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상반기 827건에 불과하던 스마트폰 소액결제 분쟁은 이듬해 상반기 2.5배가 상승한 2023건으로 늘었다. 기관에서 접수한 것만 이 정도니 소비자가 직접 환급을 받거나 요금 납부 사실조차 모르고 넘어간 사례까지 합하면 훨씬 더 많은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소액결제는 콘텐츠 제공업체(CP)와 전자결제대행사 그리고 이동통신사로 이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단계를 거칠 때마다 문자메시지로 인증번호를 받는 절차가 마련돼 있지만 예외일 때도 있다. 매월 일정액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사용하는 자동결제의 경우가 그것인데 이땐 결제대행사가 아닌 CP가 고객승인을 받는다. 즉 CP가 직접 결제를 요구해도 결제대행사나 이통사는 별다른 확인 없이 요금을 내주는데 여기서 대부분의 문제가 발생한다.
한 결제대행사 관계자는 “정상적인 소액결제 과정을 거칠 경우 거의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혹 사기를 당해도 환불절차를 거치면 대부분은 해결된다. 하지만 콘텐츠 제공업체에서 바로 요금을 부과하는 경우 인증번호를 받는 등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 무료 이벤트 참가 유도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요금이 빠져나가는 등의 방식인데 그들의 마케팅 방식이라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제일 큰 골칫거리는 처음부터 사기를 칠 요량으로 생겨난 업자들이다. 극히 일부이지만 1~2달 바짝 사기를 치고 단속에 걸리면 폐쇄조치를 한다. 하지만 얼마 뒤 다른 이름으로 다시 등장해 사기를 치니 이들을 사전에 걸러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결제대행사나 이통사에도 전혀 문제가 없진 않다. 소액결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뜻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모두가 ‘나 몰라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소액결제 사기를 당한 장 아무개 씨도 자신의 정보가 어떻게 유출됐는지 알아보려 했지만 어디에서도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장 씨는 “들어본 적도 없는 콘텐츠 업체에서 1만 9800원이 결제돼 먼저 이동통신사에 전화를 걸었다. 거기에서는 자신들은 직접 요금청구를 하지 않는다며 콘텐츠 업체와 결제대행사의 연락처만 알려줬다. 전화연결이 되지 않아 통화하는 데만 꼬박 이틀이 걸렸는데 이들도 어떤 방식으로 결제가 이뤄졌는지를 모르더라”며 “결제대행사에서는 내가 인증번호를 입력했다던데 전혀 그런 적이 없었다. 화가 나 통신내역을 뽑아 보겠다고 했더니 그제야 환불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찝찝하다”고 말했다.
실제 소액결제 피해자 모임의 도움을 받아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이통사 3사의 고객센터에 “소액결제 피해를 당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자 사전에 협의가 된 것처럼 비슷한 답변이 돌아왔다. 신분확인과 동시에 요금명세서를 조회한 뒤 콘텐츠 제공업체나 결제대행업체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직접 해결하라는 방식이었다.
이처럼 피해자는 발생하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행태로 인해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4월 소액결제 피해를 줄이기 위한 ‘통신과금서비스 안전결제 협의체’를 발족했다. 한국전화결제산업협회, 한국소비자원, 결제대행사, 이동통신사 등이 참여한 협의체에서는 소비자들이 요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표준결제창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역시도 별 효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전직 결제대행사 직원은 “아무리 표준결제창을 만든다고 해도 이를 지키지 않는 업체들이 있다. 주민번호와 전화번호만 알면 누구나 휴대전화 요금에 손을 댈 수 있는데 이런 좋은 ‘먹잇감’을 사기꾼들이 놓칠 리가 없지 않겠냐”며 “지금보다 결제승인절차를 강화하면 영세 콘텐츠 업체들이 반발할 것이 뻔해 정부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절대 사기를 뿌리 뽑을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모바일 결제’ 쉬워서 위험하다
스마트폰 소액결제 사기가 유독 우리나라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일단 우리나라는 ‘판’ 자체가 크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스마트폰 보급률은 67.6%로 세계 1위를 자랑한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으로 이는 정보취약 계층의 스마트폰 이용률도 높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자연스레 이들을 노린 소액결제 사기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스마트폰 소액결제 이용률도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모바일 쇼핑시장 매출금액은 2010년 3000억 원에 불과했던 것이 지난해 4조 7500억 원으로 수직상승했다. 이처럼 소비패턴이 온라인 쇼핑에 집중되다 보니 절로 소액결제 이용도 잦아져 범죄의 표적이 되는 부작용이 생겼다.
문제는 덩치만 커졌을 뿐 소액결제에 대한 경각심이나 사고방지책은 뒤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온라인 결제방법은 나라별로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비교적 단순한 편에 속한다. 미국이나 중국은 대부분 이메일을 결합한 방법으로 온라인 결제가 이뤄지고 있으며 일본은 직접 편의점에 찾아가 요금을 납부하는 게 익숙하다. 절차가 복잡하긴 해도 이중삼중으로 결제과정을 거치다보니 소액결제 사기에 따른 피해가 적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인증메시지를 받고 이를 등록하는 수준으로 휴대전화만 있으면 결제까지 한방에 진행되다 보니 많은 취약점들이 노출되고 있다. 편리함 뒤에 사기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박]