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정준양 회장이 사임을 표명한 가운데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일요신문 DB
포스코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은 까닭은 글로벌 철강 경기 회복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포스코의 늘어난 차입금과 높아진 부채비율이 당분간 축소되기 힘들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무디스는 신용등급 강등의 이유로 “철강업계의 불확실성으로 포스코가 앞으로도 부채비율을 낮추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점”을 들었다.
지난 2009년 말 58%였던 포스코의 부채비율은 2010년 말 80%로 치솟더니 2011년 말에는 92%까지 올라갔다. 그나마 지난해 86%로 내려간 후 올 3분기까지 82%로 소폭 하락한 것이 긍정적이긴 하지만 여전히 8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가총액(시총) 상위 5개 기업의 부채비율을 비교해보면 포스코의 부채비율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 49%였던 삼성전자의 올 3분기까지 부채비율은 47%다. 시총 4위인 현대모비스의 올 3분기까지 부채비율은 68%, 시총 5위 SK하이닉스의 올 3분기까지 부채비율은 66%다.
다만 시총 2위인 현대차의 부채비율은 올 3분기까지 139%로서 시총 상위 5개 기업 중 가장 높다. 그러나 현대차 부채비율은 2009년 말 253%에서 2010년 말 187%, 2011년 말 171%, 지난해 말 153%로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에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우리는 해외 쪽에 카드, 캐피털 등 금융을 끼고 있기 때문에 연결기준으로 봤을 때 부채비율이 다소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금융부문을 떼어내면 확 내려간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부채비율 200%가 넘는 기업을 대상으로 집중 감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채비율 80%대가 심각한 지경이라고 몰아붙이기에는 야박해 보일 수 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 중에도 부채비율 100%가 훌쩍 넘는 기업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LG전자의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147%였으며 현대중공업은 162%, 롯데쇼핑은 134%였다.
이들과 비교하면 포스코의 경우는 나은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포스코의 재무구조에 우려를 제기하는 까닭은 공기업으로 출발한 포스코와 사기업을 단순 비교하기는 무리라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민영화되긴 했지만 포스코는 이미 어마어마한 흑자를 내던 공기업으로 출발한 기업”이라면서 “정부 자본에다 부지와 공장 등이 공공재였던 회사의 부채비율이 높아진 것은 영업을 제대로 못한 것도 있지만 투자를 잘못했거나 차입금을 무리하게 끌어들인 탓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포스코가 지난 몇 년간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차입금을 과도하게 끌어들였고, 이렇게 끌어들인 차입금으로 투자하거나 인수·합병(M&A)한 곳에서 수익을 내지 못했기에 부채비율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역시 민영화된 공기업인 KT의 부채비율이 높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3분기까지 KT의 부채비율은 157%다.
포스코는 지난 2010년 대우인터를 3조 3724억 원에, 성진지오텍을 1600억 원에 차례로 인수했다. 성진지오텍의 경우 ‘시장가치보다 비싸게 인수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이 두 회사는 인수 이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우인터의 지난해 말 영업이익증가율은 마이너스(-) 8.18%였으며 올 3분기까지는 무려 -34.13%로 확 줄어들었다.
포스코플랜텍의 사정은 더 나쁘다. 2010년 179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포스코플랜텍은 2011년 561억 원 적자로 급전직하하더니 지난해는 323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 3분기까지는 656억 원의 적자를 기록해 적자폭이 더 커졌다.
포스코가 2009년부터 36개 계열사를 한때 70여 개로 늘리기까지 M&A와 지분 투자 등에 사용한 금액은 모두 5조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투자한 곳들이 대부분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비싼 돈을 들여 투자했지만 수익은커녕 오히려 더 까먹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포스코 자체 영업이 잘 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2010년 한때 영업이익 5조 원대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최근 몇 년간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줄곧 3조 원대에 머물고 있다. 올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2조 2523억 원을 기록, 올해 영업이익은 3조 원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다. 포스코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철강산업 부진이 큰 타격이 됐다”면서도 “그러나 비핵심 계열사·자산 매각 등 재무구조개선 노력으로 재무건전성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좋아졌다”고 말했다.
송도국제스포츠클럽, 송도에스이, 포스메이트인슈어보헙중개 등 비핵심 계열사를 매각한 포스코의 계열사는 현재 50개로 줄었다. 또 자사주 250만 주와 보유 중이던 KB금융·하나금융지주·SK텔레콤 등 주식을 매각해 약 1조 3800억 원의 현금을 확보, 올 1분기 93.0%던 부채비율을 지난 3분기 82.7%까지 낮췄다. 포스코 관계자는 “재무구조가 나빠졌다고 하지만 세계 철강사 가운데 이익률이나 신용등급이 여전히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