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박기량(위)과 현대캐피탈 김연정(아래)이 야구에 이어 배구에서도 라이벌 대결을 펼치게 됐다. 최준필 기자
김연정. 사진제공=KBL
계절이 겨울로 바뀌며 야구는 끝났지만 치어리더들은 프로배구와 농구로 자리를 옮겨 팬들에게 다가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박기량과 김연정은 프로배구 우승을 다투는 두 라이벌 구단에서 다시 만났다. 김연정은 현대캐피탈의 치어리더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여자프로배구 IBK기업은행에서 응원하던 박기량이 올 시즌부터 삼성화재로 구단을 옮겼기 때문이다.
김연정은 “어쩌다보니 박기량과 우승 후보 두 팀 사이에서 응원을 펼치게 됐다. 하지만 치어리더들은 경쟁을 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기량의 기획사에서도 “치어리더는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역할이고, 스포츠 경기에서 1차적 관심은 선수들에게 가야 한다. 그런데 자꾸 치어리더들이 경쟁 관계로 부각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조심스러워했다.
또한 같은 팀에서 활동하는 치어리더들 사이에도 생소한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김연정과 금보아는 프로농구 창원LG와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치어리더로 활약하고 있다. 그런데 프로야구에서 김연정은 NC, 금보아는 한화의 치어리더였다. 둘뿐만이 아니다. LG의 강윤이와 KIA 오로라는 현재 프로농구 안양KGC인삼공사에서 함께 치어리더 팀을 이뤄 응원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프로야구 구단에서 활동하던 치어리더들이 프로농구나 프로배구에서는 함께 치어리더 팀을 이뤄 응원하는 장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이들이 다른 치어리더 팀으로 스카우트돼 옮겼기 때문에 구성이 바뀐 게 아니다. 기획사에서 프로야구와 농구, 배구의 치어리더 멤버 구성을 다르게 하기 때문이었다. 치어리더는 스포츠 이벤트 기획사에 소속돼있다. 규모가 큰 기획사의 경우 소속 치어리더들이 많아 프로야구 두 개 이상의 구단을 담당하기도 하는데, 농구나 배구에서는 야구와는 팀 구성을 바꾸기도 한다. 김연정과 금보아는 서로 프로야구 응원팀은 다르지만 같은 기획사 소속인 것이다.
20명의 치어리더들을 보유한 에이치에스컴의 한 관계자는 “여러 가지 이유로 팀 구성을 달리한다. 신입 치어리더들과 2~3년차 이상 고참 치어리더들을 조합해 신입들이 빠르게 배우고 적응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다양한 구성을 만들다 보면 색다른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학생인 치어리더들의 경우 집이나 학교와의 이동거리를 고려해 홈팀을 지정해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으로 구단에서 팬들에게 인기가 많은 특정 치어리더를 자신의 팀에 넣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했다. 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인기 있는 치어리더가 자신들의 팀 응원단에 들어오게 되면 자연스레 홍보 효과도 높아지기 때문에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늘어난다. 그래서 구단에서 일부 치어리더들을 찍어서 요청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프로야구와 배구, 농구 종목 별로 치어리딩의 차이가 있을까. 프로야구는 한 경기에 4~5명의 치어리더들이 나와 응원을 한다. 일주일에 6경기가 펼쳐지며 경기시간이 3시간을 넘기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치어리더들은 이닝과 이닝사이 2분 동안 공연을 펼치고, 소속팀의 공격 이닝 때만 관중석에서 응원을 펼친다. 따라서 프로야구 응원에는 틈틈이 앉아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반면 농구와 배구는 한 경기에 8명이 나온다. 특히 배구의 경우 경기시간이 평균 2시간 30분 정도 되는데, 경기 동안에는 계속 응원단상에 서서 율동을 하며 관중들의 호응을 유도해야 한다. 그래서 응원시간도 야구와 비교해 더 길고, 경기 중에는 쉴 틈이 거의 없다.
또한 농구와 배구를 번갈아가며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보통 4~5경기 치어리딩을 한다. 홈팀 연고지도 달라 이동거리도 만만치 않다. 치어리더들은 “피곤에 지쳐있다가도 응원을 보내주는 팬들 앞에 서면 없던 힘도 생긴다. 종목에 상관없이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더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박기량·임태현 “울산에서 또 만났네”
임태현 응원단장.
스포츠 이벤트 기획사에 소속돼있는 치어리더들과는 달리 응원단장들은 일정한 소속 없이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프리랜서라고 함부로 자리를 옮기기도 쉽지 않다.
프로야구 구단의 한 응원단장은 “치어리더와 마찬가지로 응원단장이라는 자리도 야구팬들과의 신의와 믿음이 중요하다. 그런데 돈 때문에 쉽게 팀을 옮기면 팬들을 배신한다고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반발을 살 수도 있다. 치어리더들과 응원단장은 팬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