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파격 인사 단행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울산 현대중공업 전경. 연합뉴스
현대중공업은 이미 지난 7월 원전 비리와 관련해 임원 3명이 송 아무개 한국수력원자력 부장에게 10억 원의 뇌물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최근에는 거꾸로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에 들어간 것이다.
지난 7월과 11월 잇달아 터진 비리는 그동안 윤리경영을 강조해온 업계 1위 현대중공업의 명성에 먹칠을 했다. 더욱이 최근 조선·해운업이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연이은 비리 사건은 스스로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해운업과 조선업이 동시에 살아날 것”이라며 “기나긴 터널을 살아서 빠져나온 업체가 호황을 누릴 듯하다”고 말했다.
증권가 예상도 다르지 않다. 지난 여름부터 각 증권사는 조선업 회복세를 점치고 있다. 유재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업종이 회복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원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더 나아가 “상선 수주 회복과 더불어 조선업의 대세 상승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할 정도다. KDB대우증권과 KTB투자증권의 경우 긴 불황과 구조조정이 끝나고 ‘승자독식’ 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이재성 현대중공업 회장
이번 인사는 이를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비친다. 2년 만에 회장제를 부활시키고 각 부서별 총괄사장제를 도입한 데다 준법경영 담당 사장직까지 따로 만들 정도로 변화를 주고 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아무래도 비리 사건에 연루가 되다 보니 준법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돼 사장 차원에서 담당케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의 또 하나 특징으로 ‘정몽준 대주주의 친정체제 강화’를 꼽고 있다. 현대중공업 이재성 신임 회장이 정 의원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분류되는 데다 12월 중순으로 예정돼 있는 정기임원인사에서 정 의원의 장남 정기선 부장의 임원 승진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에 일체 간여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박 대통령이 원전비리 척결을 강조했기에 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의 자존심이 상했을 터.
더욱이 정 의원은 여당 대표까지 지낸 인물이고 박 대통령과는 초등학교(장충초) 동기동창인 데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는 박근혜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까지 맡은 바 있다. 집권 여당의 핵심인물로서 원전 비리와 관련해 ‘자신의 회사’가 번번이 언급되는 것이 좋게 보일 리 만무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7개 사업부를 둘로 분류해 총괄사장을 두고 이를 컨트롤할 수 있는 회장제를 부활시킨 것”이라며 “대주주의 친정체제를 강화했다기보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