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고예림, 황민경, 곽유화가 숙소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여자 선수들만 모여 사는 숙소 생활이 궁금하던 차에, 그들만의 집합 문화에 대해 물었다. 밖에서 듣기엔 남자 선수들보다 여자 선수들의 숙소 문화가 은근히 까다롭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민경: ‘집합’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고, 성적이 안 좋을 때는 고참들이 나서서 이런저런 얘기를 해요. 요즘 숙소 생활은 진짜 편해진 거예요. 제가 처음 입단할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유화: 이전에는 빨래를 개켜서 선배들 방에 다 갖다 줬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각자 알아서 챙겨가요. ‘방졸’ ‘방장’ 이런 개념도 없고요. 1인1실을 사용 중인데, 방 2개가 트여 있거든요. 후배 입장에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크게 불편한 점도 없어요. (황민경을 쳐다보면서) 그런데 민경 언니랑 말 트기까지 1년 반이 걸렸어요. 민경 언니의 포커페이스가 장난 아니었어요. 처음엔 쉽게 말도 못 붙이겠고, 어느 타이밍에 말을 떼야 하는지 감이 안 오더라고요.
예림: 언니들이 모두 잘해주려고 하시지만, 막내 입장에선 모든 게 어렵고 조심스러워요. 제가 더 편하게 다가가야 하는데, 첫 시즌이라 ‘어리버리’할 때가 있어요. 그래도 적응은 잘하고 있는 편입니다.
# ‘얼짱’ 3인방? 실제는?
여자농구, 여자배구 등 여자팀에선 유독 외모가 부각된다. 황민경, 곽유화, 고예림 모두 실력 이전에 외모부터 거론된 선수들이다. 이에 대한 부담은 없는 걸까?
유화: 처음 도로공사에 입단했을 때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 기분 좋았어요. 그런데 배구를 잘하면 몰라도, 못했을 때는 욕을 두 배로 더 먹더라고요. ‘얼굴만 예쁘고 배구는 못한다’면서. 그때는 정말 속상해요. 그런데 예림이가 들어오면서 전 이제 그런 걱정 안해도 돼요(웃음). 도로공사가 예림이 입단하자마자 ‘미녀군단’으로 변모했거든요. 예림이가 일당백 역할을 하는 셈이죠. 아마 우리 팀에서 남자 팬들이 제일 많을 걸요?
예림: 아직은 실감을 못하고 있어요. 저보다 예쁜 언니들이 진짜 많거든요. 저는 나이가 어려서 더 귀엽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유화: 그런데, 예림이는 씨스타의 ‘다솜’ 닮지 않았어요? 얼굴도 하얗고, 피부도 좋고…. 저도 도로공사 입단 초에는 얼굴이 하얀 편이었는데 3년이 넘으니까 이렇게 검게 그을린 색깔을 띠더라고요. 우리는 운동장 달리기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예림이 얼굴도 3년 지나면 저처럼 변할 거예요(웃음).
예림: 진짜요? 언니 얼굴 많이 까만 편인데…. 그래도 괜찮아요. 배구만 잘할 수 있다면.
민경: 전 유화가 입단하면서 뒤로 밀려났어요. 유화 입단 후 배구계의 수지와 선예를 닮은 선수가 나타났다며 얼마나 난리가 났었는데요.
# 남친? 오히려 귀찮아!
여자 선수들한테 이성은 호기심의 대상이다. 그러나 오랜 합숙 생활로 인해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도 힘들고, 그 관계를 유지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란다.
유화: 전 고3 때 교제를 해보고 프로 입단 후에는 쭉 (남자친구) 없이 지냈어요. 제가 약간 ‘귀차니즘’이 있거든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외출이 허락되는데, 오랜만에 바깥바람 쐬면서 남친만 만나기엔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남친이 있으면 구속받아야 하고, 행동에 제약도 따르고요. 그래서 지금은 외출할 때 남친보다 친구들 만나고 볼일 보고 하는 게 더 좋아요.
민경: 남친이 있는 저로선 유화의 말에 절대 공감해요(웃음). 남친은 사회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우리는 소중한 외출 시간을 남친과의 데이트에 다 써야 하거든요. 남친을 만나 기쁨도 크지만, 그 외의 일을 할 수 없는 점에선 유화 생각과 같아요.
유화: 전 남친을 못 사귄 게 아니에요. 안 사귄 거지(웃음). 정확히 써주셔야 해요.
예림: 저도 남친이 있어요. 언니들 말 다 맞아요(웃음). 그래서 가끔 (남친이랑) 싸울 때도 있어요.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
‘2년차 징크스’ 조금씩 회복중
“지난 시즌 과분할 정도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고, 올 시즌에는 그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여니까 지난 시즌과 다른 이소영이 존재하더라. 주위에선 마음을 편안히 해라, 하루 빨리 틀을 깨고 나와라, 이소영다운 플레이를 하라고 조언도 충고도 해주시지만, 그게 쉽게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동안 울기도 많이 울었고, 밤잠을 설치며 나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해왔다. 이렇게 발버둥치다 보면 어느 순간 이소영다운 모습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소영은 지난해 입단한 1년 후배 이아청과 함께 GS칼텍스의 마스코트를 자청했다.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비슷한 연령대의 선수들이 존재하기에 더욱 의지가 된다는 것.
“1년차 때는 뭣 모르고 뛰어 다녔는데 2년차가 되니까 생각이 많아져서 더 힘들어진 부분도 있다. 더욱이 상대팀이 나에 대해 분석을 제대로 하고 나오니까 자꾸 막히고 실수하고…. 지금 나한테는 이 상황을 이겨내는 게 가장 큰 숙제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