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실적 부진과 오너들 검찰 수사 등 갖가지 악재로 연말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등 추운 겨울나기에 들어갔다. 증권업계도 주식시장의 장기 침체로 수익이 감소해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
최근 삼성에버랜드, 제일모직 등 계열별 사업재편 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부회장단을 포함한 큰 폭의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회장의 두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오너 일가의 구도 변화도 관심사다. 이에 삼성그룹은 초긴장 상태다.
오너 부재 상태인 SK그룹도 사업재편에 착수했다. 실적부진에 시달려온 SK증권, SK네트웍스, SK건설, SK해운 등이 그 대상이다. 최태원 회장의 공백 상태가 1년 넘게 지속된 후유증일 수도 있지만, 워낙 취약해진 업황을 극복하지 못한 탓이 크다. SK그룹 관계자는 “늦어도 내달 초까지는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은 뒤따르는 수순이다. SK네트웍스는 이미 지난 10월부터 사업부 통폐합을 진행하면서 인력 감축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워크아웃에 들어가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선 지 10년여 만이다.
한화그룹은 내년 초 서울고등법원의 재심을 기다리고 있는 김승연 회장의 재판 결과에 기대를 걸면서 이번 연말을 ‘숨죽이며’ 넘고 있다. 신규투자 등의 내년 경영계획 수립은 현재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KT와 포스코도 사실상 경영공백 상태다. KT이사회는 CEO(최고경영자) 선출 작업에 본격 착수해 늦어도 내달 최종 후보자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이석채 회장이 사퇴한 이후 표현명 사장이 직무대행을 맡고 있지만, 후임 선정 과정에서 어떤 방식이건 인선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표 사장은 경영을 안정화하기 위해 당분간 대규모 인사발령 등은 없을 것임을 밝히고 있다.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그야말로 현재로선 현상유지가 최선의 경영목표다. 동면과 같은 상태다.
포스코도 정준양 회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후임 CEO 인선 작업에 착수, 내년 3월 14일로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서 선임하게 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압에 시달려온 탓에 포스코 내부에서는 ‘더 이상 낙하산 인사는 안 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지만 그 바람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포스코는 정상적 경영이 어려운 상황까지는 아니지만, 회사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어 경기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
채권단 자율협약에 따라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STX조선해양은 서울 남대문로에 있는 STX조선 서울사무소도 진해 본사로 옮긴다. 서울사무소에 근무해온 300여 명의 직원 가운데 50명 정도만 남길 예정이다. 나머지는 진해로 갈지, 퇴직할지 결정해야 한다.
국내 금융사들도 경기 불황이 지속되자 인력 감축 등의 구조조정에 나섰다.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불황이 장기화하자 다시 감원 카드를 꺼낸 것이다. 우선 외국계 은행을 중심으로 사업 철수에 따른 점포 축소와 인력 감축이 이어지고 있다.
HSBC은행은 지난 7월 이후 개인금융 업무 폐지를 추진, 11개 지점 가운데 10개 지점 폐쇄를 위한 예비인가를 받았다. 현재까지 230명의 개인금융부문 직원의 90% 이상이 명예퇴직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올해 들어 국내 지점 22개를 폐쇄하면서 한국 내 지점 수가 지난해 말 218개에서 196개로 줄었다. SC은행도 최근 약 350개인 국내 지점을 250여 개로 줄이기로 했다.
증권업계도 주식시장의 장기 침체에 따라 수익이 대폭 감소하며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지난 10월 구조조정을 하고 직원 100여 명을 내보냈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임금 삭감과 인원 감축 등을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 방안을 정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영업하는 62개 증권사의 전체 임직원 수는 4만 1223명으로 2년 전(4만 3801명)보다 2578명 감소했다.
보험, 카드 등 제2금융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임직원을 상대로 ‘전직(轉職)지원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직업 전환을 도와준다는 명분이지만, 실상은 퇴직을 유도하는 제도다.
박웅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