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승렬 전 거평 회장 | ||
현재 나 전 회장의 친인척과 핵심 측근들이 이사, 감사 등 경영인으로 있는 회사는 등록법인 3개사와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3개사 등 모두 6개 사.
낙산개발, 서현개발, 만강개발 등 3개 법인체와 나 전 회장 자녀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YD건설과 만강건설, 만강산업개발 등 3개의 개인사업체가 바로 그것이다.
확인 결과 나 전 회장 친인척과 측근들은 이들 6개 회사의 이사나 감사를 서로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회사의 경영에 나 전 회장이 직접 관여하고 있는지 여부가 관심.
최근 나 전 회장의 재산은닉 의혹과 관련해 국세청과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한 진정인 K씨는 “이들 회사는 나 전 회장이 배후에서 경영하는 회사다”고 주장하고 나서 이 같은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나 전 회장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의혹을 받고 있는 기업들의 실상은 이렇다.
▲(주)낙산개발
낙산개발은 강원도 양양 낙산해수욕장 내에 위치한 프레야낙산콘도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지난 89년 7월28일에 설립된 이 회사는 올 2월 현재 자본금이 15억원이다.
프레야낙산콘도는 지난 89년 설립 당시 (주)거평이 운영했는데, 96년 7월 (주)거평은 (주)거평레저로 상호를 변경했다. 그리고 거평그룹이 부도난 직후인 98년 6월 현재의 상호인 (주)낙산개발로 또다시 변경했다.
그런데 이 회사 임원의 면면을 살펴보면, 나승렬 전 회장의 친인척과 측근들이 포진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대표이사인 최의석씨(62)는 70년대 중반 나 전 회장이 롯데삼강에 근무하던 시절, 직장동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나 전 회장의 장녀인 윤주씨(29)가 낙산개발 감사로 등록돼 있다는 점. 윤주씨는 거평그룹이 부도난 직후인 지난 99년 3월부터 이 회사의 감사를 맡아오고 있다.
나 전 회장의 주변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나 전 회장과 부인 박문자씨가 타고 다니는 차량들이 낙산개발 소유로 등록돼 있다”고 밝혔다. 확인 결과 나 전 회장이 현재 타고다니는 승용차(에쿠스 리무진 서울55라XXXX번)는 낙산개발 소유임이 밝혀졌다.
또 이 회사의 등기임원 3명의 이사도 나 전 회장의 측근 인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등기이사인 나아무개 이사(58)는 나 전 회장의 고향(전남 나주) 친구이며, 우아무개 이사(43)는 프레야낙산콘도 사업 초기부터 근무했던 나 전 회장의 측근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전 회장을 잘 아는 관계자는 “우 이사는 나 전 회장 조카(큰 형의 아들)인 나선주 전 거평그룹 부회장의 소개로 낙산콘도에서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원도 양양 출신인 김아무개 이사(58)는 현재 낙산콘도 사업본부장을 맡고 있으며, 80년대 말 이 콘도의 부지를 매입할 때부터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승렬 전 회장의 재산은닉 의혹과 관련, 최근 국세청과 대검찰청 등에 진정서를 접수시킨 K씨는 진정서에서 “낙산개발의 운영자는 나승렬 전 회장이다”고 주장했다.
K씨는 “나 전 회장의 비서인 황중환씨(37)와 권아무개씨(여)의 월급도 낙산개발에서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황중환씨는 “2년 전까지는 낙산개발에서 월급을 받았지만 지금은 받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 나승렬 전 회장의 고향친구가 대표이사로 있는 서현개발은 올 7월 준공예정인 주상복합아파트 ‘서초렌트빌’(사진)의 건축주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옛 병무청 땅에는 현재 55평 이상의 대형 아파트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며, 이 아파트의 시행사인 만강건설 대표도 황씨다.
그는 또 경기도 분당 금곡동 땅(1천1백68평)도 영돈씨와 나 전 회장의 이종조카 이영일씨(55·나 전 회장 누나의 아들) 등과 함께 소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땅에는 현재 오피스텔 ‘천사의 도시Ⅱ’ 신축공사가 진행중이며, 황씨는 시행사인 만강산업개발 대표도 겸직하고 있다. 대한중석에 근무했던 황씨는 지난 94년 거평그룹이 대한중석을 인수하면서 나 전 회장의 비서로 재직했다.
▲서현개발(주)
지난 99년 6월11일 설립된 서현개발의 현재 대표이사는 나철주씨(60)다. 나씨는 나 전 회장의 고향 친구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한때 주유소를 경영했으며, 남평건설을 운영하다 IMF외환위기 때 부도난 것으로 전해졌다.
나 전 회장을 잘 아는 관계자는 “나 전 회장과 나철주씨는 막역한 사이”라며 “나씨가 남평건설을 경영할 때 거평건설의 하청공사를 맡았다”고 털어놨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회사의 자본금은 현재 50억원. 본점은 낙산개발의 본점 소재지인 강원도 양양이다. 그런데 이 회사의 본점은 설립 당시 낙산개발과 같은 강원도 양양읍 조산리 433의1번지였다가, 지난해 8월12일자로 양양읍 남문리 108의8번지로 이전됐다. 이는 낙산개발과 이 회사의 연관성을 말해주는 부분.
