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하이패스 제니스 배구단 숙소를 찾아 ‘미녀 삼총사’와 즐거운 대화를 나눠봤다.
한국도로공사의 ‘미녀삼총사’들. 왼쪽부터 고예림(19) 황민경(23) 곽유화(20).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들어봤나? 신고식!
지난 9월 10일 여자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게 된 고예림. 강릉여고 시절부터 ‘얼짱’으로 유명세를 타며 주목을 받았던 그는 도로공사 입단 후 황민경, 곽유화와 함께 도로공사에서 밀고 있는 ‘스타마케팅’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선배들 입장에선 입단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고예림에 대해 관심이 클 수밖에 없을 터. 그래서 신고식 스토리가 궁금해졌다.
황민경(민경): 신고식이요? 당연히 있었죠. 그런데 오래가지 못했어요?
곽유화(유화): 신고식이다 보니 아무래도 술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는데, 이전 선수들에 비해 예림이는 술을 잘 못하더라고요. 민경 언니나 전 끝까지 그 자리에서 버텼거든요.
고예림(예림): 솔직히, 제가 그날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나요. 그냥 뻗어서 잤다고 하더라고요. 아직 술을 잘 못해요. 다음날 조금 걱정했는데 술 마시다 일찍 잤다고 해서 뭐라고 하는 선배는 안계시더라고요.
# 여자 숙소에 집합이?
여자 선수들만 모여 사는 숙소 생활이 궁금하던 차에, 그들만의 집합 문화에 대해 물었다. 밖에서 듣기엔 남자 선수들보다 여자 선수들의 숙소 문화가 은근히 까다롭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민경: ‘집합’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고, 성적이 안 좋을 때는 고참들이 나서서 이런저런 얘기를 해요. 요즘 숙소 생활은 진짜 편해진 거예요. 제가 처음 입단할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유화: 이전에는 빨래를 개켜서 선배들 방에 다 갖다 줬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각자 알아서 챙겨가요. ‘방졸’ ‘방장’ 이런 개념도 없고요. 1인1실을 사용 중인데, 방 2개가 트여 있거든요. 후배 입장에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크게 불편한 점도 없어요. (황민경을 쳐다보면서) 그런데 민경 언니랑 말 트기까지 1년 반이 걸렸어요. 민경 언니의 포커페이스가 장난 아니었어요. 처음엔 쉽게 말도 못 붙이겠고, 어느 타이밍에 말을 떼야 하는지 감이 안오더라고요.
예림: 언니들이 모두 잘해주려고 하시지만, 막내 입장에선 모든 게 어렵고 조심스러워요. 제가더 편하게 다가가야 하는데, 첫 시즌이라 ‘어리버리’할 때가 있어요. 그래도 적응은 잘 하고 있는 편입니다.
입단부터 빼어난 외모로 화제를 모았던 고예림.
“배구를 못하면 욕을 두 배로 먹더라”며 귀여운 푸념을 털어논 곽유화. 처음엔 고예림처럼 하얀 피부였지만 3년 만에 까매졌다고.
곽유화가 입단 후 외모 순위에서 밀려났다는 황민경. 유독 부상이 많아 마음고생을 했지만 후배들의 응원에 더욱 힘을 내야겠다고.
# ‘얼짱’ 3인방? 실제는?
여자농구, 여자배구 등 여자팀에선 유독 외모가 부각된다. 황민경, 곽유화, 고예림 모두 실력 이전에 외모부터 거론된 선수들이다. 이에 대한 부담은 없는 걸까?
유화: 처음 도로공사에 입단했을 때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 기분 좋았어요. 그런데 배구를 잘하면 몰라도, 못했을 때는 욕을 두 배로 더 먹더라고요. ‘얼굴만 예쁘고 배구는 못한다’면서. 그때는 정말 속상해요. 그런데 예림이가 들어오면서 전 이제 그런 걱정 안해도 돼요(웃음). 도로공사가 예림이 입단하자마자 ‘미녀군단’으로 변모했거든요. 예림이가 일당백 역할을 하는 셈이죠. 아마 우리 팀에서 남자 팬들이 제일 많을 걸요?
