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르빗슈
일본인 투수로는 첫 탈삼진 왕에 오른 다르빗슈.
다르빗슈는 2012년 스프링캠프에서 텍사스 마이너리그 소속의 한국인 투수 안태경을 만났다. 그는 안태경이 인사를 건네자 선뜻 자신을 위해 특별 제작된 고가의 글러브 두 개를 건네며 “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알려 달라”고 화답했다. 시간이 흘러 2012년 5월. 그는 자신의 통역, 트레이너와 함께 한국 음식을 먹는 장면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런데 35세의 어느 일본인이 “오염된 한국음식이나 먹고 있으니 성적이 그 모양이지. 반성하라”는 글을 올리자, 다르빗슈는 “35살이나 됐으면 성인답게 행동하라”라는 멘션을 남겼다. 이 같은 사실은 순식간에 한국 팬들 사이에서도 리트윗을 통해 퍼져나갔고, 다르빗슈의 이미지는 스프링캠프에서의 일화와 오버랩되며 ‘친한파’의 이미지로 굳어지게 됐다. 추신수와 다르빗슈는 올해 1번 타자와 1선발을 맡을 것이 유력한 상황. 이에 한·일 양국의 야구팬들은 두 선수가 선봉장으로 나서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끄는 행복한 상상을 그리고 있다.
박찬호의 다저스 시절 동료로 국내 팬들에게도 익히 알려진 선수다. 당시에는 세기에서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FA를 앞둔 2004년 48홈런을 터뜨리며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FA 계약을 통해 시애틀로 이적한 후 암흑기에 빠졌지만, 보스턴-텍사스를 거치며 완성형 선수로 거듭났다.
벨트레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선수. 히스패닉계 선수들은 나이를 속이는 과정에서 더 좋은 조건을 따내기 위해 나이를 실제보다 낮추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당시 15세의 벨트레와 다저스는 16세 미만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을 할 수 없다는 제재를 피하기 위해 실제 나이보다 많은 것으로 속이고 입단 계약을 맺었다. 워낙 어린 나이에 메이저리그 무대에 발을 디딘 덕분에 다저스와 시애틀 시절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까지 통산 376홈런, 2426안타를 기록하며 훗날 명예의 전당 입성을 노릴 수 있는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4차례나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수비력에도 여전히 빈틈이 없다.
벨트레가 가장 싫어하는 한 가지는 남이 자신의 머리를 만지는 것. 보스턴 시절에는 자신의 머리를 만진 빅터 마르티네즈와 싸움을 벌일 뻔도 했으며, 텍사스 입단 이후에도 그에게 장난을 거는 선수들과 정색하는 벨트레의 레퍼토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동료들의 장난을 기꺼이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게 그를 괴롭히는 한 선수가 있다. 벨트레보다 9살이나 어린 앨비스 앤드류스다.
# 앨비스 앤드류스
추신수와 함께 테이블세터를 이룰 선수다. 지난 2009년 그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팀 내 프랜차이즈 스타인 마이클 영에게 포지션 변경을 요구했을 정도로 구단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선수다. 2013 시즌을 앞두고는 24살에 불과한 그에게 2015년부터 8년간 1억 2000만 달러의 장기 계약을 안겨주기도 했다. 지난해 42개의 도루를 기록했을 정도로 상당히 빠른 주력을 자랑하나, 통산 출루율이 .339에 그치며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시키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추신수가 얼마나 많은 득점을 올릴 수 있을지는 앤드류스의 활약에 달려있는 상황. 하지만 빠른 발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지난 3년간 연 평균 17개의 병살타를 기록한 앤드류스는 2013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4번째로 많은 땅볼 타구 비율을 기록한 선수다.
앤드류스의 포지션은 유격수. 그는 바로 옆에 위치한 벨트레와 ‘덤 앤 더머’로 불리기도 한다. 장난기로 중무장한 앤드류스는 뜬공을 처리하려는 벨트레를 옆에서 방해하는 대담함(?)을 발휘하기도 하며, 투수 코치의 방문으로 마운드에 모인 상황에서 벨트레의 머리를 만지고 도망가는 천연덕스러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벨트레가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올 때 가장 앞에서 기다리는 선수가 바로 앤드류스. 그의 목적은 벨트레가 동료들의 환영을 받는 내내 그의 머리를 만지기 위함으로, 장난은 벨트레가 성질을 부릴 때까지 계속되기도 한다. 경기장 안에서만큼은 진중함으로 일관하는 추신수가 앤드류스-벨트레 콤비와 어떤 모습을 연출할게 될 지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 프린스 필더
올 겨울 킨슬러와 트레이드 돼 텍사스에 새둥지를 틀었다. 풀타임 8년 동안 통산 285홈런 810타점을 기록한 슬러거다. 지난 2년간 우중간 담장이 먼 디트로이트의 홈구장과 아내와의 이혼 문제로 골머리를 앓으며 다소 부진한 시즌을 보냈지만, 올해부터 뛰게 될 레인저스 볼파크는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좌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이다. 필더의 최대 강점은 내구성. 180cm, 125kg이라는 육중한 체구를 자랑함에도 데뷔 후 단 한 번도 부상자 명단에 등재된 적이 없으며, 지난 5년간 소속 팀이 소화한 810경기 중 809경기에 나섰다. 최근 3년 연속 전 경기 출전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그가 유일하며, 505경기 연속 출전 기록 역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가장 긴 기록이다.
필더가 한국 팬들에게 각인된 것은 그의 문신 때문. 필더의 목에는 ‘왕자’라는 한글 문신이 새겨져있다. 자신의 이름인 ‘프린스’의 뜻을 한글로 옮겨 논 것이다. 물론 그가 한글 문신을 했다고 해서 한국에 남다른 애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연히 발견한 한글 문신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해 한국인을 통해 문신을 새겼을 뿐이다. 필더의 색다른 특징은 거구임에도 한때 채식주의자였다는 사실.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이었던 그는, 당시 아내의 다이어트 책을 읽고 2008년부터 채식주의자로 변신했지만 올해부터 다시 고기를 폭풍 흡입하고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메이저리그 전체 유망주 1위 약관의 쥬릭슨 프로파와 넥센의 스프링캠프를 찾아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은 바 있는 데릭 홀랜드, 클리블랜드 시절 상대팀으로 자주 만났던 알렉스 리오스, 호아킴 소리아 등도 추신수의 새로운 친구들이다.
텍사스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다국적 구단. 예상 선발 라인업 9명은 7개의 다른 국가 출신들로 구성돼 있으며, 투수진에 다르빗슈를 포함하면 25인 로스터가 여덟 국가의 선수들로 이뤄진 셈이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텍사스는 손꼽히는 단단한 팀 케미스트리를 자랑하는 팀이며, 더그아웃 분위기도 대단히 활발한 팀이다. 팀 내 8번째 국가 선수로 합류하게 될 추신수가 이들과 어떤 분위기를 자아낼지도 사뭇 궁금해진다.
김중겸 메이저리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