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감찰본부는 한상대, 채동욱 두 검찰총장(왼쪽부터)의 퇴진과정에서 존재감을 ‘한껏’ 보여줬다.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사진공동취재단
우선 감찰본부는 지난해 검사를 상대로 한 감찰 여파로 한상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떠나보내며 그 존재감을 한껏 과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결정적 계기는 감찰본부가 한 전 총장의 업무지시를 거부하는 것으로 시작된 ‘검란’ 때문이었다. 당시 한 검찰총장은 최재경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에 대한 무리한 감찰을 지시했다가 감찰본부 측의 반발을 샀다. 결국 최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 지시를 거부한 감찰본부가 사실상 검란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일반인들에게 감찰본부가 또 한 차례 알려진 계기는 이른바 ‘호위무사’ 사건 때문이다. 지난 9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채 전 총장에 대해 ‘혼외아들’ 의혹을 근거로 대검 감찰본부에 감찰 지시를 내렸을 때 김윤상 대검 감찰과장이 ‘사의’를 표명했던 사건이다. 당시 김 감찰과장은 채 전 총장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채동욱 총장을 상대로 한 감찰 지시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내용을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 덕분에 김 감찰과장은 일반인들 사이에서 ‘채동욱의 호위무사’로 알려졌고 이는 감찰본부가 다시금 주목받게 된 계기가 됐다. 당시 채 전 총장이 황 장관의 감찰 지시를 사실상 거부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 스스로 진상규명을 하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는 설이 지배적일 정도로 감찰본부의 검찰총장 감찰은 검찰 내부에서도 상당히 충격을 줬던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검찰 내부에서도 “감찰본부가 검사가 아닌 검찰총장을 상대로도 감찰업무를 실제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채 전 총장 사태 때에서야 알게 됐다. 총장을 상대로 한 감찰 지시는 그만큼 충격적이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검찰법에 의하면 검찰은 검사와 검찰총장으로 구성된다). 검찰 내에 퍼진 충격의 여파가 외부로 전해졌는지 감찰본부가 총장을 포함한 검사를 상대로 수사 내지 감찰을 할 수 있다는 특이점이 있다는 게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도 이 무렵이다.
그러나 ‘유명세’를 얻게 된 만큼 부작용도 일어난 것일까. 검찰 일각에서는 지난해부터 고위간부들에 대한 감찰이 강도 높게 진행되면서 감찰본부의 위세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감찰본부는 감찰1과 감찰2과로 나눠지는데 이중에서도 검사들의 시시비비 적발을 전담하는 감찰1과의 파워가 상당하다는 평이다. 한 대검 관계자는 “감찰1과가 모든 사안을 보안에 붙이고 옆 부서인 감찰2과에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하더라”면서 감찰1과의 ‘위력’를 전했다. 감찰1과와 한솥밥을 먹고 있는 감찰2과의 한 검사는 최근 사석에서 “윤석열 여주지청장에 대한 중징계 결정도 발표 직전에야 알았다. 발표 전날 감찰1과 선배 검사들에게 전화해 문의했을 때에는 ‘윤 지청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려면 며칠 더 걸린다’고 얘기를 했는데, 바로 그 다음 날 중징계 발표를 내더라. 덕분에 완전 바보가 됐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감찰 1과장과 2과장 사이가 썩 좋지 않다는 소문마저 나오고 있다. 서로간의 정보가 차단되다보니 소속만 같은 본부이지 완전히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 중진급 한 간부는 “어느 직장이든 부서 간 비밀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 감찰1과의 사정을 감찰2과가 모를 수도 있다. 굳이 이것을 책잡아 의혹을 제기하는 건 부적절하다. 검찰 내부 사정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라면서 “최근 감찰본부가 윤 지청장 등을 상대로 중징계를 내린 부분이 국민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때문에 대검 감찰본부에 대해 이런저런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감찰본부가 검찰 역사 이래 최대의 조명을 받고 있는 만큼 앞으로 좀 더 신중하게 업무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검찰 개혁을 내용으로 하는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상정된 것을 보면 감찰기구 확대개편안 내용은 빠져 있다. 반부패부와 함께 관심을 모았던 대검 감찰본부 확대개편안은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앞서 법무부는 감찰기능 강화를 위해 대검에 감찰기획관과 특별감찰과를 신설하고 고검에도 감찰부를 설치하는 내용의 조직개편 방향을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선 감찰본부의 위세가 대내외적으로 드러난 결과 대검 감찰본부 확대개편안이 이번 검찰개혁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감찰본부가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법무부가 감찰본부확대개편안을 실행하는 게 아무래도 껄끄럽지 않겠는가”라면서 “감찰본부가 이미 그 위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감찰기구를 강화한다는 것도 명분 상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더군다나 고검의 경우 감찰부가 신설될 경우 감찰부를 구성하기 위한 인사가 새롭게 진행되어야 하는데 현재 총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인사를 단행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때문에 법무부로선 감찰부 신설을 무리하게 진행할 필요가 없다. 아마도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가 취임한 후 내년 1월경 감찰본부에 본격적으로 손을 댈 것으로 보인다. ‘그때 가서는 여론도 잠잠해지지 않겠는가’가 현재 법무부의 속내일 것이다”고 진단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