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나라’ 홈페이지. 회원수 1150만 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온라인 장터다.
“중고나라는 공동 운영진 체제이기에 어느 한 사람을 소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운영진 규모는 어느 정도이며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현재 중고나라는 150여 명의 운영진이, 각 카테고리별 팀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별하게는 사기사건만 전담하여 관리하는 팀과 경찰청, 식약청 등 정부 요청에 의한 정부기관 담당 스태프도 별도 구성돼 있다. 스태프 규모가 150여 명이나 되고 전국 각지에 있다 보니 주로 채팅방을 이용해 의견을 취합하며 운영하고 있다.”
―어느덧 개설 10주년을 맞는다고 한다. 이제는 고유명사가 된 중고나라의 시작은 어떠했나.
“중고나라는 네이버의 카페 서비스와 그 역사를 같이 했다. 중고나라 역시 여느 카페와 마찬가지로 적은 회원 수와 게시글로 단출하게 시작했지만 먼저 시작한 뒤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다 보니 지금의 모습이 됐다.”
―현 운영자가 수십억 원에 카페를 양수했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오보로 만들어진 유언비어일 뿐이다. 운영진이 정정보도를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오늘날 중고나라는 회원 수 1150만 명이 넘는 거대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하루에 몇 건의 글이 올라오고 얼마나 회원 간 매매가 이뤄지고 있나.
“하루에 보통 10만 건의 글이 올라온다. 월평균으로 하면 약 300만 건이다. 이 중 실제 거래가 몇 건이나 성사되는지는 운영진도 알 수 없다.”
―카페를 통한 별도 수익 사업이나 나눔 활동이 있다고 들었다.
“카페 대문을 보면 해피빈(네이버가 운영하는 온라인 기부포털)과 제휴해 공동구매란을 운영하고 있다. 해피빈의 취지도 알리고 그 수익이 다시 해피빈에 기부가 되는 형태다. 과거에는 운영진이 직접 운영한 뒤 그 수익으로 어려운 단체를 방문해 도움을 드리며 상당한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운영진 각자 직업을 가진 분들로 시간을 할애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현재의 체제로 자리 잡게 되었다.”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중고나라 거래와 관한 각종 에피소드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보이그룹 ‘신화’의 에릭이 “이미 팔렸다”는 한 중고키보드 판매자에게 “왜죠?”라고 답변한 것은 화제가 돼 결국 광고에까지 쓰였다. 서울역에서 전기밥솥을 직거래하며 화장실에서 직접 밥을 해 봤다는 구매자는 실소를 머금게 하고, 휴대폰을 판매하며 충전재인 일명 ‘뽁뽁이’ 대신 쌀 튀밥으로 물건을 감싸 보낸 판매자는 훈훈하기까지 하다. 반면 “중고나라에서 물건을 샀더니 벽돌이 왔다”는 식의 피해 사례들도 적지 않다.
뽁뽁이 대신 쌀 튀밥으로 물건을 감싸 보낸 판매자와 구매자의 SNS 대화. 맨 오른쪽은 ‘신화’의 에릭이 “이미 팔렸다”는 한 중고키보드 판매자에게 “왜죠?”라고 엉뚱한 질문을 해 화제가 된 SNS.
“황당하다기보다 좀 무섭고도 안타까운 사례다. 어떤 회원이 돌침대를 중고나라 통해 구입하게 됐다고 한다. 돌침대를 차에 모두 옮긴 후에야 판매자가 돌아가신 어머니가 쓰시던 것이라고 얘기를 해주더란다. 무척 찜찜했지만 이미 상당한 비용을 들여 옮겨 온 만큼 그냥 쓰기로 하고 그날 돌침대서 자는데, 진짜 귀신이 나타나 한숨도 못 잤다고 한다. 다음날 곧장 돌침대를 부숴 폐기 처리를 했다고 하더라.”
―중고나라는 직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사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불법·탈세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런 우려를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현재 경찰청과 협업해 신속하게 사기사건 등을 대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스태프 중에는 현직 경찰들도 여러분 있다. 그분들과 함께 사기 전담팀이 지속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고 최근에는 사기정보 공유 사이트와 제휴해 사기이력이 있는 게시글에는 덧글로 그 사실을 알리는 등 노력하고 있다.”
―10대 학생들의 피해 사례가 많아 중고나라를 ‘중고딩나라’로 폄훼하는 시선도 있다.
“아무래도 연령제한이 없다보니 그런 현상이 있긴 하다. 중고나라의 연령분포를 보면 20대가 38%로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30대 30%, 40대 14%, 10대는 11%다. 대다수의 사용자가 중·고등학생은 아니다.”
―중고 거래에 따른 피해를 근절할 수는 없나.
“중고 거래는 사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 왔다. 최근에는 중고나라로 집중되는 상황에서 필터링 되지 않은 몇몇 글들이 올라와 혼잡했던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포털 측의 시스템 개선으로 사용 환경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 최근 스팸(광고)성 글들이 상당히 줄어든 것도 이런 시스템 개선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중고나라 이용자를 위한 에티켓은 따로 없나.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직거래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일단 마음이 급하고 ‘나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다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직거래 시 꼭 지켜야할 에티켓이라면 구매자든 판매자든 약속을 지키기 어려울 경우 반드시 사전에 알려 상대방이 헛걸음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직거래 시 아무 말 없이 약속장소에 나오지 않아 낭패를 보는 경험담을 듣는다. 네이버의 노력과 회원들의 성숙함이 깨끗한 중고나라 문화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소망한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