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박사
교과서에 제시된 다문화 가족의 집을 방문, 조사하는 교육방법은 함께 교육받는 다문화 아동을 오히려 구별하게 하고 차별로 이어지게 할 가능성이 있어 다문화 이해라는 교과서 본래의 교육목적을 달성하기도 어렵게 된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초등학교 2학년 다문화 학생과 부모는 마음에 깊은 상처를 갖게 될 위험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가족2> 교과서는 80쪽 '이해하고 배려해요' 단원에서도 “부모와 떨어져 사는 가족의 공부를 도와줘요.”, “다문화 가족에게 우리 문화를 알려줘요.”, “독거노인에게 음식을 대접해요.”, “외국인 가족에게 한글을 가르쳐줘요.”, “북한 이탈 주민가족에게 인터넷을 가르쳐줘요.” 등의 '시혜적 관점'만을 제시하여 학생들이 다양한 이웃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로 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도 하였다.
한편, 정부는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을 위해 다문화학생만 따로 교육하는 다문화 대안학교에 관심을 두고 있다. 한국사회가 다문화사회로 변모하는 현시점에서 다문화 대안학교는 다문화 가정의 자녀가 지닌 특수성이 단점이 아니라 장점으로 승화시켜줄 수 있고, 다문화 가정 자녀의 잠재력 발굴과 발전 가능성을 보다 높여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문화 대안학교의 설립을 위한 정책적 지원보다 한국 국민 모두가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도 한국의 같은 울타리 안에 포함되어 있는 동일 국민이라는 인식개선과 사회적 공감대가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자칫하면 다문화 학교는 아이들을 이 사회로부터 더 고립시킬 위험이 있다. 다문화 학생들이 그들의 배경 때문에 이 사회에서 배척되는 현실을 바꾸는데 보다 중점을 두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다문화 인구는 급증하고 있다. 이주외국인이 매년 10% 이상씩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고 중소영세 제조업체와 농축수산업 등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3D 업종의 만성적인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아 외국인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국제결혼 증가로 인한 이주여성들의 유입 등으로 10년쯤 후이면 다문화인구 500만 시대가 도래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의 다문화가족지원법은 결혼이민자와 그 자녀들에 초점을 맞춰 다문화가족을 정의함으로써 법이 보장하는 혜택의 대부분을 다수인 아시아 출신 이주여성들에게 집중하고 있다. 이로써 다문화가족을 떠올릴 때면 한국어 교육, 한국 적응지원 등의 이미지가 붙어 다문화가족에 대한 이미지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다문화가족이란 용어는 이주민들의 한국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사용된 것이지만, 이러한 정부정책으로 인해 이주민에게 빈곤계층의 이미지를 덧씌워 그들을 시혜의 대상으로 보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한국 사회가 다문화 가족의 증가를 인정하지 못하면 머지않은 미래에 인종적 하층계급이 만들어질 수 있으며 외국의 사례는 이러한 차별이 사회의 통합을 심각하게 저해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따로 구분지어 우리의 것을 나눠주고 가르치는게 아니라 진정으로 이주민과 함께 하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다문화가족들의 문화에 신경을 쓰고 이를 배우려는 한국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