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자신의 쇼에서 직접 불륜 사실을 털어놓은 데이비드 레터맨.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카메라 앞에 서고 있다.
이 와중에 몇 번의 다른 인연도 있었다. 배우인 테리 가와 사귀었고, 보니 헌트는 레터맨이 심장 수술로 잠시 쇼를 떠나 있을 때 대신 사회자로 나서기도 했던 사이였다. 하지만 라스코는 레터맨의 마지막 여인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2003년에 라스코는 레터맨에게 늦둥이 아들인 해리를 안겨주었고(레터맨에겐 56세에 얻은 첫 아이였다), 2009년 3월엔 사귄 지 23년 만에 비밀 결혼식을 올렸다(식을 올린 후 레터맨은 쇼에서 브루스 윌리스와 엠마 헤밍의 결혼을 축하하며, 자신의 뒤늦은 결혼식도 털어놓았다).
문제는 레터맨이 행복의 절정에 올랐던 2009년, 바로 그 해에 터졌다. 10월 1일, 레터맨은 협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당시 그는 ‘월드와이드팬츠’라는 회사를 운영하며 <데이비드 레터맨쇼>를 비롯한 여러 TV 프로그램을 제작해 여러 방송사에 공급하고 있었는데, 회사 직원 중 한 명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고, 누군가 그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자신을 옥죄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최고의 엔터테이너에겐 자살 행위와도 같은 위험한 고백이었다. 하지만 그는 진실을 감추고 끌려가기보다는, 비난을 받더라도 일찌감치 털어놓는 쪽을 택했다.
데이비드 레터맨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스테파니 버킷.
이 상황에서 레터맨의 변호사는, 협박에 넘어가 평생의 짐을 안기보다는, 솔직히 털어놓고 주도권을 잡으라고 충고했다. 이에 레터맨은 맨해튼 검찰청에 의뢰했고 함정 수사가 시작되었다. 200만 달러짜리 가짜 수표가 헬더맨에게 전달되었고, 수표를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그를 덮쳤다. 그는 기소되었고 6개월 동안 감옥에 있었으며 보호관찰과 공공봉사를 명령받았다.
사건은 해결되었지만 이젠 레터맨이 고난을 겪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여론은 비난의 시선을 보냈고, 특히 NBC의 <투데이쇼>는 날카롭게 공격했다(레터맨이 NBC를 버리고 CBS로 이적한 것에 대한 앙갚음처럼 보이기도 했다). 앵커인 앤 커리는 “레터맨이 자신의 스태프와 맺은 부적절한 관계로 인해 불공정한 근로 환경을 만들어냈다”며 일을 확대시켰다. 이에 레터맨의 ‘월드와이드팬츠’의 대변인은 “자사의 성희롱 관련 조항을 보면,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의 섹슈얼한 관계 자체를 금지하진 않는다”며 레터맨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CBS 측은 “CBS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회사는 CBS의 비즈니스 윤리 강령을 따르게 되어 있다. 그 조항을 보면 상사와 부하 직원과의 적절한 로맨스나 성적 관계에 대해서는, 둘 중 상사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그 관계를 CBS의 인사부에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9년 10월 5일, 레터맨은 자신의 쇼에서 가족과 아내와 스태프들에게 사과했다. 한편 10월 3일엔 과거 CBS의 직원이었던 홀리 헤스터라는 여성이 1990년대 초에 1년 동안 레터맨과 비밀스러운 관계였고, 당시 자신은 뉴욕대에 다니는 학생이었으며 CBS의 인턴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레터맨의 사과 멘트 후 모든 관계는 나름 쿨하게 정리되었고, 그는 여전히 마이크와 카메라 앞에 설 수 있게 되었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