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사진은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최고의 베스트드레서로 꼽은 연극배우 김금지씨. 김혜수(가운데), 이승연 | ||
“… 찾기 어렵습니다.”
평범한 질문이라고 생각해 불쑥 던진 필자의 질문에 대한민국의 내로라는 디자이너들은 한결같이 곤혹스러워했다. 이유인즉 옷을 잘 입으려면 이브닝문화나 파티문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일제 식민지, 6·25, 군사독재로 이어진 역사의 질곡은 ‘옷 잘입는 사람’을 만들어 내기에는 너무도 가혹한 환경이었다. 우리의 패션이 일본에 비해 50년이 뒤진 이유이기도 하다. 영국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 옷을 잘 입으려면 3대가 부자여야 하고 음식을 제대로 즐기려면 2대가 부자여야 한다고.
디자이너들은 또 다른 이유로 대중 엔터테인먼트를 이끄는 연예인의 자질 부족을 지적했다. 패션을 리드하는 심볼로서 인기 연예인들이 옷을 잘 입으려면 부지런하게 패션정보를 수집해 직접 자기 돈으로 옷을 사 입으며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는 것.
그러나 우리나라 연예인들은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수입품을, 아직 본인의 옷도 제대로 입을 줄 모르는 20대 코디들이 협찬을 받아온 옷들을 공짜로 휘감고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개탄했다.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영국의 패션산업을 살렸고 할리우드 스타들이 많은 스타 디자이너를 탄생시켰던 것과 비교하면 창피한 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디자이너들은 “연예인이란 홀로 집에 있을 때조차도 멋있어야 프로”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런 이유로 베스트드레서를 뽑기란 난망했다. 그래도 보석은 있다. 바로 연극배우 김금지씨. 적지 않은 나이에도 그녀의 옷맵시는 완벽하다는 것이 대다수 디자이너들의 일치된 견해였다. 매일 모자를 바꿔쓰는 그녀는 옷은 물론 모자에서부터 옷, 스카프, 액세서리,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구두에 이르기까지 완벽하게 ‘믹스 앤 매치’되어 있다는 것.
강금실 법무부장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패션에 많은 신경은 쓰지만 원색 위주의 패션과 짙은 화장은 세련미가 부족하며 장관으로서 품위에 어울리지 않는 면도 있다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는 측이 있는가 하면, 비록 베스트 드레서는 아니지만 파격적인 차림을 보여줬다는 것만으로도 국내 패션의 흐름에 일조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자이너 이상봉씨는 여성들 중 베스트드레서로 이승연씨, 김금지씨, 김혜수씨, 윤석화씨를 꼽았다. 이승연씨는 섹시미를 가장 아름답게 표출해 내는 연예인이라는 것. 김금지씨는 오랜 세월 ‘멋을 가꾼’ 연륜이 몸 전체에서 넘쳐나는 진정한 문화인.
김혜수씨는 어려서부터 잡지화보 촬영을 하면서 옷에 대한 감성을 키워온 것으로 보여진다. 그녀의 ‘옷에 대한 도전’은 입이 열 개라도 칭찬이 부족할 정도라는 것. 윤석화씨는 상황에 따라 액세서리 하나까지도 세세한 신경을 쓰면서 여성스럽고 로맨틱한 이미지로 주변을 압도한다.
남성들 중에서는 클론의 구준엽씨의 패션감각과 도전정신이 탁월하고, 박성범씨는 몸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세련미가, 차승원씨는 오랜 톱모델 경력을 바탕으로 한 완벽미가 돋보인다는 평가.
▲ 일류모델 출신의 배우 차승원은 체격조건과 패션감각에서 월등한 평가를 받았다(위 왼쪽), 이정재(위 오른쪽), 홍록기(아래 왼쪽), 차인표 | ||
디자이너 한송씨는 여성으로서는 신은경씨가 미니멀한 스타일을 잘 소화하고 모던하면서도 여성스러운 멋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현대적인 여성들이 추구하는 룩을 역할모델처럼 소화한다고.
남성으로는 신현준씨가 배우로서 강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으면서 현대적인 의상을 잘 소화하는 독특한 분위기의 배우이고 설경구씨 또한 너무 억지스럽지 않게 자신을 편안하게 노출하는 스타일.
디자이너 김동순씨는 옷만 잘 입는 게 베스트드레서가 아니라 티셔츠로 분위기를 제대로 내야 한다면서 여성 가운데 강은엽씨(조각가·계원조형예술대 교수)를 디자이너도 따라가기 힘든 ‘진짜 멋쟁이’라고 소개한다.
남성으로는 이경성씨(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가 노령에도 불구하고 정장과 캐쥬얼을 모두 소화해 내고 머플러와 액세서리를 완벽하게 소화해내 늘 젊은 예술인 같은 분위기로 주변을 즐겁게 한다고 평한다.
