉하며 협상을 하기 시작한다. 이때 협상단과 정 씨를 연결시켜주고 중재해 준 이는 미스코리아 출신의 로비스트 B 씨였다. B 씨는 정 씨가 파리에서 오페라 가수로 성장할 때까지 여러 도움을 주고 조용기 목사와도 깊은 인연을 갖고 있어 중재자로 적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협상단은 정 씨를 만나며 조용기 목사와의 관계를 자세하게 듣고 여러 증거물들도 목격하기에 이른다.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이 수차례 가진 잠자리와 관련한 얘기를 자세히 듣고 둘의 사진, 호텔 빌 (영수증)도 봤다. 정 씨는 조 목사가 ‘남편의 체취로 알고 보관하라’며 남기고 간 잠옷과 속옷 등 조 목사와 관련한 증거물만도 수십여 점 보관하고 있었다. 이런 것들을 왜 갖고 있었느냐고 물었더니 ‘정말로 사랑하고 존경했다’고 했다. 하다못해 조 목사가 물 한 잔 마신 컵도 애지중지했다고 했으니 얼마나 조 목사를 사랑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일요신문 DB
<일요신문>이 입수한 ‘순복음교회 윤리분과위원회 <빠리의 나비부인> 진상조사서’에 따르면 15억 원을 전달한 과정이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15억 원은 2004년 2월 14일에 1차(3억 원), 3월 10일에 2차(12억 원)에 걸쳐 전달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조용기 목사가 수표를 최측근 C 장로에게 주고, C 장로가 본인의 통장에 일단 입금했다가 출금해서 정 씨 측에게 전달해 준 것으로 밝혀져 있으며 금액을 전달한 뒤 불륜과 관련한 증거물들을 곧바로 회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증거물은 중재자인 B 씨의 분당 아파트에서 회수됐는데 그 개수만 해도 호텔 영수증 등 관련 문서와 조 목사의 의류(러닝셔츠, 속옷 등), 반지, 시계 등 총 30여 점에 달했다고 한다. 이후 증거물들은 각각 협상을 했던 관계자들이 나눠서 현재까지 보관하고 있다. 앞서의 관계자는 “15억 원을 준 영수증도 확실하게 있고 증거품도 확실하다. 그동안 조용기 목사에게 수차례 경고를 했다. 자신의 비리와 타락에 관해 회개만 했어도 이 상황까지 오지 않았다. 이제라도 한국교회를 위해 잘못을 떳떳하게 시인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조용기 목사의 최측근이 폭로한 대로 15억 원이 정 씨에게 전달된 이후, 사안은 조용히 묻혀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10년 만에 <빠리의 나비부인>을 둘러싼 은밀한 협상 실체가 폭로됨으로써 조 목사의 불륜설과 관련한 진실공방은 한층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은 지난 14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13년 9월 순복음교회 윤리위원회 조사 결과 <빠리의 나비부인>의 내용이 모두 사실로 밝혀졌으며 윤리위원회에서 당회에 조용기 목사의 회개를 요청하고 교회와 관계된 모든 직함에서 물러날 것을 통보했다”고 밝혀 파문을 예고했다.
한편 순복음교회 측이 <빠리의 나비부인>이 출간될 당시 이를 회수한 의혹을 샀던 금액과 협상에 사용한 15억 원의 출처 역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이 모든 돈이 교인들의 성금이 들어간 교회의 ‘공금’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 측은 “15억 원이 교회 재정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조용기 목사 측은 해당 사안을 일체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조 목사 측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개인의 명예를 실추시키기 위해 조작된 것으로 시중에 떠도는 유언비어 수준의 소문을 재각색한 것에 불과하다”며 “적절한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