예림: 아직은 실감을 못하고 있어요. 저보다 예쁜 언니들이 진짜 많거든요. 저는 나이가 어려서 더 귀엽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유화: 그런데, 예림이는 시스타의 ‘다솜’ 닮지 않았어요? 얼굴도 하얗고, 피부도 좋고…. 저도 도로공사 입단 초에는 얼굴이 하얀 편이었는데 3년이 넘으니까 이렇게 검게 그을린 색깔을 띠더라고요. 우리는 운동장 달리기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예림이 얼굴도 3년 지나면 저처럼 변할 거예요(웃음).
예림: 진짜요? 언니 얼굴 많이 까만 편인데…. 그래도 괜찮아요. 배구만 잘할 수 있다면.
민경: 전 유화가 입단하면서 뒤로 밀려났어요. 유화 입단 후 배구계의 수지와 선예를 닮은 선수가 나타났다며 얼마나 난리가 났었는데요.
# 월급 관리? 아직은…
프로 선수들이다보니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숙소 생활 덕분에 개인적인 지출이 거의 없는 편이지만, 힘들게 운동해서 번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게 3인방의 공통점이다.
유화: 그동안 무조건 엄마 통장으로 월급이 들어갔어요. 그런데 어느 날 확인해보니 잔고가 ‘빵’이더라고요. 집 이사하는데 다 쏟아 붓는 바람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죠. 어렸을 때부터 조금씩 돈을 벌다 보니 돈에 대한 아쉬움, 무서움이 없었어요. 그래서 올시즌부터 제가 직접 관리를 하겠다고 엄마에게 부탁드렸습니다. 하지만 막상 월급이 들어와도 이런저런 적금으로 다 빠져나가 매달 잔고가 40만 원밖에 남지 않아요. 그러나 시즌 때는 이 돈도 거의 쓸 일이 없어요. 외출을 하지 않는 한.
민경: 전 부모님이 관리해주세요. 얼마 전에 한 번 잔고를 확인해봤더니 잘 있더라고요(웃음). 월급에는 거의 손대지 않고 보너스를 모아서 용돈으로 쓰는 편인데, 그조차도 안 쓰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예림: 전 이번에 처음으로 월급을 받았어요. 신기하기도 하고, 괜스레 뿌듯해지기도 하고. 계속 합숙 중이라 부모님을 뵙지 못했는데, 휴가 때 나가면 부모님께 첫 월급 탄 기념으로 선물을 사드리려고 해요.
유화: 흔히 여자들은 명품 옷이나 가방 등에 관심이 많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우린 그림의 떡입니다. 그렇게 비싼 물건을 사서 어디 들고 나갈 데도 없어요. 경기장 가면서 명품 가방 메고 가는 건 아니잖아요(웃음). 전 지하상가에서 단 돈 만 원짜리 가방도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명품’이니까요. 하하
민경: 나이가 드니까(?) 이젠 명품 백 정도는 하나쯤 있어야 하겠더라고요. 시즌 끝나면 이런저런 행사도 많고 결혼식에도 참석하는데, 그럴 때 들고 다닐 백은 있어야 해요. 이런 생각을 갖고 막상 좋은 백을 사려고 면세점을 찾아도 결국엔 빈손으로 나와요. 몇 백만 원씩 하는 백을 사는 게 우리 입장에선 결코 쉽지 않더라고요.
# 화장품? 베이비 크림이면 만족
20대 초반의 선수들이라 외모 가꾸기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실내 종목의 특성상 햇빛 볼 일이 많지는 않지만, 곽유화의 설명대로 운동장 달리기가 포함되는 날에는 자외선 차단제라도 발라야 햇빛에 노출된 피부를 보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3인방은 피부 가꾸기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듯하다.
민경: 부모님이 화장품 가게를 하셨어요. 그러다보니 안 팔리고 남는 제품은 저한테 주시더라고요. 전 대부분 재고 화장품을 사용했어요. 그래도 별다른 이상이 없던데요?