이에 대해 나철주 대표이사는 “내가 경영했던 주유소를 모두 매각해서 투자한 회사다”며 “우리 회사 자본금도 나 혼자 낸 것이 아니라 몇몇 사람과 공동으로 분담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사업 초창기 자본금보다 늘어난 것은 그동안의 우리 회사 영업실적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사의 감사는 현재 낙산개발 이사로 있는 우아무개씨(43)인 것으로 밝혀졌다. 우씨는 서현개발과 낙산개발 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셈이다.
서현개발은 주택건설사업을 하는 회사로, 현재 서울 서초동 1593번지 일대 5필지(대지면적 8백76평)에 시공중인 주상복합아파트 ‘서초렌트빌’(연건평 1만2천1백41평)의 건축주로 나타나 있다. 부동산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지난 99년 12월에 이 땅을 매입했다. 현재 마무리 공사에 들어간 ‘서초렌트빌’은 지상 24층, 지하 6층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며, 지난 2000년 8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올해 7월 준공된다.
서현개발과 나 전 회장이 깊은 관계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또다른 내용도 있다. 낙산개발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지난 2001년 5월 서현개발이 프레야낙산콘도의 512~513호 회원권을 매입했으며, 이 방은 나 전 회장의 ‘별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전 회장의 최측근이었던 관계자도 “512호와 513호는 형식상 두 개로 나눠져 있지만, 실제는 중간 벽을 허물어 만든 하나의 특실이다”고 말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512·513호를 합친 나 전 회장 특실은 약 40평.
이 관계자는 “(거평그룹이 부도난 후에도) 나 전 회장은 휴식을 취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1년에 4~5차례씩 이 방을 찾는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나 전 회장의 측근은 “그룹회장 재직 시절 접대처로 자주 사용했고, 지금은 나 전 회장이 1년에 한 두 번 정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만강개발은 거평 출신의 장양규씨와 변강섭씨 가 대표이사와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분 당 금곡동 땅(위 사진)에 오피스텔 ‘천사의 도 시Ⅰ’을 짓고 있다. 아래는 낙산개발이 운영하 는 강원도 양양의 프레야낙산콘도. | ||
지난 2001년 3월28일 설립된 만강개발의 자본금은 50억원. 이 회사는 현재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161∼163번지 땅(1천9백43평)에 지상 8층, 지하 4층 규모의 오피스텔 ‘천사의 도시Ⅰ’을 건축중이다.
만강개발이 보유한 161번지 일대 3필지는 나 전 회장의 장남인 영돈씨와 황중환씨, 나 전 회장의 이종조카인 이영일씨 등 3명이 공동 보유한 165번지와 170번지 땅과 맞붙어 있어 눈길을 끈다.
이들 3인이 보유한 땅은 현재 병역특례자로 벤처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영돈씨가 지분의 80%를 소유하고 있다. 영돈씨 등이 소유한 땅에도 오피스텔 ‘천사의 도시Ⅱ’가 세워지고 있다.
이 회사 대표이사인 장양규씨(53)도 거평그룹 출신. 그는 지난 1991년 대동화학 인수 당시 거평그룹에 합류했다. 특히 장씨는 나 전 회장과 가까운 현 국회의원 P씨의 소개로 대동화학 총무부장으로 입사, 생수생산업체인 거평식품 사장까지 역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거평식품을 나온 뒤 한동안 무직상태로 있다가 지난해 11월 만강개발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그 이전까지 만강개발 대표이사는 김아무개씨(48)였는데, 김씨는 나 전 회장이 롯데삼강에 근무할 당시 첫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94년 대한중석 인수 때 부장이었다가, 현재는 만강개발 이사로 올라 있다.
특히 지난 2001년 10월부터 두 달 정도 대표이사를 맡았던 박석종씨(68)는 나 전 회장의 처남(부인 박문자씨의 오빠). 박씨는 중앙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미국으로 이민 갔다가 귀국, 거평그룹 부회장까지 역임했다.
또 이 회사의 이사로 등재돼 있는 변강섭씨(58)는 나 전 회장의 장녀인 윤주씨와 함께 서울 구로동 611번지 일대 땅(2천4백31평)의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변씨는 윤주씨와 함께 YD건설을 설립, 구로동 땅에 지상 12층, 지하 4층 규모의 복합빌딩을 세우고 있다.
변씨는 (주)거평 전무 출신. 거평그룹 부도이후 퇴사했다가 윤주씨와 함께 YD건설을 설립할 때 합류했다. 윤주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YD건설을 변(강섭) 사장이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문아무개 이사(41)는 서현개발 이사를, 우아무개 이사(43)는 낙산개발 이사를 각각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나 전 회장 친인척과 핵심측근들이 경영중인 회사들이 밝혀지면서 나 전 회장이 이들 회사의 실질적인 소유자, 혹은 경영자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현재 나 전 회장의 핵심측근으로 일하고 있는 인사는 “나 전 회장이 낙산개발, 서현개발, 만강개발 등의 배후에서 경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그는 “나 전 회장이 건설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들 회사의 컨설팅을 해주고 있는 정도”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