백건우씨는 무대에서는 연주자로서 최상의 의상을 연출하고 평상시에도 자신만의 개성이 확연히 드러나는, 그러나 어찌보면 무신경한 듯한 최상의 베스트드레서로 꼽힌다.
디자이너 이정우씨는 여성 가운데 최고로 단연코 문희씨를 꼽았다. 여성지 엘르의 전 발행인이었던 문희씨는 직업, 나이, 환경을 고려한 최고로 엘레간트한 여성이라고 극찬한다. 미모와 패션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숨이 막힐 정도란다.
변정수씨 또한 모델이라는 직업에서 얻은 것이 아닌 타고난 패션감각을 가진 여성이고, 진태옥씨는 중년이면서도 트렌디함과 엘레간트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젊은 감각의 옷을 멋지게 입는 솜씨가 같은 디자이너가 보기에도 부러울 정도라고 한다.
남성으로는 특히 홍록기씨가 ‘남자가 이렇게 패셔너블 할 수 있을까’라는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멋쟁이라고 소개한다.
디자이너 박춘무씨는 김금지씨 딱 한 명만 꼽았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녀의 소프트한 컬러를 감도 있게 입어내는 솜씨에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디자이너 이경원씨는 아나운서 최은경씨가 아나운서의 전통적인 딱딱한 이미지를 벗어나 자유롭고 세련된 감각을 보여주며 특히 헤어 스타일과 메이크업 감각도 뛰어나다고 평한다.
법무장관 강금실씨는 장차 베스트드레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고 특히 나이에 비해 좋은 체격을 갖고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뉴스를 통해 본 그녀의 푸른색 파시미나 숄을 두른 모습과 메이크업은 일단 예술적인 끼가 있는 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끔 했다고.
남성들은 솔직히 부끄럽고 초라할 정도인데, 차승원씨와 이정재씨, 홍록기씨를 그나마 남성 패션의 불모지에서 돋보이는 존재로 꼽는다.
▲ 강금실 장관(위 왼쪽), 박성범 전 의원(위 오른쪽), 아래는 윤석화씨 김상우 전 의원 | ||
남성으로는 CJ 홈쇼핑의 조영철 사장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무리없는 패션을 연출하고, 국회의원과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를 역임한 김상우씨가 한국사람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중간색을 잘 소화하는데 그의 이국적인 외모와 색깔이 옅은 눈동자에 기가 막히게 매치돼 국제무대에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
디자이너 루비나씨는 여성으로는 김금지씨가 과감한 의상을 대담하게 소화하는 데 경탄을 금치 못했고, 또한 자유극단 창단자인 이병복씨가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양장과 한복 모두 다 멋지게 소화해내는 여성이라고 평했다. 남성 중엔 이문세씨가 포멀한 슈트를 입어도 재미있게 연출하고 금난새씨는 포멀한 복장이 가장 잘 어울리는 남성이다.
디자이너 이영희씨는 단연 성악가 백남옥씨를 꼽았다. 무대의상과 대학교수로서의 의상, 집에서의 의상 중 어느 것도 빼놓을 수 없이 때와 장소에 어울리는 의상을 보여준다고 한다.
정경화씨의 옷차림은 매우 품위가 있고 특히 파리와 뉴욕의 무대에서 한복을 입고 무대에 서면 관객을 몰아지경으로 이끌 정도로 강한 카리스마가 분출된다고 한다. 특히 그녀는 귀걸이, 핸드백을 스스로 디자인하는데 색깔 감각이 탁월하고 숏커트 헤어스타일은 귀족스러우면서도 발랄한 인상을 주어 카리스마와 친근감을 함께 선사한다고 평가한다.
남성들 가운데는 아나운서 김병찬씨가 탁월하다고. 언젠가 만났을 때 와이셔츠 깃이 독특해 물었더니 영국연수로 야위어서 와이셔츠 깃에 심을 넣어 고쳐입은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멋질 수가 없었다고. 청바지는 물론 한복까지 잘 소화하고 예쁜 손수건을 목에 둘러 컬러 포인트를 줄 정도로 감각이 있는데 그의 처형인 디자이너 케이 킴의 조언도 한몫 했을 듯 싶다.
차인표씨는 스마트한 패션이 그 이상일 수 없고 유동근씨는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슈트는 물론 청바지나 티셔츠까지 자유롭게 연출할 정도로 자신만만한 모습이 돋보인다는 평가.
국내 최고 디자이너들이 꼽은 베스트드레서는 대부분 문화예술계 인사들. 그들은 이제 대통령의 부인이 패션리더로서 역할모델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 미국의 패션리더에는 재클린 케네디와 힐러리 클린턴이 있었다.
도움말 주신 디자이너 (무순)
이상봉 박항치 한송 김동순 이정우 박춘무 이경원 홍미화 루비나 이영희
김행 서령창작(주) 대표이사·청주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