유화: 전 작년까지만 해도 존슨즈베이비 크림을 발랐어요. 샤워 후에 그 크림 바르고 침대에 누우면 아기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예림: 저도 얼마 전까지 베이비 로션을 사용했어요. 요즘엔 끊었지만….
# 남친? 오히려 귀찮아!
여자 선수들한테 이성은 호기심의 대상이다. 그러나 오랜 합숙 생활로 인해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도 힘들고, 그 관계를 유지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란다.
유화: 전 고3 때 교제를 해보고 프로 입단 후에는 쭉 (남자친구) 없이 지냈어요. 제가 약간 ‘귀차니즘’이 있거든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외출이 허락되는데, 오랜만에 바깥 바람 쐬면서 남친만 만나기엔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남친이 있으면 구속받아야 하고, 행동에 제약도 따르고요. 그래서 지금은 외출할 때 남친보다 친구들 만나고 볼 일 보고 하는 게 더 좋아요.
민경: 남친이 있는 저로선 유화의 말에 절대 공감해요(웃음). 남친은 사회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우리는 소중한 외출 시간을 남친과의 데이트에 다 써야 하거든요. 남친을 만나 기쁨도 크지만, 그 외의 일을 할 수 없는 점에선 유화 생각과 같아요.
유화: 전 남친을 못 사귄 게 아니에요. 안 사귄 거지(웃음). 정확히 써주셔야 해요.
예림: 저도 남친이 있어요. 언니들 말 다 맞아요(웃음). 그래서 가끔 (남친이랑) 싸울 때도 있어요.
황민경.
곽유화
고예림
# 71년, 76년생 엄마
이성 얘기로 수다를 떨다가 결혼과 관련된 질문이 이어졌다. 그런데 그동안 주로 침묵했던 고예림이 황민경에게 이런 얘기를 꺼내든다.
예림: 언니, 제가 알기론 서른 살 전에 결혼해서 아기를 낳아야 예쁜 아기를 낳는대요.
민경: 어? 무슨 그런 근거 없는 얘기를? 누가 그래?
예림: 저희 엄마가 20대 때 결혼해서 오빠랑 절 낳으셨거든요. 젊은 나이에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셔서 그런지 엄마도 건강하고, 저도 좀 괜찮은 것 같고(웃음).
유화: 예림이가 처음에는 입도 뻥긋 못하더니 시간이 지나니까 조금씩 본색을 드러내는 걸?(웃음) 민경 언니, 예림이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우리 엄마는 속도위반을 심하게 하셨어요. 제가 알기론 열여덟살 때 절 낳으셨을 거예요. 그래서 제가 예쁜 아기가 됐잖아요(웃음).
민경: 엄마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데?
유화: 76년생이세요.
예림: 우리 엄마는 71년생이세요.
민경: 와, 정말 대단하시다. 우리 엄마는 정도를 걸으셨어. 지금 59년생이야. 위에 언니도 있고. 유화 어머님은 아주 젊으시네. 76년생이시면 서른 여덟살? 헐, 대~박!
# 송명근 VS 지태환
여자 배구 못지않게 남자 배구에도 미남 선수들이 즐비하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선수 한 명씩을 꼽아달라고 부탁하자 막내 고예림이 먼저 대답을 했다.
예림: 전 얼굴보다는 배구를 잘해서 멋있다고 생각하는 선수가 있어요. 러시앤캐시의 송명근 선수예요. 배구 정말 잘하세요.
민경: 송명근 선수가 얼굴보다는 배구야? 배구도 잘하지만, 그 정도면 얼굴도 잘생겼잖아.
유화: 예림이, 너 은근 눈이 높구나?(일동 폭소) 전, 삼성화재 지태환 선수 열혈팬이예요. 완전 좋아요. 작년부터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아쉽게도 직접 얘기를 나눠본 적은 없어요. 우리 팀 이용희 코치님이 지태환 선수랑 친하대요. 그래서 이 코치님이 태환 선수랑 통화할 때 옆에서 목소리를 엿들은 적이 있어요. 얼굴만큼 목소리도 ‘짱’이더라고요. 그런데 여자친구가 있다네요.
