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용관 부장판사)는 이날 이 회장과 신동기(57) CJ글로벌홀딩스 부사장 등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 회장은 마스크를 쓴 채로 직접 생년월일과 주소지를 말한 뒤 2시간 가량 서증조사 진행상황을 지켜봤다.
하지만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오후 재판에서 이 회장은 감기증상이 심해 두 시간 이상 밖에 있지 못한다는 주치의 의견에 따라 참석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회장의 개인 차명재산을 관리한 이모 전 CJ그룹 재무팀장의 편지, 검찰 진술조서 등을 증거로 제시하면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 중 이 회장이 지난 2007년 1월 일본 도쿄 아카사카 지역에 팬 재팬 빌딩(Pan Japan 빌딩)을 구입하기 위해 신한은행 도쿄지점에서 21억 5000만 엔(한화 244억 4163만 원 상당)을 대출받으면서 CJ그룹 일본법인 소유의 건물을 담보로 제공한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보증한도액 28억 4700만 엔(한화 323억 6526억 원 상당)을 일본법인이 연대보증 서도록 한데 대에 배임과 횡령 혐의를 둘다 적용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부호를 달았다.
재판부는 “한 개의 행위인데 새로운 손해가 발생했다고 할 수 있냐”며 검찰에 재차 검토를 요구했다.
또 해외비자금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지난 공판준비기일에서 일시와 금액을 특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검찰이 이행하지 않고 있자 “빨리 제시돼야 변호인 방어에도 지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회장은 2000억 원대 횡령·배임·탈세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 7월 구속기소됐다. 신부전증을 앓던 이 회장은 8월 신장 이식수술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다. 구속집행정지 기한은 내년 2월 말이다.
이 회장이 입원 치료를 받는 동안 그와 함께 기소된 신동기 부사장은 구속기한이 지나 지난 9일 보석 허가를 받았다.
이날 재판 시작 20분 전인 오전 9시 40분께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법원에 도착한 이 회장은 수척한 모습이었다. 이 회장은 감염을 우려해 흰색 마스크를 썼고, 수행 비서의 부축을 받으며 한 손으로 지팡이를 짚었다.
'비자금 조성 액수를 인정하느냐', '건강 상태는 어떤가', '세금 탈루는 고의였나' 등 취재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법정에서 손을 주무르고 물을 마시는 등 긴장한 듯 보였으며, 부인 김희재씨가 방청석 맨 앞줄에 앉아 재판을 방청했다.
한편 다음 재판은 오는 23일 열린다. 재판부는 이르면 내년 1월 초 심리를 마치고 2월께 판결을 선고할 계획이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