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회에 게스트로 초청된 전 여류 체스 챔피언 스크립첸코가 청소년 체스 유망주 30명과 다면기를 두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이번 대회는 국내에서 첫 번째로 시도되는 마인드스포츠 대회다. 바둑, 체스 등 두뇌를 겨루는 마인드스포츠 대회는 다른 스포츠 대회와는 달리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분야다. 게다가 첫 대회부터 특별한 시도를 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현인숙 대한체스연맹 회장은 개회사에서 “오늘 우리는 ‘마인드스포츠’라는 이름으로 동서양의 지혜와 문화를 상징하는 바둑, 체스와 새로운 시대의 총아 e-Sports가 만나 문화의 융합을 시도하는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의 마인드스포츠가 모였다는 것. 대회 관계자들은 “바둑이면 바둑경기만 하고 체스면 체스경기만 했지 이렇게 동시에 하는 것은 아마 최초일 것”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이를 포함 e-Sports까지 모였기에 ‘융합’이라는 행사 목적에 부합했다는 평가가 여기저기서 이어졌다.
또 다른 건물에서 벌어진 ‘세계 체스챔피언 초청 행사’는 체스 황제이자 세계 최장기 체스챔피언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개리 카스파로프(Garry Kasp
e스포츠 경기 모습.
오후 행사를 마친 후 이어진 야간 행사에서는 수퍼체스 이벤트, 9줄 바둑, 도전! 체스-바둑 골든벨이 이어졌다. 세계 청소년들의 열띤 참여로 마인드스포츠 대회 첫날은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본격 행사는 다음날 토요일부터 시작됐다. 오전 10시부터 바둑대회와 체스대회가 막을 올린 것. 정신을 가다듬는 1분간의 명상 후 경기 시작을 알리는 징소리가 체육관 가득히 울려 퍼졌다. 강원도 성덕초등학교에 다닌다는 김남호 군(9)은 “너무 긴장되고 떨린다. 꼭 이기고 싶다”고 당당한 포부를 밝혔다.
바둑판 위에 고사리손이 움직였다. 대회에 참여해 본 경력이 많은 청소년들은 부지런히 바둑 시계를 눌러가며 돌을 옮겼다. 옆에서 지켜보던 어른들은 “이것 봐. 얘들 정말 잘해!”라고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했다.
대회 개회식에 참석한 내빈들. 가운데 외국인이 세계 체스 챔피언 개리 카스파로프다.
기나긴 승부가 끝나고 결국 우승자가 가려졌다. 체스 부분 최강부 우승은 이준혁 군(15), 바둑 부분 최강부 우승은 박준형 군(15)이 차지했다. 박준형 군은 “주변이 너무 산만해서 집중이 잘 안되긴 했지만 결국 이렇게 이겨서 너무 기쁘다. 다음해에도 꼭 다시 참여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우승자가 가려지고 시상식 및 축하 마무리 공연이 끝난 후 다음날 강릉 일대 관광으로 ‘세계 청소년 마인드스포츠 대회’는 막을 내렸다.
‘생각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는 취지로 시작된 ‘세계 청소년 마인드스포츠 대회’는 그렇게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대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내년에는 겨울 이 아닌 여름에 개최하며, 마인드스포츠뿐만 아니라 청소년들끼리 다양하게 호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할 예정이라고 한다. 내년에 열릴 제2회 세계 청소년 마인드스포츠 대회가 더욱 기대된다.
강릉=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