민경: 유화야, 지태환 선수한테 여자친구 없으면 어쩌려고?
유화: 아니, 그냥 그렇다는 얘기죠.
# “무릎 팍 도사님~”
요즘 가장 고민되는 부분, 쉽게 털어 놓지 못하는 걱정거리가 있다면 하나씩 털어놓자고 얘기했다. 고예림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예림: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최고참이었는데 프로 입단 후 막내로 전락하니까 잘 적응이 안돼요.
유화: 레프트를 계속해야 하나, 리베로로 전업을 해야 하나, 판단이 안서요. 레프트의 자리 경쟁이 워낙 치열해서 부대낌이 심하거든요.
민경: 몸이 성치 않은 게 고민이에요. 배구하면서 지금까지 세 군데 수술을 받았어요. 손가락, 무릎, 어깨인데, 지금 무릎이랑 어깨 부위가 조금 좋지 않아요. 아픈 데가 많다고 후배들이 저한테 ‘황머니’래요. ‘할머니’에다 ‘황’자를 붙인 거죠.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른 적이 거의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팀에 미안하기도 하고, 내년 FA라 걱정도 되고…. 그래도 감독님이 잘 배려해주셔서 열심히 치료받으면서 게임에 나가고 있습니다.
# 그리고 서로에게 한 마디
민경: 유화가 지금 많이 힘들 거예요. 같은 포지션에 사람이 많아지면서 자신의 역할이 점점 줄어든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내색 안하고 잘 버티는 걸 보면 대견하기도 해요. 앞으로 좀 더 독하게 마음 먹고 다 같이 잘 해냈으면 좋겠어요. 예림이는 아직 우리 팀에 제대로 스며들지 못한 것 같아요. 그리고 코트에서 좀 더 편하게 플레이를 했으면 해요. 그러려면 먼저 마음을 열고 우리들한테 다가와야 해요. 곧 그럴 거라고 믿습니다.
유화: 민경 언니 아플 때 마음 편히 재활할 수가 없었을 거예요. 언니 뒤를 받치는 선수들이 듬직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전 언니가 우리들한테 미안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부상은 일부러 당하는 게 아니잖아요. 유독 언니한테만 불운이 겹쳤던 것이고, 지금 잘 견뎌내서 힘이 돼주고 있잖아요. 언니가 편한 마음으로 배구를 즐겼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예림이는 솔직히 두려운 후배예요(웃음). 정말 잘해요. 캐치도 잘하고. 그런데 아직 신인이라 코트에만 들어가면 하얀 얼굴이 더 하얘져요. 포인트 하나 잡으면 자기가 때려 놓고 더 놀래고. 귀엽고 순진하고 여린 면도 있는 것 같지만 모든 일에 자신감 있게 임했으면 합니다.
예림: 민경 언니랑 트인 방에서 같이 생활하다보니 언니의 몸 상태를 더 잘 알게 돼요. 아픈 몸을 이끌고 코트에서 뛰는 걸 보면 존경심이 절로 들 정도입니다. 전 언니가 더 이상 아프지 않은 몸으로 배구하기를 바라요. 그래야 언니가 배구하면서 행복하다는 사실을 느끼실 것 같아요. 유화 언니한테는 배울 게 참 많아요. 무엇보다 굉장히 씩씩한 성격이세요. 언니랑 같이 코트에서 뛰는 게 즐거워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후배들의 얘기를 귀담아 듣던 황민경이 가슴 벅찬 표정을 지었다. 눈가엔 어느새 촉촉한 이슬이 맺힌 상태였다. 부상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자신에게 후배들이 전하는 진심어린 메시지가 황민경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와, 나 정말 배구 잘해야겠다. 너희들에게 멋지게 보이려면.” 외모와 실력뿐만 아니라 마음 씀씀이까지 아름다운 ‘미녀 삼총사’였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