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신지애(로이터/뉴시스), 김세영, 허윤경. 사진제공=KLPGA
# 국내파 누가 잘나갈까
지난해 겨울, 국내 여자골프의 스토브리그는 뜨거웠다. 단숨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간판스타로 우뚝 선 김자영(22·LG)과 양수진(22·정관장), 양제윤(21·LIG) 등 대어급 선수들이 소속사를 옮기거나 재계약을 통해 대박의 꿈을 이뤘다. 올해는 김세영(20·미래에셋)과 허윤경(23·SBI) 그리고 안신애(23·우리투자증권) 등이 대박을 기대하고 있다.
김세영은 2013시즌 KLPGA 투어에서 가장 ‘핫’ 한 선수로 떠올랐다. 지난해까지 거의 이름을 알리지 못했던 김세영은 4월 국내 개막전 롯데마트 여자오픈 우승에 이어, 9월 KLPGA 투어 최다 상금이 걸려 있는 한화금융클래식(우승상금 3억 원)과 메이저 대회인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 챔피언십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투어 3년 차인 김세영은 올해 최고의 활약을 펼치면서 몸값 대박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초대형 스타가 많지 않아 김세영에게 쏠리는 관심이 높다. 2~3개 기업이 영입 경쟁에 뛰어들 경우 몸값이 크게 뛸 수도 있다. 업계에선 2억 원은 기본, 3억 원 이상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허윤경에게는 대박의 행운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지난 시즌 준우승만 4차례 기록하며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허윤경은 올 시즌 한을 풀었다. 지난 5월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마수걸이 우승에 성공하며 물꼬를 텄다. 지난해 상금랭킹 2위에서 올해 10위로 조금 내려앉았지만 첫 승을 달성하면서 오히려 더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안신애는 최근 2년간 신통치 않은 성적을 거뒀지만 빼어난 미모로 인기가 높다. 사진제공=KLPGA
이밖에도 11년 만에 국내 무대로 컴백하는 안시현(29)과 홍란(27·메리츠금융) 등이 새 둥지를 찾고 있다.
# 해외파 대박 쏠까
올해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모두 해외파다. 미 LPGA 투어에서 활동 중인 신지애(25·미래에셋)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이보미(25·정관장)다.
신지애는 5년 전 미래에셋과 연간 계약금 10억 원, 인센티브 5억 원이라는 초대박 계약을 맺었다. 5년간 총액 75억 원은 2003년 박세리(36·KDB금융그룹)와 CJ의 5년간 150억 원(계약금과 인센티브 포함) 후원 계약 이후 여자골프 역대 몸값 2위에 해당하는 엄청난 액수였다.
신지애의 계약 기간은 내년 2월 초까지. 아직 2개월 이상 시간이 남아 있어 재계약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미 LPGA 투어가 1월부터 새 시즌을 시작하는 만큼 계약 기간 만료 전에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관심은 5년 전의 몸값을 경신할 것인가. 아니면 떨어질 것인가에 쏠린다. 5년 동안의 성적은 합격점이다. 2006~2008년까지 국내 여자골프를 평정한 신지애는 2009년 미국 LPGA 투어 진출과 동시에 미래에셋과 5년 계약을 체결했다. LPGA 데뷔 첫해 3승을 기록하며 상금왕과 신인상까지 거머쥐었다. 몸값에 걸맞은 특급 활약을 선보였다. 2010년과 2012년에는 2승씩을 추가했다. 그리고 올해는 LPGA 투어 개막전인 호주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하며 LPGA 투어 통산 11승(2008년 비회원 3승 포함)을 기록했다. 2010년엔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자리까지 꿰찼다.
성적과 활약 면에선 여전히 LPGA 투어 톱클래스에 올라 있다. 그러나 한국을 대표하는 여자골프 간판스타의 자리를 박인비(25·KB금융그룹)에게 내줬다는 점이 5년 전과 달라졌다. 1인자의 프리미엄이 사라진 셈이다.
2년 전 하이마트에서 정관장(KT&G)으로 모자를 바꿔 쓴 이보미는 연말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2년 전 계약금이 5억 원 수준이어서 올해도 최소 그 만큼의 몸값은 보장받을 전망이다. 특히 이보미는 최근 2년 동안의 성적이 좋다. 지난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3승을 기록하며 상금랭킹 2위에 오른 데 이어 올 시즌에도 2승을 기록 중이다. 또한 일본에서 많은 팬까지 거느리고 있다. 한국선수로는 유일하게 일본의 TV 예능 프로그램에도 자주 출연하고 있다. 성적과 인기, 어느 한 가지 놓치지 않고 있다.
# 훈풍 대신 찬바람 쌩쌩
2~3년 전만해도 스타급 선수들에게는 러브콜이 쏟아졌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훈풍보다 찬바람이 느껴진다. 기업들이 예년과 달리 올해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첫 번째 너무 높아진 몸값과 두 번째는 인기와 성적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KLPGA 투어는 변화가 심하다. 한 해 좋은 성적을 냈다가 시들해지는 선수들이 많다. 해마다 새로 들어오는 신인들의 기량이 기존 선수들과 큰 차이가 없어 실력을 과신했다가는 한순간 추락하고 만다. 김하늘, 양수진처럼 3~4년씩 꾸준한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드물다. 이 같은 현상에 기업들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반짝 선수보다 3~4년씩 꾸준한 성적을 내줄 옥석을 찾고 있다.
대기업에서 스포츠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K 씨는 “해마다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지만 생명력이 길지 않다. 몇몇 선수들은 반짝 좋은 성적을 낸 뒤 사라지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기업입장에서 큰돈을 주고 선수를 후원하는 게 조심스러워지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경기 침체로 인해 기업들의 지갑이 꼭 잠겨 있다는 것도 선수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일이다.
S 스포츠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예년 같았으면 벌써 ‘억, 억’하는 단어가 심심찮게 나올 시기다. 그러나 올해는 그렇지 않다. 기업에 후원 제안서를 전달해도 별 반응이 없는 편이다”라면서 “통 크게 투자했던 기업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일부 기업에서는 선수후원에서 손을 떼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영로 스포츠동아 골프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