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전 검사와 에이미는 2012년 9월경 전 검사가 에이미를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했던 것을 계기로 서로 알게 됐다. 에이미는 2012년 11월경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후 에이미는 한 연예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조사받는 과정에서 만난 검사님 덕분에 많은 것을 느꼈다”며 고마움을 표한 바 있다. 한때 검사와 피의자 신분으로 만났던 전 검사와 에이미가 사건 후 돈독한 관계가 됐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2013년 초 에이미는 자신을 기소했던 전력이 있던 전 검사에게 사적인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당시 에이미는 전 검사에게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전신에 이르는 성형을 받았는데 부작용으로 고통스럽다’며 하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건 바로 여기서 보인 전 검사의 반응이다. 전 검사는 곧바로 해당 성형외과의 최 원장을 직접 만나 에이미에 대한 재수술과 수술비 환불 등을 요구했다. 사실상 ‘해결사’ 내지 ‘남자친구’ 역할을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최 원장은 에이미에게 700만 원 상당의 재수술을 해주는 한편, 배상비 명목으로 1500만 원을 추가 변상했는데 이 돈은 고스란히 전 검사의 계좌로 입금됐다. 이후 전 검사는 배상비 전액과 자신의 돈 1억 원을 에이미에게 건넸다. 두 사람은 대체 어떤 관계였을까.
전 검사 측은 16일 감찰조사에서 “에이미와는 사귀는 사이다. 에이미의 처지가 딱해 1억 원을 건넸을 뿐이다. 연인 관계라면 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항변했다. 에이미도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검사님은 아무 잘못이 없다”며 전 검사를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인물이 더 있다. 바로 문제의 성형외과 최 원장이다. 최 원장은 한때 에이미와 ‘절친’으로 소문난 인물이다. 에이미의 또 다른 ‘절친’으로 유명한 연예인 바니도 한때 이 성형외과의 코디네이터로 일했었다.
전 검사와 에이미의 관계는 공교롭게도 최 원장의 경찰조사과정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성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 원장은 경찰 수사과정에서 자신의 억울한 처지를 호소하다가 전 검사에 대해 언급했다는 것이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나온 ‘흥미로운’ 얘기는 곧바로 검찰 측 ‘귀’에도 흘러들어갔고 검찰 측은 그날 즉시 전 검사를 소환해 감찰지시를 내렸다. 모든 게 하루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졸지에 ‘초스피드’ 감찰을 진행하게 된 검찰은 경찰 측에 섭섭한 눈치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의 한 관계자는 “여자친구에게 부당한 일이 벌어졌는데 그냥 지나치는 남자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프로포폴로 자신의 직원을 성폭행한 해당 성형외과 원장의 만행은 주목받지 않고, 단지 검사라는 이유로, 그리고 연예인과 사귀었다는 이유로 전 검사만 두드려 맞고 있다”라며 “검찰 일부에서는 경찰 측이 검찰 이미지에 물을 먹이려고 일부러 이런 정보를 외부에 흘린 게 아닌가, 그런 의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검사에게는 어떤 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보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 “솜방망이 처벌하지 않겠느냐. 전 검사가 최 원장을 협박했다는 증거를 발견하기 어려울뿐더러 전 검사가 에이미와의 관계에서 재정적 이득을 취한 정황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성상납 검사의 구속에 이어 잇따라 터지고 있는 검사들의 수사 추문에 대한 비난여론이 비등한 상황이라 처벌수위는 예단할 수 없다.
한편 검찰의 내부 분위기를 짐작한 경찰 측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경찰의 한 고위급 관계자는 “검찰 측은 경찰이 흘린 정보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전부 오해에 불과하다. 이 사건으로 인해 검찰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도 있어서 고민스럽다”며 검경 갈등을 우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최 원장은 어떻게 처리될 예정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 경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 진행 단계라 자세한 얘기는 어렵다. 다만 아시다시피 최종 사건 처리는 검찰 측이 한다. 최 원장이 연초부터 검사 감찰조사를 하게 한 단서를 제공한 만큼 ‘괘씸죄’가 적용되지 않겠느냐”면서도 “최 원장의 가족관계를 보면 역시 만만찮은 사람이라서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 원장이 전직 경찰청장과 친형제지간인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때문에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창과 방패의 싸움’이라는 농담 섞인 말들도 나오고 있다. 경찰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전 검사가 초스피드식 감찰을 받는 것 자체가 검찰 입장에서 ‘내 새끼니까 우리가 빨리 보호해서 조사하고 치우겠다’는 의미 아닌가. 지난 번 김학의 전 차관 사건처럼 말이다. 그런데 검찰 입장에서 전 검사를 궁지로 내몬 원인 제공자로 추정되는 최 원장 역시 만만찮은 사람이다. 고위급 경찰관계자의 늦둥이 동생이라는데 당하고만 있겠나. 때문에 이를 두고 창과 방패의 싸움이 시작됐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현재 전 검사는 자신의 연수원동기인 임신원 변호사를 선임해 사건에 대응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