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신생아를 키울 사람을 찾는다’는 글. 불법 입양이 심각한 상태다.
입양을 결정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입양을 하자니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 부담감이 있어 불법인 줄 알면서도 개인 입양을 보내기로 했다. 결국 김 씨는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신생아를 키워주실 분을 찾는다’는 글을 남겼고 하루 만에 한 여성으로부터 입양을 원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미 열 살과 일곱살 난 두 딸을 기르고 있다는 주부 오 아무개 씨(여·34)는 아이의 얼굴도 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입양의사를 나타냈다. 병원비도 바로 입금해줬으며 단란한 가족사진을 김 씨에게 보여주며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고 설득했다. 이것저것 따질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던 김 씨는 그렇게 생후 5일 된 아들을 남의 손에 넘기고 말았다.
오 씨는 집안에서 갑작스러운 아기 울음이 새어나오면서 주변사람들로부터 의아한 시선을 받았지만 당당히 자신의 아들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지인들도 ‘딸밖에 없는 집안이라 아들을 입양했나보다’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진짜 박 군은 오 씨의 아들이 돼 있었다. 박 군을 데려온 지 3일 만에 불법으로 자신의 친자로 출생신고를 한 것이었다.
친정아버지(64)와 보험설계사 이 아무개 씨(여·51)를 증인으로 내세워 박 군을 자신의 아들로 만든 오 씨는 갑자기 보험가입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박 군의 이름으로 무려 16개의 보험에 가입했는데 이상하게 그 후로 건강했던 아이가 매달 입원하는 신세가 돼버렸다. ‘장염이 있는 것 같다’ ‘계속 구토를 한다’ ‘기침이 멈추지 않아 걱정된다’ 등 이유도 다양했다. 오 씨는 장기입원을 받아주지 않는 병원이 있으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수고’를 해가며 9차례에 걸쳐 보험금 2200여만 원을 받아냈다.
알고 보니 오 씨의 입양에는 불순한 목적이 있었다. 병원비도 할부로 낼 정도로 경제적인 여유가 없었던 오 씨는 공식적인 입양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어코 박 군을 데려온 것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한 ‘수단’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낳은 두 딸은 이미 2005년부터 남편 송 아무개 씨(44)와 함께 보험금을 타내는 데 이용한 뒤였다. 오 씨 부부는 딸들 역시 사소한 질환으로 입원시켜 보험사 41곳에서 무려 2억 8000만 원을 빼돌린 전력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사기극은 비슷한 보험에 반복해 가입하는 오 씨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보험사가 경찰에 수사를 요청하면서 끝이 났다. 피해 보험사 관계자는 “동일한 보장성 보험을 다수 계약해 놓아 우리도 이상하게 생각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오 씨는 보험설계사로 두 달가량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치밀한 사기극을 펼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복가입을 하더라도 입원비는 보험사별로 지급된다는 점을 이용해 입원비 특약을 들어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 씨는 끝까지 박 군을 친자라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지난해 2월 유산 여파로 자궁적출 수술을 받은 기록이 발견되면서 결국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부산 사하경찰서 관계자는 “아이를 영리목적으로 유인해 보험사기에 이용한 혐의로 오 씨를 구속하고 이를 도운 보험설계사 등 3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또한 오 씨가 신생아를 학대하거나 방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현재 아이를 보호 중인 아동시설과 함께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수사가 진행되고서야 자신의 아들이 범죄의 도구로 이용된 사실을 알게 된 친모 김 씨는 뒤늦게 경찰에 입양을 취소하고 새로운 부모에게 갈 수 있길 원한다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앞으로 박 군은 호적 정정과 함께 법적 입양절차를 통해 새 부모를 찾을 예정이지만 이미 박 군의 얼룩진 생후 1년의 시간을 보상받을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