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위치한 기재부는 현재 정문이 북쪽으로 나있다. 이처럼 기재부 정문이 북쪽, 그것도 다른 부처와 달리 골목길 방향으로 나 있어 기재부 공무원은 물론 방문객들도 기재부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청사를 수백 미터 돌아와야 한다. 게다가 정문 앞에서 수십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대규모 임대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향후 출퇴근 시 교통정체가 벌어질 일이 불 보듯 빤한 상황이다.
전경련은 건물을 신축하면서 서쪽에 있던 정문을 동쪽 방향으로 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이 때문인지 모르지만 기재부에서는 세종시에 내려온 뒤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세수 부족, 세제 개편 논란 등으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교체설이 끊이지 않고, 심지어 기재부 직원의 자살 등 인명사고마저 발생했다. 기재부는 입주 직후부터 안전행정부에 정문 위치를 반대쪽으로 바꿔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결국 기재부의 계속되는 요구에 안전행정부가 7억 원을 들여 기재부 정문을 다시 짓기로 하고 공사에 들어갔다.
새 건물 공사를 마치고 준공식을 앞두고 있는 전경련도 이번에 정문 위치를 정반대 방향으로 냈다. 과거 전경련 건물 정문은 여의도공원 쪽으로 나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지은 건물은 정문을 반대쪽인 광장아파트 쪽으로 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휘호 ‘창조 협동 번영’이 새겨진 화강암 기념석도 이곳으로 옮겨왔다.
겉보기에 정문 위치는 여의도 공원 쪽으로 나는 것이 자연스럽다. 대로가 놓여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광장아파트 쪽은 골목길이어서 정문을 놓기에 어색하다. 하지만 풍수지리학적으로 정문 방향은 광장아파트 쪽이 길하다는 평가다. 광장아파트 쪽은 해가 뜨는 동쪽인 반면 과거 정문이 있던 여의도공원 방향은 해가 지는 서쪽에 있기 때문이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우리나라 분위기 상 풍수지리를 그냥 미신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과거 광화문에 있던 해태상을 옮겼다가 숭례문과 정부 서울청사에 불이 나면서 비난 여론이 빗발쳐 결국 해태상을 원위치 시키지 않았느냐”며 “지금 서울청사, 과천청사, 세종시 청사 등도 보면 모두 풍수지리를 감안한 곳에 위치해있다. 기재부나 전경련 정문 위치도 일부 고려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준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