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의원이 12월 27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교실에 참석해 강연을 듣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지금 여권에서는 5선이자 차기 대권주자인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의 일거수일투족이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호사가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친박계 좌장’, ‘돌아온 친박’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독립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무성 의원은 지난 9월 <시사저널>이 실시한 ‘박근혜 대통령을 움직이는 사람’ 여론조사에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뒤이어 거론될 만큼 여전히 친박 내 입김이 막강하다.
그런 김 의원의 최근 행보는 어딘가 좀 달랐다. ‘근현대역사교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김 의원은 지난 12월 20일 ‘퓨처라이프포럼’ 첫 세미나를 가졌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미래의 더 나은 삶을 연구하기 위해 결성된 해당 포럼은 김 의원과 원혜영 민주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같은 날 오후에는 친이계 중에서도 대중적인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한 강용석 전 의원과 함께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그런가 하면 지난 대선 야권후보인 문재인 민주당 의원과 함께 국회 매니페스토 연구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몸을 사리는 여타 친박계 의원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돌출 행동’들이다.
압권은 지난 19일 대선 1주년 기념식에서 “국민대통합이라는 거대한 슬로건 아래 같이 동참했던 주요 인사들이 배신감을 느끼지 않도록 당 지도부는 청와대와 담판을 지어주길 바란다”는 ‘무대(무성 대장, 김무성 의원의 별칭) 식’ 돌출 발언이었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누가 봐도 김무성 의원이 차기 당권에 올인 하고 있는 것”이라며 “당권을 잡아 공천권까지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여권에서 발생하는 수상한 사건의 배후에는 어김없이 무대가 거론된다. 지방의회 출신의 한 여권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남경필 의원이 최근 경기지사에서 차기 원내대표 진출로 눈을 돌린 데 김 의원이 조력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 유력 후보인 남 의원이 빠지고 김문수 지사마저 재출마를 주저하는 상황이다. 두 사람이 후보군에서 빠지면 그간 숨죽이고 있던 다른 경기권 후보들이 너나없이 경선에 뛰어들 가능성이 많다. 다음이 문제다. 두 사람 외에 야권을 확실하게 꺾을 만큼 경쟁력 있는 주자가 없고, 최악의 경우 단체장 자리도 잃고 국회 과반마저 무너질 수 있다. 지도부는 물론 청와대마저 경계하는 일이다. 물론 이런 내부 시선을 김 의원 측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조심스런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다.”
김무성 의원이 부쩍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과 스킨십이 잦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하게 퍼지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은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 선정을 두고 당 사무총장인 홍문종 의원과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김성태 의원이 마찰을 빚었다. 이때 계파색이 옅은 김성태 의원 뒤에 무대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었다는 이야기마저 나왔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비슷한 이야기를 나도 들어봤다”라며 “(김무성 의원이) 직·간접적으로 접촉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선거를 의식한 것은 아니고 워낙 스킨십이 좋은 양반이니까”라고 전했다. 갑오년이 무대계 등장의 원년이 될 조짐이다.
고 김근태 전 고문 2주기를 맞아 12월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주의, 안녕하십니까?> 사진전.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이런 와중에 고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 계열을 일컫는 ‘GT계’의 움직임은 괄목할 만하다. 현재 GT계는 김근태 고문 부인인 인재근 의원이 대표로 있는 ‘민주주의와 복지국가 연구회(민복련)’, 그리고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에 김근태 2주기 추모 사진전인 ‘민주주의, 안녕하십니까’를 준비한 것 역시 민복련이다.
GT계 핵심 조직은 민평련이다. 지난 1999년 3월 국민정치연구회를 발전적으로 해체한 뒤 만들어진 민평련은 현재 3선인 최규성 의원이 대표를 맡고 노영민, 인재근, 김민기, 김성주, 김승남, 박완주, 설훈, 신계륜, 윤관석, 우원식, 유승희, 유은혜, 이목희, 이인영, 이춘석, 진성준, 홍의락, 홍종학, 홍익표 의원 등이 소속돼 있다. 매주 화요일마다 정례회의를 갖고 있는데, 민평련 소속의 한 의원은 “요즘 매우 좋다”며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민평련은 친노계과 매번 날을 세우기는 하지만 별다른 구심점이 없는 비노계 진영과 달리 당내 탄탄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매번 큰 선거를 앞두고 주가가 상승하곤 하는데, 지난 대선 역시 모든 경선주자들이 민평련의 지지를 호소했다. 당시 민평련은 중립을 선언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손학규 상임고문 손을 들었다는 세평이 많았다. 혹자는 ‘제3지대’인 안철수 무소속 의원 측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고 의심했다. 하지만 손학규 고문은 물론 안철수 의원 쪽과도 관계 청산 수순으로 들어가면서 새로운 연대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복수의 야권 관계자는 민평련과 민병두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과의 연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야권 전략통이자 비노계로 분류되는 민병두 의원은 강성 운동권 출신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김근태 전 상임고문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다. 민평련 실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민평련은 민주당내 유일한 정치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친노 같은 민주당 다른 계파와 달리 이해관계에 얽혀있지 않다”며 “아직 지방선거를 위해 특별한 연대를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라고 전했다.
지난 12월 28일 GT계 의원들은 ‘근태생각’이라는 외곽조직과 함께 대규모 추모행사를 열었다. 노무현재단 송년회 장소와 같은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리면서 새누리당과 한바탕 격돌하기도 했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최근 노동이나 인권 문제가 관심을 받으면서 부쩍 주목받는 게 아닌가 싶다”면서 “GT계가 뜬다는 것은 아직 설익은 이야기 같다. 지금 추모 분위기를 이어서 지방선거 이후 어떤 전략을 보이느냐에 달렸다”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