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박사
캐나다,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다문화정책은 중앙정부에서 일괄적으로 정책을 개발하여 지역 사회로 내려 보내주기보다는 지역별 특성을 고려하여 진행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학교와 지역사회 관련 기관들이 이민자의 사회통합과 적응을 돕기 위하여 주별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본의 경우, 지방정부가 주체가 되어 다문화공생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체계 하에, 현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에 적합한 다문화정책을 수립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자치재정은 총량적으로 중앙정부만큼 예산을 집행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에게는 결정권한이 별로 없다. 중앙정부가 결정한 사무예산을 집행하고 있을 뿐이다. 즉, 기관위임사무는 시․도지사나 시장․군수․구청장 등 지방자치단체의 ‘기관’에게 위임하는 것으로 위임된 뒤에도 국가사무로 유보된다.
따라서 기관위임사무의 결정에는 지역주민의 참여도 없고 지방의회도 의결이나 감독권한을 갖고 있지 않고 감사도 제한된다. 만약, 자치단체의 ‘기관’이 중앙정부의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중앙정부의 대집행이 가능하다. 또한 기관위임사무에 관한 비용을 중앙정부는 국고보조금의 형태로 지원하지만 전체비용의 일부만 지원하고 나머지는 자체수입으로 부담하도록 한다.
일본은 1999년 「지방분권일괄법」으로 기관위임사무가 폐지되어 자치사무와 국가사무로 재분류되었고, 국가사무를 부득이 지방에 위탁해야 할 경우 비용은 전액 국고로 부담하고 있다. 2006년도에 국고보조금을 일부 폐지하고 비슷한 금액을 비례적 지방소득세로 세원 이양하였으며 세원 이양에 따른 지역 간 세수 격차는 지방교부세로 조정하였다.
일본의 국세 대비 지방세 비율은 46.3%에 달하는 등 지방세가 전체 조세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국세 대비 지방세 비율은 8대2 수준으로 대부분의 세금이 중앙정부에 귀속돼 지방자치단체는 재정 건전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수준이 열악하여 자신의 책임으로 어떠한 일을 시도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며, 다문화정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다문화정책이 성공적으로 실시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속적인 재정확충 노력이 필요하며 이는 다문화정책에 대한 주민의 관심도를 반영하게 된다. 다문화정책에 대한 중앙정부 보조금을 우선적으로 확대하여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다문화사업은 지역사회에 피할 수 없는 한 부분이 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행정영역으로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선행 다문화 국가에서 보듯이 한국의 다문화 화가 심화될수록 이로 인한 사회적인 갈등이 나타날 위험이 있다. 문제와 갈등이 심각하게 대두되기 전에 조기에 해결 방안을 마련해둘 필요성이 있는데, 이런 의미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어 지역현안에 빠르게 대응하고 그 지역주민의 인본주의적 통합을 화두로 삼는 것은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지방분권을 중심으로 한 지방자치제의 보완과 더불어 외국이주민의 사회통합을 위한 보다 정밀한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